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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Dec 18. 2020

관심종자에 대한 사뭇 진지한 최초의 고찰

서평 시리즈 #86 : <관종의 조건> 임홍택

사람들의 '관심병'이 이렇게나 뜨거웠던 시기가 있었을까? 10년 전쯤 페이스북에 종종 어떤 '미친 사람'의 이야기가 올라오곤 했었다. 락스를 마신다거나, 일부러 차에 깔린다거나, 심지어 머리에 불을 지르는 일을 서슴지 않는 사람이었다. 미쳤다고까지 할 수 있는 위험한 짓을 일삼는 그의 심리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숱한 비난을 쏟아부으면서도 동시에 그에게 '미쳐있는' 사람들 또한 이해할 수 없었다. 다음에는 다른 위험천만한 일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하고 재밌다며 댓글 창에 친구들을 소환하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 볼 수 있었다. 

시간이 훌쩍 지나 그 옛날 과학 책에서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나오리라 예상했던 2020년이 되었다. 그러한 멋진 과학기술은 나오지 않았지만 대신 사람들의 관심을 무럭무럭 먹고사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심지어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돈이 된다. 소위 '어그로'를 끌 수 있는 별난 행동, 위험한 일, 자극적인 이야기는 '관심종자'들이 자신들을 세상에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정당한 일이 되었다. '관종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관종의 조건>은 <90년생이 온다>로 유명한 임홍택 작가의 신간이다.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라이프 스타일과 소비 성향을 가지고 있는 MZ 세대에 대한 통찰을 통해 대한민국에 새 바람을 일으켰던 작가답게 이번에는 '관종'을 다루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 '관종'이라는 타이틀로 입에 오르내리면 결코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이제껏 '관심종자'라는 말은 그다지 얻고 싶은 이름은 아니었다. 미디어의 형태가 변하고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면서 '관심'을 받는 것은 필수가 되었다. 부정적인 의미의 별난 관종도 결국 유명세를 얻는다. 유명세와 함께 돈도 따라온다. '선한' 관종 또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전략을 잘 선택하면 '관종'에서 '스타'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이제 기업들도 관종을 지켜만 볼 수 없다. 관종들을 자신들의 마케팅에 이용하고 관종들의 스타성에 탑승한다. '관심'에 얽힌 경제학과 거대 자본의 흐름, 관심을 잘 이용하는 사람들을 공부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인 사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책은 관심에 대한 진지한 정의를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관심'을 받고자 하는 것은 대다수 인간이 지닌 욕망이다. 그 옛날 유교 사상으로부터 내려온 구시대적인 문화 때문에 가슴속에 관심 한 장 품고 있던 사람들이 그 욕망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한 것뿐이다. 결코 갑자기 관심병자들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관심병'과 '관심 종자', '관심' 등 저자는 '관심'에 대한 욕망을 세분화했다. 테러리즘 또한 일종의 이목을 끌기 위한 잔악한 행위이다. 테러나 사람들에게 피해를 안기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관심 종자'들은 그 표현방식에 따라 다시 나뉜다. 지켜보는 이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가치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파괴적인 관종과 자신의 개성을 올바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별난 관종 정도로 말이다. 관종에 대한 분류부터 진지하게 시작하는 저자 덕분에 책은 처음부터 무척이나 흥미롭다. 

유튜브 등의 뉴미디어는 '관종'의 시대를 열었다. 이전에는 관심을 끌어 봐야 9시 뉴스에서나 볼 수 있었다. 9시 뉴스에 나오면 '악명'이 높아진다. 대부분 나쁜 일로 기사화되는 것이니 좋을 것이 없었다. 좋은 일로 관심받아도 그것을 추가적인 컨텐츠로 만들 방법이 없었다. 2012년 무렵부터 유튜브 시청 기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개인 미디어 컨텐츠가 메가 트렌드가 되면서 스스로 자신의 '관종' 성향을 드러내는 것을 즐기고 타인의 '관종' 성향을 지켜보는 것을 사랑하게 되었다. 유튜브 등이 동영상 플랫폼에서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고안함으로써 관종들이 만드는 관심병의 대향연은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되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등의 SNS는 관심 상인들이다. 정보가, 볼 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여전히 한정적이다. 관심을 쏟을 수 있는 에너지와 시간은 유한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관심 상인들은 사람들을 자신들의 플랫폼 안에 가둬두기 위해 저명한 심리학 박사를 고용하기에 이르렀다. 관심의 경제학이 형성되었다는 것을 거대 기업들은 눈치챈 것이다. 개인으로서 '관종'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유튜브 조회수를 늘리는 것은 새로운 세상에 맞는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기업은 어떨까? 기업 또한 관종이 되어야 한다. SNS 등에 올라오는 기업의 마케팅 기법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천양지차로 달라졌다. 대기업의 이미지에 맞지 않게 발랄하고 때로는 과격한 어그로를 끌기도 한다. 관심상인이라 할 수 있는 SNS 스스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고도화된 전략을 사용한다. 인스타그램의 피드를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한 명의 사람이라도 더 많이, 단 1초라도 오래 머물며 더 많은 게시물을 접해야 광고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해지면 관심을 끄는 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다른 관종들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해야 한다. 스스로가 관종이 되어 소비자들의 한정된 관심을 조금이라도 더 얻어와야 한다. 관심 시장은 치열한 전쟁터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을 누구도 지적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정도에서 관심을 끄는 것을 누구도 지적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기에 급격하게 전환된 움직임이라 볼 수 있다. 때문에 실력을 갖추면 알아봐 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알리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 될 것이다. 이제는 관종의 시대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관심을 어디에 쏟을 것인지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할 것이고, 관종의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수많은 관종들이 시장을 장악하게 되리라. 


'관종'이라는 이름으로 현대의 미디어 산업과 마케팅 움직임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양질의 컨텐츠를 가지고 있더라도 다른 관종들의 기세에 눌릴 수 있다. 이때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될 것이라는 생각은 '관종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뉴미디어의 흐름은 적극적인 관종을 더욱 선호한다. 관심을 받지 못하면 원하는 수준으로 성장할 수 없는 시대를 냉정히 받아들여야 한다. '관심'에 대한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을 버리고 관심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심지어는 누군가에게 해를 끼쳐도 관종에게 관심을 던져주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이러한 시대에 관심받기를 거부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지금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관종이라는 자아를 깨워 관종의 길로 나아가자. 

관종에 대한 진지한 고찰, <관종의 조건>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웨일북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 출처 : 

1) https://unsplash.com/photos/8Iu6NzvLkz8?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2) https://unsplash.com/photos/KWZa42a1kds?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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