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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땡땡 Nov 12. 2023

추억 덧입히기 실패

feat. 퀘벡 여행

  한 달 전에 퀘벡 여행을 다녀왔었다. 캐나다에 왔으니 단풍은 보고 가야지 했던 것도 있고 많은 사람들의 인생드라마로 꼽히는 도깨비의 촬영지이기에 캐나다에 있는 동안 가봐야지 했던 곳 중 하나였다. 난 드라마를 잘 안 보는 편이지만 도깨비는 재미있게 봤어서 꼭 가보고 싶었다. 마침내 생일도 10월이라 생일 기념 겸 단풍구경 겸 겸사겸사 다녀오게 되었다.

  사실 몇 달 전 뉴욕에 다녀왔을 때 캐나다에서 갔던 거라 그런지 생각보다 외국 느낌이 안 나서 아쉬웠었는데 뉴욕에서의 아쉬웠던 기억 때문인지 퀘벡도 가보고 싶었던 거에 비해 기대는 크지 않았다. 그런데 기대가 없었던 게 무색하게 생각보다 아주 좋았다.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한 올드퀘벡은 유럽느낌이 났고 내가 있는 토론토는 영어권인데 비해 퀘벡은 불어권이라 그런지 더 외국 느낌이 났다. 예전 프랑스 여행 갔을 때도 떠오르고 도깨비 OST를 들으며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그리고 다시 토론토에 돌아온 후 도깨비 다시 보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드라마를 다시 보면 퀘벡 여행 때가 생각나겠지 했지만 정작 생각나는 건 일본에서의 기억들이었다. 그렇다, 도깨비가 한창 방영중일 때 난 일본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그 당시에 드라마도 잘 안 보던 내가 몇 안 되는 낙으로 도깨비를 봤었는데 약 6~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도깨비를 보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다. 퀘벡까지 다녀왔으니 앞으로는 도깨비를 보면 캐나다를 추억하겠지 했던 내 기대가 산산이 부서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퀘벡에서 촬영한 부분은 ‘아 저기 갔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퀘벡 여행의 목적이 일본에서의 추억을 지우기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일본을 떠난 지 꽤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을 떠올릴 줄은 몰랐기에 스스로도 놀랐다. 결국 드라마 도깨비에 대한 추억은 일부만 퀘벡 여행으로 덧입혀진 데에 그쳤다. 어쩌면 내가 아직 캐나다에 있어서 그렇지 몇 년 후에 다시 보기를 한다면 캐나다에서의 추억도 떠오르지 않을까 하며 정주행 중이다.(보다가 중간에 끊겨서 아직 정주행을 끝내지 못했다)

  곧 한국에 돌아가는데 꼭 드라마에 관련된 게 아니더라도 남은 기간 동안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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