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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둥 Aug 09. 2022

미래의 기술로 바라본 현대의 문제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안경삼아 사회를 바라본다



본 글은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우리는 흔히 SF 장르에 대하여 기계로 가득한 과학적인 이야기이자 모든 것이 가능한 미래를 담은 소설이라 생각한다.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7개의 단편집으로 구성된 SF 소설이다. 그가 그린 미래에는 유전자 개조, 외계 행성에서 외계인과의 조우, 타 행성으로의 이주, 감정을 존재하는 물체로의 구현, 데이터를 통한 죽은 사람과의 만남 등이 가능하다. 한편그녀의 소설은 이러한 과학기술을 안경 삼아 다양한 갈등을 바라본다. 지난 2020 서울 국제도서전에서 강연한 그녀는 “낯설게 보기라는 문학 기법을 가장 극단적으로 수행하는 장르가 SF”라고 말한다. 또한 “SF 장르가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그 문제의 배열을 달리함으로써 이를 다르게 볼 수 있도록 돕는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작가의 관점을 고려하여 책이 어떤 과학기술을 통해 문제를 시사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 진행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기술연결과 단절의 절취선 

    책의 네 번째 단편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우주여행을 배경으로 하며, 저명한 여성 과학자 안나의 인생사를 담고 있다. 책은 다른 행성 간의 이주를 가능하게 만드는 2가지 과학기술을 제시한다. 우주선 주변 공간을 왜곡하는 워프 버블을 이용해 다른 은하로 이동하는 워프 항법, 그리고 특정 은하계 주변의 웜홀을 통해 이동하는 웜홀 항법이다. 후자가 훨씬 경제적이고 빠르다는 이유에 의해, 시간이 지날수록 워프 항법을 이용하는 우주선이 줄었는데, 이는 워프 항법을 이용하는 행성 간 이동의 단절을 의미한다. 워프 항법을 활발히 이용하던 시기, 안나는 남편과 아들만 먼저 타 행성으로 이주시킨다. 그러나 그녀의 연구와 일이 정리될 때쯤, 웜홀 항법으로 대체로 인해 워프 항법을 이용한 우주선의 이동이 사실상 사라진다. 이를 보며, 사람을 연결하는 기술이 단절을 부추기는 기술이 될 수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현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스마트폰이 필수가 되어버린 현대는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며 많은 것을 디지털화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할 줄 모른다면 공공기관을 비롯해 원하는 장소를 이용하거나, 필요한 의학적 대처를 신청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러한 사회의 모습이 오히려 기술을 이용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사이의, 즉 소외된 자들과의 분리를 가속하는 것이 아닐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모호한 서술로 인한 몰입 방해

    책은 전반적으로 유전자 변형, 마약을 이용한 감정의 물체와 등 다양한 부분에서 과학적 근거를 잘 설명하여, 독자의 흥미를 유지하는 데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일부 불명확한 단어로 넘어가 독자가 배경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세 번째 단편인 ‘공생 가설’은 동물과 아기의 생각을 언어로 옮기는 생각-‘표현 전환 기술’을 소재로 서술된다. ‘단분자 추적 이미징 기술’을 이용해 활성화한 뉴런의 패턴을 읽어 대상의 생각을 언어로 옮긴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단분자 추적 이미징 기술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고 뉴런의 패턴에 관한 서술 또한 없다. 그 때문에 과학적 논거가 부족하다 느껴서 독자가 소설 속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데에 어려움을 준다.



독자의 집중도를 높이는 다양한 전개 방식

    본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인상 깊은 전개 방식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독자가 몰입하여 서사에 공감할 수 있도록 도우며, 저자가 만들어낸 세계에 발을 디딜 수 있게 돕는다. 첫 번째 단편소설인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는 편지글 양식으로 전개된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편지의 수신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첫 번째 문장은 독자가 그 사연을 궁금하게 만든다. 또한 결론을 먼저 밝히고, 해당 결론에 다다르기까지의 과정을 후에 서술하는 방식도 인상 깊다. 

네 번째 단편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또한 독특한 전개 방식을 가진다. 주인공 안나를 설득해 우주 정거장으로부터 내쫓아야 하는 직원의 시점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가 기다리는 우주선은 자기 가족이 있는 행성으로 향하는 것이지만, 이는 더 이상 운행하지 않으며, 사실상 그녀가 머무는 우주 정거장 또한 철거해야 한다. 직원은 이러한 그녀의 상황에 연민 어린 시선을 보내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에 고민한다. 이는 독자에게 직원의 선택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소설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공상과학미래를 배경으로 현재의 문제를 담다

    이 책은 공상과학 소설로, 상상 속 미래를 배경으로 현대 사회의 갈등을 시사하는 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저자 김초엽은 자신의 7개의 SF 단편을 통하여 다양한 과학 기술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서사를 이끌어간다. 그녀가 창조해낸 세계를 통해 바라볼 수 있는 소설 속 갈등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시점에서도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갈등이다. 기술로 인한 소외는 지금 이 시점에도 일어나고 있으며, 미래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의 발전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때론 저자의 상상 속 미래를 설명하기에 부족한 과학적 근거는 독자의 몰입을 방해할 때도 있지만, 다양한 전개 방식은 독자의 흥미를 완독까지 끌고 가기에 무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과학적 상상력이 가득한 그녀의 포근한 세계로 더 많은 독자가 초대되길 바란다.

















안녕하세요, 

브런치 작가로 처음 글을 쓰는 둥둥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고 서평 혹은 이를 통해 느낀 감정을 담아 독후감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인상 깊게 읽은 책을 추천하거나 책으로 인해 바뀐 생각 혹은 가치관에 대해서도 적으려 합니다.


이번에 제가 소개드리고 싶은 책은, 김초엽의 단편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입니다.


이 글은 브런치 작가로 신청할 때에 자기소개와 함께 등록한 글이기에 의미가 깊습니다.


책을 추천해줌으로서 제가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발점을 만들어준 친구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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