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하고 어색한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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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오

어제 만개했던 벚꽃이 오늘 비와 함께 떨어져 내렸다. 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해가 갈수록 점점 더 조용한 생일을 보내게 되는 것 같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완전히 벗어난 지금은 축하한다는 카톡 몇 개만 받을 뿐이다. 카톡과 네이버에 들어가면 생일 축하 메시지를 띄워준다. 그걸 조용히 바라만 봤다.


돌이켜보면 생일날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하는 것도 좀 사치스러운 일이었구나 싶다. 뭔가를 하면 그게 다 돈이었다. 그곳에 내 돈은 없었다. 그리고 이젠 생일이라고 해서 무언갈 받을 나이가 아니다. 오히려 돌려드려야 할 나이인데 여전히 내 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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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말했는데 사실 돈까스를 먹었다. 정말 오랜만에 먹는 돼지고기였다. 원래는 레토르트 카레로 대충 때우려 했는데 그렇게 하면 엄마가 속상해할 것 같아서 고른 메뉴다. 내가 뭔가 더 근사한 걸 먹어야 한다고 엄마는 생각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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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한테서 처음으로 생일 축하한다는 카톡을 받았다. 당황스러웠고 어색했다. 저녁엔 거실에 앉아 부모님이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나는 어색해서 몸부림쳤다. 괜히 나 혼자 뭔가가 다 어색하기만 하다. 내 생일도, 나의 존재도. 익숙함과 어색함이 공존할 수도 있는 거구나-생각했다.




(나를 위해서 쓰는 글이다. 힘들어서 쓴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을 글을 꿋꿋이 써내며 삶을 붙잡아 본다. 나 자신을 구겨서 우울증이라는 상자 안에 넣으려 하지 말자. 펴자. 간을 꺼내 말리듯 펴서 햇볕에 말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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