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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주 Dec 29. 2023

36화 태계일주3: 오지에서 만난 FC바르셀로나 (下)

신자유주의의 승리와 행성 지구

태계일주3: 오지에서 만난 FC 바르셀로나 ()

-신자유주의의 승리와 행성 지구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3: 마다가스카르 편>을 보고)       

   


<4> 트럼프의 비전: 인공지능 세상     


 2024년에는 미국의 대선이 치러진다. 유력한 당선 후보자가 공화당의 트럼프다. 그는 재선에 실패하여 민주당의 바이든에게 자리를 내줬지만, 설욕을 하기 위해 칼을 갈았다. 그리고 그 칼을 얼마 전 공개했다. 트럼프는 기후 위기라는 과대망상에 빠져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경쟁력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무엇보다 지금 미국에 필요한 것을 값싼 전기라고 본다. 값싼 전기는 어떻게 생산 가능한가? 그것은 신재생 에너지를 멀리하고 화석 연료를 가까이하면 된다. 미국은 막대한 양의 화석 연료를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패권을 잡은 국가의 공통점은 독보적인 첨단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가장 중요한 기술은 무엇인가? 바로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 개발에는 무지막지한 전기가 필요하고, 그렇다면 가장 저렴한 전기를 제공할 수 있는 나라가 제일 유리하다. 미국은 그러한 역량이 있는 국가임에도 어리석은 바이든 행정부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기점으로 다시 패권을 잡으려는 유럽에게 놀아나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당선되면 가장 먼저 기후협약을 (재)탈퇴할 것이고, 값싼 화석 에너지를 최대한 사용할 수 있게끔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공약했다.(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 2023. 12. 3. 참고)   

   

 기후 위기는 정말 망상일까? 기후학자들에 따르면 인류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속적으로 증대해 왔고, 그에 따른 이상기온의 양상도 강화되고 있다.(얼 C. 엘리스, 『인류세』, 117, 119) 관련된 연구 자료가 워낙 많기 때문에, 트럼프도 이 사실 자체를 부정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이것이 촉발할 사태에 대한 상상력이 다른 것 아닐까? ‘지금의 기후 변화가 인류 멸절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웃기고 있네.’ 뭐 그런 생각.     

 나는 경상남도 김해 시민이다. 김해는 기후안심도시로서 항시 글로벌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 일환 중 하나가 지구 종말의 날을 세는 것이다. 직장이 부산에 있어서 자주 고속도로를 이용하는데, 집으로 가기 위해 서김해 IC를 나와서 신호를 기다리면, 대형스크린의 숫자를 보게 된다. ‘앞으로 지구 종말까지 5년 212일!’ 너무 구체적이어서 사실 당황스럽다. 이것은 기후위기시계(Climate Clock)로 독일 메르카토르기후변화연구소(MCC)의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 여러 기후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1.5도 이상이 되면 일종의 티핑포인트가 되어 돌이키기 힘든 기후재앙이 올 것으로 전망한다. 원래는 이러한 위기가 2030년대에 발생할 것으로 봤는데, 당겨졌다. 탄소 배출은 전혀 줄지 않았고,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얼 C. 엘리스가 정리한 그동안의 과학 연구 자료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하면 해수면은 26~77㎝가 높아지고, 무엇보다 곤충과 식물, 척추동물 등의 서식지가 절반 이상 사라진다. 기후변화로 서식지를 잃은 박쥐가 남중국 지역으로 대거 이동하여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은 거대한 변화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기후위기와 관련된 연구가 진척되면서 확인하게 된 것 중 하나가 종 다양성의 중요성이다. 과학계의 오랜 의문 중 하나가 안정적인 기후였다. 과거 40억 년 동안 태양에너지의 산출량이 무려 30%나 증가했는데, 지구는 그만큼의 영향을 받진 않았다. 제임스 러브록과 린 마굴리스가 유의미한 답을 찾았는데, 살아 있는 유기체가 집합적인 생물권으로 작동했음을 발견했다. 즉,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고 생명을 지탱하는데 필요한 조건을 스스로 충족했다는 것이다.(39~40)      


 생물권은 마치 온도 조절 장치처럼 작동하면서 지구의 기후를 조절한다. 가령 지구가 뜨거워지면 생물권은 냉각 효과를 만들어내며 반응한다. 예를 들어 유기체는 대기로부터 온실가스를 더 섭취하고 미세입자, 즉 에어로졸을 방출한다. 이 과정을 통해 유기체는 태양에너지를 반사하는 구름 형성에 일조한다. 반면 지구가 차가워지면 생물권은 다시 정반대의 효과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온실가스를 증가시키고 대기 중의 에어로졸을 감소시켜 온난 효과를 만들면서 냉각 효과를 상쇄한다. 이런 식의 ‘억제 피드백(negative feedback)’ 체계를 통해서 생물권은 지구의 온도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체계가 잘 작동하면 태양에너지 증가와 같은 외재적 과정이나 화산활동과 같은 내재적인 과정에서 비롯된 변화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40~41) 하지만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 변화로 생태계가 붕괴하고 종 다양성이 파괴되면 이러한 생물권이 기존의 방식대로 작동할 수가 없게 된다.


 게다가 지구 시스템에는 ‘억제 피드백’뿐 아니라 ‘강화 피드백(positive feedback)’도 있는데 이것이 기후위기를 높인다. 태양이 북극의 얼음을 녹일 때 지구 전반에 걸쳐 있는 얼음, 즉 ‘빙권’이 조절 시스템 역할을 한다. 태양에 노출된 바닷물은 태양 에너지를 잘 흡수하고, 바다 위에 있는 얼음은 태양에너지를 대부분 반사한다. 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 바닷물이 더 많이 노출되고, 그에 따라 열 흡수를 더 많이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얼음이 많이 녹을수록 온난화는 더 빨리 진행된다. 이런 강화 피드백이 계속되면 언젠가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인 ‘티핑 포인트’가 온다. 그 후에는 모든 얼음이 녹을 때까지 해빙이 계속된다.(41~42) 그 지점이 정확히 몇 도이며,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이견이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한 파괴적 영향력에 대해서도 확실히는 알 수가 없다. 나는 퇴근길에 지구 종말의 디데이를 보지만, 매번 ‘에이, 설마’ 한다.     


 얼마 전 제28회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가 열려서 200여 개국 대표들이 최악의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회의를 가졌다(2023.11.30.~12.23). 기대와는 달리 이번 회담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가자는 원론적인 합의에 그쳤다. 그래서 환경주의자들과 기후학자들은 최종합의문이 국가이기주의로 만신창이가 됐다고 개탄한다. 정치인들은 불확실한 기후위기보다 확실한 경제 문제에 관심이 있고, 기업가들도 마찬가지다. 자칭 환경운동가인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도 단기간에 극적인 기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경고는 과장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도리어 과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을 걱정한다. 너무 과격한 주장은 사람들의 신뢰를 잃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석유와 가스를 악마화해서는 안 되며, 이 자원은 여전히 적절히 활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머스크는 12월 12일에 인공지능이 탑재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2세대 버전을 공개했다. 그는 조만간 우리의 일상에서 이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전혀 다른 미래를 보고 있는 세계를 살고 있다. 누군가는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기술이 근미래에 인간에게 진정한 자유를 부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노동으로부터 벗어나서 새로운 가능성의 지평으로 인류가 나아갈 것이라 본다. 반면 누군가는 기후 변화로 인류 멸절의 위기가 코앞에 왔고 이대로는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데, 인공지능 로봇이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각국은 여전히 경제 성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글로벌 소비자들은 한 번 누린 상품과 서비스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제임스 러브룩은 기후위기가 너무나 시급한 문제이므로 차라리 적극적으로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하자고 주장한다. 트럼프가 왜 기후협약을 탈퇴하고 재생에너지 산업을 접으려고 하는가? 더 비싼 비용으로 전기를 생산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재생에너지이기 때문이다. 러브룩은 원자로와 방사선이 안전한 것은 아니지만, 인류의 생사가 달린 상황에서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고 본다.(『가이아의 복수』) 여기에 우리는 동의할 수 있을까?     


 인류 멸절과 같은 기후 재앙이 오지 않으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알 수가 없기에 다들 다른 미래를 보고 있고, 방안도 달리 나온다. 닥치면 어떻게든 해 나간 것이 인류이기에 그리 걱정하지 말라고 긍정론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중한 것은 인류의 생존이라기보다는 우리 개개인의 삶이다. 기후 변화로 삶이 파괴되고 있는 사람들이 이미 숱하게 나오고 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역사의 진정한 교훈은 지금 우리의 세계가 우연의 산물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현재 상황은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다. 역사 연구의 의미는 더 많은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이며, 미래 역시 마찬가지다.(『사피엔스』, 342)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의 기대대로 탁월한 인간 지능은 훌륭한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기후학자들의 예견처럼 기후위기가 오고, 애석하게도 여기에는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지구종말 디데이를 세어왔지만, 지구는 끄떡없었고 인간만 요단강을 건넜다. 인간의 빈자리는 인공지능 로봇이 대신했고 이들은 자신들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지구 환경을 만들어 간다. 그러다가 어떤 일들이 발생하게 되는데!’라는 세계관을 가진 작품이 있다. 김보영의 『종의 기원담』이다. 매우 흥미롭고 탁월한 작품이지만 이러한 가능성은 SF의 세계에서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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