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도 아니고 실패도 아닌 머리스타일 과도기
최근 몇 개월은 평소보다 미용실에 자주 갔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탈색을 해보자 한 게 시작이었는데 한 번 머리를 물들이자 주기적으로 염색을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렇게 물들인 머리는 매번 엄청나게 만족스럽지도 그렇다고 마음에 안들 지도 않는 애매한 결과가 나왔다.
그러다 두 번의 탈색과 몇 번의 염색으로 빗자루가 되어가는 나의 머릿결을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탈색모는 매직이 어렵지만 복구 매직이라는 것도 있으니 희망을 품고 미용실로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내 머리로는 매직이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굳이 하고 싶다면 해줄 수는 있지만 머리가 다 녹아버릴 테니 차라리 클리닉을 하는 게 어떻냐고 추천을 해주셨다. 잠시 고민하다 클리닉을 받기로 하고 잠시 대기하다가 차례가 되어 앉았는데 그제야 가격표가 눈에 들어왔다.
'오우 큰일 났네'
가격표를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내가 고른 (추천받은) 클리닉은 10만 원이 넘어가는 클리닉이었다. 거기다 머리도 자르기로 해서 커트 비용도 추가가 되는 것이 아닌가. 미용실에서 클리닉만 따로 받아본 적 없기에 평균 금액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다음 달 카드값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소심해서 환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나는 차마 이제 와서 안 하겠다고는 못하고 다소 무거워진 마음으로 클리닉을 받았다. 얼떨결에 그 미용실에서 제일 비싼 시술을 받게 된 것이다.
결과는 머릿결도 살아나고 매직한 것 같은 효과도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비싼 값을 하는 것 같았지만 금전적 여유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 솔직히 마냥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며 비싸고 좋은 매직 했다고 생각하기로 했지만 한동안은 씁쓸한 마음이었다.
사실 씁쓸함의 근본적인 원인은 비싼 클리닉 가격보다는 서두에 말했듯이 최근 몇 개월간 미용실에 가서 원하는 결과가 나온 적이 없었다는 데에 있었다. 작년에 1차 탈색을 했을 때 내가 원하던 색은 탈색을 두 번은 해야 나오는 색이었지만 머리가 상할까 걱정되어 한번만 하는 바람에 원하는 색깔을 얻지는 못했었다. 그 후 아쉬운 마음에 탈색을 한번 더 했지만 이미 입혀진 색 때문에 생각처럼 되지는 않았다. 어차피 탈색하면 상할 거 그냥 처음부터 두 번 할걸 하는 후회가 들었고 그 후회의 마무리가 금번 클리닉 사태(?)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미용실에 갈 때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은 아니었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 탈색하고 염색을 했을 때도 내가 원하던 색상은 아니었지만 잘 어울린다는 평을 많이 들었었고 이번 머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의 판단 미스로 생긴 일들이기에 대체 미용실을 얼마나 다녀야 이런 미스를 안 할까 싶었다. 실패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성공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나의 미용실 과도기가 이제는 막을 내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