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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Dec 01. 2020

실리콘밸리의 신을 찌르는 날카로운 칼

서평 시리즈 #84 : <돈 비 이블> 

전 세계의 정보를 체계화하여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인 회사가 있다. 


쉽게 눈치챌 수 있겠지만 바로 구글의 미션이다. 검색의 민주화를 목표로 혁신을 거듭한 결과 구글은 전 세계 검색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검색에 대한 사용자의 접근성이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학교 팀플을 위해, 보다 정확한 자료 검색을 위해 '구글링'을 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선 더 이상 반가운 소리가 없다. 그런데, 지식 컨텐츠를 제공하는 제공자도 그렇게 느낄까? 


구글의 초창기, 브린과 페이지는 놀라운 규모의 프로젝트를 은밀히 진행한다.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 세상의 '모든' 책을 스캔하여 디지털화하고 인터넷상으로 제공하는 것. 책을 좋아하는 독서가의 입장에선 복권에 당첨되는 것보다 기쁜 소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책의 저작권자와 저작권협회에게도 반가운 소식이었을까? 


< 돈 비 이블>은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세상 어떤 일도 이뤄낼 수 있는 소위 '빅 테크' 기업들의 사악한 행태를 고발하는 책이다. 스타트업과 실리콘밸리의 가슴 벅찬 신화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을 신격화한다. 하루에 수백 권씩 기업가치가 1000조 원이 넘거나 1000조 원에 육박하는 거대한 IT 공룡들의 성공 신화에 관한 책이 쏟아진다. 멋진 이야기가 가득하다. 21살의 스티브 잡스와 26살의 스티브 워즈니악이 창고에서 컴퓨터를 뚝딱뚝딱 만들며 시작된 애플 신화. 20살 하버드생이 하버드 생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다 시작된 페이스북 신화. 이제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은 남자가 된 프린스턴대 출신의 아마존 신화. 거의, 그리스 로마 신화급으로 인기가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덕분에 FAANG이라 불리는 기업들은 멋져 보이기만 했다. 세상을 보다 편리하고 멋진 곳으로 만드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다. 정보를 무료로 만들기 위해서 누군가의 소중한 권리와 자유를 빼앗고, 제약회사 다음가는 리베이트를 실행하고,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하게 해준다는 달콤한 유혹 뒤에 사용자의 모든 정보를 '감시'한다. 가장 빠르고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이들 집단이 더 이상 '쿨'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세상을 뒤바꾸어놓은 멋진 기업이다. 하지만 똑똑하고 영리하고 간교한 그들의 손바닥 위에서 현대인들이 놀아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의 주머니에 돈을 채워주기 위해서! <돈 비 이블>은 철저히 비판적으로 실리콘밸리를 공격한다. '신화'를 다룬 책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지하세계'가 진정한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작가의 시선 속에는 담겨있다.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이 인수했다. 스냅챗도 페이스북이 인수했다. 왓츠앱도 페이스북이 인수했다. 구글을 비롯한 IT 공룡들은 몸집을 불리는 동안 100개(구글은 100개가 넘는다) 가까운 회사들을 인수했다. 전도 유망한 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하여 기술적으로 발전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동시에 눈에 가시 같은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목적도 있다. 후자가 사실은 더 가능성이 높다. 덕분에 실리콘밸리는 창조의 요람인 동시에 창조의 블랙홀이다. 거대 기업을 규제하고 견제하는 수단이 마땅히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상상할 수없이 많은 기업이 더 큰 기업에게 잡아먹힌다. 인수합병이 진행된 이후에도 자신의 회사에서 원래의 비전을 실행하려 노력하는 기업가도 많지만 몇몇의 거대 기업은 슬그머니 창업자들을 내쫓는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엄청난 질투심으로 인스타그램 등의 창업자들을 1년 만에 내쫓은 일은 이제 너무나 유명해졌다. 과연 이러한 생태계가 창조의 요람이라 불릴 수 있을까? 

구글이 소유하고 있는 유튜브,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등은 소위 '관심 상인'이다. 사용자들이 더 오래 머물수록 그들은 돈을 번다. 기업들은 사용자에게 무료로 정보와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인스타그램을 즐길 때 어떠한 돈도 들지 않는다.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 등을 매초 고스란히 전송하는 것 빼고는. 거대 기업들은 '중독'시키는 데에 선수이다. 이제는 '캡톨로지'라 불리는 '설득의 기법'은 구글 등이 세계적인 심리학자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데이터 심리학자들을 고용하여 만들어낸 중독 장치이다. 더욱 오래 머물도록 사용자를 유도한다. 사용자들은 거대 기업에 의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당한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바야흐로 '감시 자본주의'의 시대가 되었다. 


거대 기업들은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는 일이라면 응당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위한 멋진 변화에 필요한 일은 '사악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 세계의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저작권자의 '협조 아닌 협조'가 필요하다. 사업 초기 도서 저작권 협회와 작가를 비롯하여 많은 창작인들이 구글의 사상에 반대했다. 구글은 자신들의 생각이 결코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컨텐츠를 무료로 제공하지 않으면 구글이라는 기회의 바다에 발을 들이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를 들었던 크리에이터들은 결국 거대 기업 앞에 무릎 꿇은 난쟁이가 되고 말았다. 

미국의 방위산업과 제약산업의 로비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치인들에게 정치 자금을 제공하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안을 통과시키고 여론을 조성한다. FAANG은 제약업체에 맞먹는 로비스트들이다. 정보 통제, 자신들의 생태계 조성 등을 위해 그들은 공식 로비스트, 비공식 로비스트 등 사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 워싱턴으로 향한다. 과연 처음부터 정보 검색의 민주화를 꿈꿨던 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큰 인터넷 서점을 꿈꿨던 기업이 이랬을까? 저자는 IT 공룡들의 몸집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처음의 멋진 사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시장을 독점하기 위한 탐욕만이 가득해진 것을 비판한다. 그들의 비전이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탐욕스러운 비즈니스 마인드만 남아버린 소위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의 현재가 안타깝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를 다룬 꽤나 많은 책을 보았지만 한 번도 머리에 담지 못했던 생각들이었다. 그들은 위대했고 놀라웠고 신과 같았다. 그들 덕분에 세상은 보다 좋아졌으니까! 그들은 세상을 보다 좋은 곳으로 바꾸는 일에만 관심이 있는 줄 알았다! 얼마나 순진했던지. <돈 비 이블>과 같은 비판적인 내용의 책을 조금 더 읽어봐야겠지만, 실리콘밸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하늘에 닿기 위한 탐욕만 가득했던 신격화된 존재는 언제나 좋지 않은 결말을 맞았다. 세상을 멋지게 만든 우리들의 신이 다시 세상을 위해 혁신에 관심을 가지길 바라야 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신의 본 모습을 바라볼 수 있어야 신을 견제할 수 있다. <돈 비 이블>은 실리콘밸리의 신과 영웅들의 본 모습을 일깨워주는 날카로운 칼이었다. 


실리콘밸리의 신을 견제하는 날카로운 칼, <돈 비 이블>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세종 서적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출처 : 

1) https://unsplash.com/photos/c4aT8MfEzdw?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2) © Clker-Free-Vector-Images, 출처 Pixabay

3) http://www.ogqbackgrounds.com/backgrounds/153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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