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들어 농사를 짓는 마을 사람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그때 한 농부가 보(저수지)를 터서 아래 논부터 차례대로 물을 대는 ‘팻물’를 제안한다. 모두가 동의해 물을 나눠갖기로 할 때, 한 농부가 자신의 논에 물을 먼저 튼다. 농부의 마음이 좋지 않다. 그러나 곧바로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농부는 운다.
‘지독한 가뭄이다.’
첫 장면, 첫 문장을 보자마자 마음이 쿵, 하고 내려 앉는 기분.
실제로 비가 내리지 않아 땅이 말라가는 가뭄과 그로 인해 쩍쩍 갈라지는 농부의 마음, 그리고 마음이 지독히 건조한 누군가의 마음까지 한 번에 후벼파는 문장이라서 글자를 오래 노려봤다. 지독한, 가뭄. 이렇게 말해봤다. 지독한, 마음. 이렇게도 말해봤다.
간결한 문장들과 거친 붓 질감의 삽화로 그려낸 이 그림책은 가뭄을 무엇보다 잘 나타냈다.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는다면 그림과 텍스트를 아주 천천히 읽기를 추천한다. 가뭄이 무엇인지 지독하다는 게 무슨 뜻인지, 지독한 가뭄은 또 무슨 뜻인지, 농부들은 왜 이렇게 물을 트는 일에 애가 타는지, 농부 한 명이 자기의 논으로 물을 텄을 때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그러나 비가 내렸을 때 농부는 왜 울었을지 대화하며 읽길 바란다.
아이와 함께 나눌 이야기
가뭄이 뭘까?
농부 아저씨는 마음에 가뭄이 들어서 본인의 논에 물을 텄던 것 같아.
마음에 가뭄이 들면 어떻게 될까?
네 마음에도 가뭄이 든 적 있어?
차근차근, 천천히 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즐겁게 대화해보세요. 부모님의 마음에 가뭄이 들었을 때도 함께 이야기해주면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