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모쌤 손정화 Sep 23. 2024

세상의 언니들은 다 똑같구나!

나도 언니인데...

“ 응 언니”

화장실 밖에서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 ㅇㅇ만들었는데 가져다줄까?”

멀리서 들리는 통화하시는 분의 언니 음성이 들렸다.

들리는 소리가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무언가를 먹을 거냐고 물어보는 소리였다!

“응 이따 내가 갈게”


마치 내가 언니와 통화하는 것만 같은 익숙한 언니의 음성!

‘언니들은 다 똑같구나!’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응? 그런데 나도 언니인데?’

나는 동생에게 이런 내용의 전화를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동생들이 나에게 전화해 언니처럼 챙겨준다.

역시 나는 아직 철이 덜 든 어른인 건가?


언니라면 갖추고 있어야 할 것들이 내겐 없다!

있기는 하나 방향이 다르고 내가 가진 것을 동생들이 필요로 하지 않고 살아갈 가능성이 크다!

삶의 지혜, 살림의 기술, 깊은 관심과 공감력! 이런 것들이 내겐 부족하다! 아니 없다!

시키는 대로 알려주는 대로 잘 따르는 온순함! 순종!

자칫 나약함, 무지함, 어리석음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느긋함!

내가 가진 것은 누구도 배우려 하거나, 부러워하거나, 원하지 않는다!

다만 그런 나를 인정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내 동생들이 나를 생각하며 방금 내가 한 생각을 할까?

‘언니들은 다 똑같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언니들이 다 똑같은 것이 아니고 동생들 중 나 같은 애가 꼭 있다는 쪽이 맞으려나?

아니면 ‘어느 집이나 손 많이 가는 사람이 있다?‘

손이 많이 가는 게 맞긴 하다!

가만 두고 보면 손해 보고 있을 것 같고, 누군가에게 당하고 있을 것 같고, 대충 해 먹을 것 같고, 건강에도! 부에도! 신경 끄고 살 것 같아서 이 사람 저 사람 대신 살아주는 듯하다!

그런 민폐를 의도하지 않았는데 끼치고 살고 있다!


대신 걱정해 주고!

대신 싸워주고!

대신 만들어주고!

대신 준비해 주고!

대신

대신

대신


이런 나이지만 내가 잘하는 것에서는 앞장을 선다

그러나 먼저도 말했지만

아무 관심이 없는 동생들에게 언니 노릇이 쉽지 않다!

삶의 안정을 추구하고! 주고받는 것이 정확해야 하고!

투자한 만큼 이익을 남겨야 하는 가치를 지닌 지극히 정상적인 삶을 사는 언니, 동생들에게

안정적이지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안 해 본 일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나의 가치는 뜬 구름 잡는 허황된, 비현실적인 것일 테다!


“처형은 당신 주려고 더 사는 거 아냐?”

“엄마 큰 이모는 왜 다 엄마를 줘?”


그러게 말이다!

나도 언니인데 난 동생들에게 줄 게 딱히 없다!

나만 언니가 아니라 다행이고!

나에게 언니가 있어서 감사하다!


언니 고마워!






매거진의 이전글 누굴 그렇게 미워했길래 속이 뒤집어졌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