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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지이 May 07. 2024

생애 첫 저자 강연, 북토크를 하다.

<사랑은 분명 강아지 모양일 거야> 작가의 삶

https://brunch.co.kr/@redmanteau/187


  책을 낸 뒤 처음으로 저자 강연이라는 걸 하게 되었다. 두근두근. 섭외 전화를 받고 강연 수락을 한 뒤 오랫동안 심장이 뛰었다. 제법 긴 시간 학생들 앞에 서서 이야기를 하는 직업을 가졌던 덕에 누군가 앞에 서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만나는 내 책의 '독자' 분들이라는 사실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나와 나의 강아지 무늬, 솔이, 펠라, 라이스, 그리고 달이의 이야기를 읽고 어떤 마음을 품었을까.

유기견이나 구조된 강아지, 그 아이들을 임시보호 한 후 가족에게 입양하는 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부족한 글솜씨임에도 오직 임시보호라는 봉사 형태를 알리기 위해 책을 쓴 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주제의 특성상 유기견과 임시보호견의 삶에 대해 어디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도 생겼다. 책에서도 우리 집에 온 임시보호견이 구조 전에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를 살짝 밝히기는 했지만, 우리 책은 '임시보호'가 주제인 만큼 앞선 이야기에 대해서는 조금 선을 그어두긴 했었다. 동물 방치와 학대 가해자, 애니멀 호더, 동물 유기 실태, 시도 혹은 사설 보호소, 안락사, 펫숍, 유사펫숍까지. 임시보호견을 둘러싼 가슴 아픈 이야기는 많고 많지만, 모든 걸 책에서 언급할 수 없었다. 강연록과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며 수위를 맞추기로 했다. 강연장을 찾는 분들 중엔 독자도 계실 테고 아직 책을 읽지 않은 예비 독자도 있을 터. <사랑은 분명 강아지 모양일 거야>의 집필 배경과 의도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면, 유기견에 국한한 동물복지의 현주소에 대해 어느 선까지 이야기할지에 대해 강연의 흐름에 맞게 정리했다. 

 

  강연일에 앞서 담당자께서 내가 강연할 장소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어 미리 보내주셨다. 꼼꼼하게 찍어서 보내주신 그 친절한 배려 덕에 마음이 한결 놓였다. 강연장이 낯선 곳이란 사실은 변함없지만 나를 향한 그 따뜻한 배려심에 첫 강연에 대한 걱정보다 더 알차고 열심히 준비해 가야겠다는 생각이 짙어졌다. 강연할 내용과 제작한 화면을 복기하며 남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강연일이 되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학생들과 소담스러운 교정의 모습이 정다웠다. 아기자기하게 준비된 강연장에는 강연 주제와 연관된 서적을 큐레이션 하여 전시했고, 아이들의 손에는 <사랑은 분명 강아지 모양일 거야> 책이 한 권씩 들려 있었다. 강연 장소가 깊고 넓은 편이라 소형 마이크와 블루투스 포인터도 준비해 주셨다. 주최 측의 세심한 준비에 다시 한번 감사했다. 


  강연을 시작할 때는 조금 긴장되었지만, 강연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갈 정도로 몰입해 버렸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눈빛에서 '관심'을 읽었기에, 신이 나서 지침 없이, 그렇다고 너무 빠르지 않게 말하려 노력하며(하지만 말이 조금 빨랐던 것 같다 ㅠㅠ 함께 나누고픈 이야기가 많았기에). 임시보호견 아이들이 유기견 시절에 만난 책임감 없는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에 함께 분노했고, 오롯이 가족을 찾는 아이들의 해피엔딩을 이야기할 땐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함께 웃었다. 본가의 노견 솔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나도 모르게 감정이 올라와 순간 울컥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몇몇 친구가 내 눈을 보며 눈물을 뚝뚝 떨궜다. 깊고 진한 마음을 나눈 시간이었다. 


    

  강연을 마치고  사인회를 했다. 이를 위해 만들어놓은 건 아니었지만 미리 싸인과 문구를 만들어놔서 너무 다행이라고 느낀 순간이었다! 어색했지만 늘 해왔다는 듯 능숙하게 사인을 했다. 사인을 하며 짧은 대화였지만 독자님과 예비 독자님의 강연에 대한 감상, 책에 대한 소회를 들을 수 있었다. 강연 때 눈물을 흘렸던 아이는 알고 보니 집에 노견과 노묘가 있어서 나의 이야기가 구구절절 너무 공감이 되었다고 한다. 몇몇 친구는 강연장을 정리할 때까지 곁에 남아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책도 읽고 강연도 열심히 경청해 준 뒤에만 할 수 있는 이야기였기에, 너무 감동해서 이야기하다 내가 울 뻔했다. 


   불러주시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서 독자와 예비독자님을 만나고 우리 강아지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이 세상에 사랑스럽고 귀여운 이야기는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 사랑은 분명 강아지모양이니까.  


https://linktr.ee/hong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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