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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부모님이 침실에 들어가면 나는 방문을 닫고 홀로 향을 즐긴다. 향수에 관심이 많은 요즘이다. 늘 지긋지긋한 나의 체취만 맡다가 이런저런 향수를 맡아보니까 기분이 너무나 새롭고 좋다.
낮에는 데오드란트도 뿌리고 틈틈이 섬유탈취제도 뿌린다. 전날 밤 뿌린 향수는 잠옷에 은은하게 남아있다. 일상을 좋은 향과 함께하니 삶의 질이 높아진 느낌이다.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나는 달지 않은 시트러스 향을 좋아한다. 자몽이나 오렌지 종류보다는 라임이나 유자 쪽이 좋다. 풀내음이 섞이거나 씁쓸함이 가미되면 더 좋다. 샌달우드보다는 시더우드가 좋고, 허벌하거나 아로마틱한 것도 좋다. 단내나는 프루티, 플로럴(특히 장미), 화이트 머스크 향은 선호하지 않는다.
어젯밤엔 영화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를 봤다. 절반 정도만 보고 다음 날 이어서 볼 생각이었지만, 눈을 떼지 못하고 끝까지 봐버렸다.
향수는 정말 비싸다. 나는 그런 걸 구매할 수 없다. 아직은 저가 제품만 맡아볼 뿐이다. 나의 가난한 코는 저렴한 향수에도 즐거움을 느낀다. 작년, 코로나에 걸린 이후로 후각을 잃어 냄새 없이 몇 달을 살았었는데, 저렴한 게 문제인가. 어떻든 향을 즐길 수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