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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성큼성큼 다가와 나를 지나쳐 간다. 시간은 마치 설산에서 마주한 예티 같고 또는 그냥 길거리에서 마주한 덩치 큰 무뢰한 같다.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마구 밀치고 지나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진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날짜는 쉼 없이 바뀌며 내 앞에 행차한다. 그렇게 새로운 요일이 어떠한 덩어리처럼 다가와 내 발등을 짓누르면, 나는 그것이 내 코앞을 가로막고 있는 듯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든다.
시간은 죽일 수가 없다. 킬링타임이라곤 하지만 그것 또한 시간을 통과하는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시간을 죽여서 그것을 멈춰 세울 수 있는 위인은 없다. 시간은 무적이고, 그런 면에서 실로 무시무시하다. 그것에게서 벗어나려면 내가 죽는 수밖에는 없다.
내가 지금 어떤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긴 터널일까? 이걸 잘 통과하고 나면 쏟아지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낼 수 있는 걸까? 아니면 터널 뒤엔 또 터널인 걸까? 그것도 아니면 이 정도는 터널조차도 아닌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