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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Nov 26. 2020

위기를 돌파하는 턴어라운드 경영의 세계

서평 시리즈 #72 : <돌파하는 기업들> 김성호

44, 1200, 1,350,000,000,000


기업 초청 강연의 강사들이 눈길을 끄는 방식으로 글을 시작해보려 한다.

어떤 숫자일까?


44%, 1200개, 1조 3500억 원. 조금 더 단서를 달았다. 이제 감이 조금 잡히는가?

밑도 끝도 없이 들이댄 숫자는 글로벌 1위 SPA 브랜드 자라와 관련된 수치들이다.


자라의 2020년 1/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44%나 감소했다. 1975년 창립한 이래 유례없는 충격적인 감소 폭이다. 자라는 따라서 1200개의 오프라인을 2년 안에 폐점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1조 3500억 원을 투자하여 온라인 기반을 더욱 튼튼히 만들기로 했다. 여기에 1200개의 점포를 정리하는 대신 영업이익률을 높이고 매장당 이익률을 높일 수 있는 프리미엄 매장 450개를 신설한 계획이다. 3조 원이 넘는 돈을 들여서.


혼란스럽고도 무지막지한 이 숫자와 계획들이 자라의 '턴어라운드' 경영 전략이다. 코로나19로 난장판이 된 세계 속에서 위기를 맞은 그들이 다시 시커먼 구름을 뚫고 하늘 위로 올라 해를 보기 위해 세운 전략이란 뜻이다.


<돌파하는 기업들>의 영어 제목은 'Turn-around Management'이다. 책의 내용을 찬찬히 살펴 본 결과 턴어라운드 경영을 쉽게 이야기하면 비상 경영 또는 위기 경영쯤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기업이라면 항상 마주해야 하는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이겨낼 수 있는 경영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저자는 10개가 넘는 기업에서 14년 넘게 턴어라운드 경영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경영인이다. 주로 유럽 등 해외 무대에서 기업을 경영한 그는 한 마디로 수없이 실패라는 위기 상황에 걸어들어간 인물이다. 덕분에 기업의 '실패 신화'를 잘 설명해 줄 수 있다.


우리는 특히나 '거대한' 기업의 '성공' 신화에 젖어 있는 경향이 짙다. 저자에 의하면 기업은 되려 존폐를 좌우할 수 있는 거대한 위기를 마주하는 것이 오히려 더욱 일상이라고 한다. 기업이 성장기의 사이클에 있을 때는 한껏 성장만 하고 쇠퇴기에 이르러서야 위기에 빠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이 또한 큰 충격이다. 1년에도 몇 번씩 잔병치레를 하고 때로는 큰 병으로 병원 신세를 지는 것처럼 기업 또한 위기에 익숙하다.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턴어라운드 경영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돌파하는 기업들>에는 4개 기업의 위기와 턴어라운(전환), 해당 기업만의 특별한 전략이 녹아있다. '자라', '넷플릭스', '스타벅스', '노키아'가 해당 기업들이다. 실제로 기업의 운영을 맡고 있는 CEO가 그간의 경험을 녹여 쓴 책이라 경영 성과 지표와 다양한 수치, 그래프 등이 알기 쉬운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20~30년간 존속하고 있는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 점포 수, 점포별 이익률 등 다양한 지표를 살피다 보면 위기와 반등, 그리고 또다시 찾아오는 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어렵지 않은 개념 및 용어와 비교적 쉬운 설명 또한 경영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책이 될 수 있는 큰 장점이다.



■ 자라

자라는 빠른 재고 회전율을 통해 2010년 H&M을 누르고 세계 1위의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되었다. 자라는 현재 LMVH 그룹보다도 높은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해당 분야에서 나이키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라는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이 난장판이 되기 전까지 매출 역신장을 목격한 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그들의 비결은 고객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기업이 생각해야 하는 기본적인 질문에 충실했던 것. '자라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고객에게 옷을 통해 보다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 고객만이 자라가 생각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2주의 생산 주기를 통해 고객의 수요에 경쟁자보다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고 재고가 쌓이지 않으니 경영 지표들이 좋아졌다.


처음으로 맞이한 위기에도 자라가 선택한 '턴어라운드 경영전략'은 고객을 향한 질문이었다. 자신들의 본질을 향한 질문이기도 했다. 고객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온라인 및 모바일 채널을 통해 옷을 구입하려 하자 자라는 과감히 점포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전년도 7조 원에 비해 40% 가까이 감소한 3조 5천억 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자라는 온라인 채널 및 유통 전략 강화에 1조 원이 넘는 투자를 감행하기로 했다. 고객의 마음이 앞으로도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해서였다. 우리는 자라를 통해 다음과 같은 포인트를 느낄 수 있다.


- 고객과 자신(기업)들을 향한 본질적인 질문

- 후퇴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결정 : 1200개의 점포를 폐쇄. 450개의 프리미엄 점포 신설 계회. 1조 원이 넘는 투자.


턴어라운드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의 후퇴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때로는 마음 아픈 결정을 냉철하게 할 수 있어야 전진을 할 수 있다.

■ 넷플릭스

넷플릭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조금 과장해서). 넷플릭스가 DVD 배송 대여 서비스를 했다는 것도 다 안다(아마도). 스트리밍 서비스가 넷플릭스 그 자체가 된 지금이지만 2007년 그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할 때만 해도, DVD 사업을 분사시킨다고 했을 때만 해도 해당 결정은 고점을 찍던 넷플릭스의 주가 60%를 떨어뜨린 결정이었다. 지금 와서 보면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는 의도적인 위기 상황을 자초한 것이다.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무제한에 가까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터넷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로의 전환을 위해서. DVD를 등한시한다고 했을 때 넷플릭스는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사과를 하고, DVD 사업부 분사 결정을 급히 철회하긴 했지만 스트리밍이라는 자신들의 야망을 결코 포기하지는 않았다. 먼 미래를 바라보고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금 조금의 위기를 감수하는 것. 그것이 넷플릭스가 선택한 신의 한 수였다.


- 현재와 미래 사이의 결정

- 날카로운 예측을 통해 미래의 먹거리를 지킬 수 있는 단호한 결정


거대한 공룡기업을 운영하고 싶다면 5년, 10년을 바라보는 속 좁은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자신의 통찰력을 믿는다면, 시장의 움직임이 답을 이야기한다면 근시안적인 생각을 버리고 때로는 욕을 먹더라도 자신의 결정을 믿자.

■ 노키아

망한 기업을 얘기한다고? 애초에 턴어라운드 경영은 풍전등화의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늘 '신화적인' 이야기에 매료되어서 그렇지 실패하는 기업은 사실 성공하는 기업의 수십 배, 수백 배는 된다.


게다가, 노키아는 망하지 않았다. 그들이 자랑하던, 전 세계의 35%를 차지하던 모바일폰 사업부를 MS에 팔아치워서 그렇지. 원래의 기술력을 이용해서 네트워크 사업 등에서 또 한 번의 반등을 준비하고 있는 노키아이다.


노키아는 핀란드를 상징하는 기업이다. 한때 핀란드 GDP의 1%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런 노키아는 1980년대 후반 이미 한 번 위기를 맞았다. 문어발 식으로 사업부를 늘리던 탓에 부실 경영이 문제가 된 것이다. CEO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자 노키아는 사장단으로 승진한지 2년밖에 안된 씨티은행에서 온 올릴리를 새로운 선장으로 임명한다. 그 뒤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6년 만에 당시 세계 1위 모토로라를 제치고 모바일폰(당시는 스마트폰이 아니었다.) 제국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것처럼 스마트폰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침몰했다. 이미 한 번의 턴어라운드를 했어도 다시 실패하고 몰락할 수 있는 것이 기업의 세계이다. 그것이 저자가 노키아를 꼭 소개하고 싶었던 이유이다. 노키아는 이후 미련 없이 모바일 사업부를 MS에 매각했다. 미련 없이 결정 내릴 수 있는 것, 그것이 턴어라운드 경영에 필요한 냉철한 판단력이다. 이제 노키아는 새롭게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턴어라운드의 반복이 기업의 생리인 것이다.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기업은 성장기에는 오르막길만, 쇠퇴기에는 내리막길만 걷는다는 생각. 한 번 반등한 기업 앞에는 탄탄대로만 있을 것이란 생각. 우리네의 삶처럼, 아니 우리 삶보다 더욱 처절하고 거친 길이 펼쳐진 존재가 기업이다. 스타트업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러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알려준 것만으로도 색다른 충격을 준 책이었다. 더구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일상인 기업에게 가장 필요한 턴어라운드 경영 전략을 함께 실전적인 경험을 통해 소개한 부분은 개인적으로는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였다.


사람과 기업 모두 심장 박동의 그래프처럼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에게 늘 좋은 일만 가득할 것이라 생각하곤 한다. 때문에 위기 앞에서 허둥대고 가끔은 무너지기도 한다. 위기를 극복하는 현실적이고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사실 위기라는 거대한 산을 넘기 위해 태어난 셈이기에. 위기를 '돌파하는 기업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일상인, 기업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 <돌파하는 기업들>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초록비책공방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출처 :

1) https://unsplash.com/photos/TS--uNw-JqE?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2) https://unsplash.com/photos/11SgH7U6TmI?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3) https://unsplash.com/photos/0VR5DOVnVEA?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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