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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땡땡 Mar 02. 2021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

  나에겐 당연한 일들이 남들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들으면 당연한 거 아냐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생각보다 내가 당연시 여기는 것들을 남들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길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난 한 번도 신라면이 맵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예전 룸메 언니가 매운 것을 잘 못 먹어서 비빔면도 맵다고 하는 얘길 듣고 놀랐던 적이 있었다. 불닭볶음면에 캅사이신을 뿌려먹는 나로서는 (그땐 극단적인 매운맛을 추구했었다) 신라면이나 비빔면은 맵지 않은 게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 있구나 하고 알게 된 경험 중 하나였다.

  음식에 관한 또 다른 일화도 있다. 어릴 적 가끔 부모님이 라면을 끓여주실 때 항상 계란을 노른자까지 다 풀어서 끓여주시곤 했었다. 그래서 나도 혼자 라면을 끓일 수 있을 나이가 되었을 때부터 계란을 노른자까지 풀어먹었었고 그게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 그러다 TV에서 라면 끓일 때 노른자를 터트릴 것인가 말 것인가로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는 노른자를 안 풀고 반숙으로 먹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곤 다음에 라면을 먹을 때 그렇게 끓여보았고 그 뒤론 노른자를 풀지 않게 되었다.

  식습관 외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어느 지역에선 버스에서 내릴 때 카드를 찍고 내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도 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사건에 대한 생각이나 행동 또한 개개인이 가진 가치관에 따라서도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내 경험으로 예를 들자면 2년 전쯤 어느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었는데 내 이력서에 일본 유학이 쓰여있자 왜 일본에 갔었는지 물어봤었다. 면접을 봤다 하면 거의 항상 듣는 질문이었기에 별로 당황하지 않고 이러이러해서 다녀왔다고 대답을 했었다. 그런데 돌아온 말은 '그건 말이 좀 안 맞죠?' 였었다.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닌데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와서 당황했었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남들이 틀린 것은 아닌데 그런 얘기를 들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사실을 말한 건데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합당한 이유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결국 그 회사는 합격했지만 입사하지 않았고 그 일을 계기로 나도 남들을 내 생각대로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되었다. 그때쯤부터 생긴 내 입버릇 중 하나는 '그럴 수 있지'였다. 내 기준에선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상대방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에는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와 사정이 있을 테니 함부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다짐과도 같은 말이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나도 모르게 함부로 판단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말조심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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