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처음 본 건 초록이 깊숙히 물들어가는 초여름으로 기억한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옷차림에 정연한 말 솜씨 더구나 중간 중간 곁들이는 유머는 나를 한순간 그에게 빠지게 했다. 그러나 그 사람을 내 마음속에 각인한 건 옷차림도 말솜씨도 유머도 아니었다. 그건 그 눈동자의 흔들림이였다 당찬 논리와 트렌디한 외모 속에 보이는 그 눈빛
오늘 그 사람의 새로운 눈을 보았다. 눈두덩이는 무덤처럼 부어있다. 그 눈빛 보는 순간나도 모르게내 눈에 물기가 스며들었다. 그의 눈 속에 온통 여름 한낯 거미줄 같은 붉은 실핏줄이였다 아무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 ‘잘 이겨나자’라고 맘속에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