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언제나처럼 한국 뉴스 사이트로 들어가니, 한동안 존재감이 없던 이 남자가 오랜만에 헤드라인을 몇 꼭지나 차지하고 있다. 나경원의 당권 불출마 선언 직후, 그쪽 동네 당권구도가 양자대결로 가게 되면서 이 남자의 가치가 수직상승한 모양이다. 심지어 이 사람 소유 회사의 주가가 30% 가까이 치솟아 하루 사이에 주식 수백억을 벌었을 거라 한다. 주저앉은 나경원이 결국 이 남자를 일으켜 세우고 사라지는 건가. 그동안 욕했던 나경원이었지만 노골적으로 왕따 당하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이 언니를 응원했던 게 사실이다. 캐비닛에 굴하지 말기를, 지더라도 전사(戰士)로서 전사(戰死)하기를 내심 바랐다.
이번에 그녀를 응원한 것처럼 1년 전 지난 대선 때는 이 남자를 열렬히 응원했었다. "다른 사람 찍을 거지만, 그래도 완주는 해줘". 지지율 1위가 끝임 없이 2위에 대한 네거티브로 배를 채울 때, 3위였던 이 남자는 소신 있게 자신만의 콘텐츠를 얘기하는 게 언뜻 믿음직하기도 했다. 나한테 실익을 주는 공약도 꽤 있었는데, 몇 가지는 지금 생각해도 아깝다. 그때 TV로 본 그의 향상된 토론 실력은 "내가 MB아바타입니까!" 하며 지지자들을 뒷목 잡게 하던 시절이 언제였나 싶게 해 "드디어 개그맨에서 정치인으로 다시 태어나는구나" 했었다.
그러다 갑자기 단일화로 뒤통수를 쳤을 때의 그 충격과 경악...2위 진영은 쑥대밭이 되었고 온 뉴스는 파장 분석에 바빴으며 이미 그에게 재외국민 투표를 한 사람들은 화가 나 컵을 집어던졌다. 나는 이미 다른 후보에게 투표를 한 상태라 내 표는 살았지만 마음은 요동을 쳤다. 처음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쇼는 역시 선거구나", 정신 차린 후엔 "와, 내가 인간에 대해 이해하려면 아직 멀었구나". 그건 표를 갈라 흩뜨릴 선수에게 준 기대가 배신당해서가 아니라, 인간 본성, 혹은 세상사에 대한 나의 통찰력이 깃털보다 가벼움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 남자를 다시 응원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번에는 잘 버텨주길 바란다. X초딩, X크나이트 별명도 많은 별명 부자, 내리막 계단도 참 잘 뛰는 이 남자, 이 남자는 누굽니꽈-.
오늘은 그가 가장 뜨거울 때 쓴 책과 점심을 함께 한다. 내 너구리를 받아줘. 이번에는 이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