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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체유심조 Aug 01. 2020

부모와 자식

그 무거움에 대하여

아버지가 30대 초반의 나에게 아직까지 하는 말이 있다. "아직도 초등학생 같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언제쯤 부모님도 막내딸인 나를 어른으로 봐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러다 언젠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TV장면을 보았다. 100살 가까이 된 노모가 70살 가까이된 딸에게 "아직도 너는 내 눈에 아무것도 못하는 아기이다"고 하는 장면이다. 나는 그제서야 피식 웃으며 "나는 언제쯤..." 하는 생각을 관둔다.


오랜만에 홀로 부모님 댁에 갔다. 아무래도 부모님께 남편과 같이 가서 하는 대화와, 혼자 가서 하는 대화에는 차이가 있다. 가끔 혼자 가면 결혼 전에 그랬던 것처럼 부모님과 대화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좋다. 그런데 가끔씩 보는 부모님의 모습이 왜이렇게 내 마음을 울적하게 하는지. 흰머리가 늘어나고, 머리숱이 적어지고, 체구도 키도 조금씩 작아져 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속으로 눈물을 삼킨다.


부모님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데 참 좋았다. 좋으면서도 서글펐다. 예전에는 그저 매 순간이었던 평범했던 부모님과의 저녁식사가 이제는 자주 오지 않는, 희귀하고 소중하기만 한 순간이 되어버린 것에 대하여.


이제는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부모님의 기준에서 아직도 어리기만 한 딸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성인으로 대해 주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예전에는 하지 않던 얘기들도 하신다. "얼마 전에 지하철을 탔는데 1년 후면 요금을 안 내는 나이라고 하네. 내 나이가 그렇게 됐나 해서 슬퍼." 와 같은. 이러한 말을 하신다는 것은 이제는 나도 감정적으로 의지할 만한 딸이 되었다는 것인데, 나는 이런 말을 듣는 것이 어색해서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 머리속이 텅 빈다. 자녀 앞에서 약한 모습을 절대 보여주려 하지 않으셨던 분들이라 이런 말들을 듣는 것이 나에게는 아주 어색한 일이다.


 아버지는 결혼한 햇수를 세어보시고 "그래도 나는 엄마를 선택해서 지난 38 동안 행복했어."라고 말씀하신다.  말에 어머니도 나도 웃으면서 눈물을 훔쳤다. 좋은 이야기인데  눈물이 나는지. 자꾸만 이제 본인들은 지나간 세대처럼 이야기하는 모습이 슬펐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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