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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니스 Oct 31. 2024

오늘의 일기

눈 맞춤에 관한 고찰

눈을 잘 마주치세요?

대화할 때 눈을 보나요?

눈빛은 참, 중요하죠?


의외로, 눈 맞춤이 쉽지 않은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쑥스럽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눈 맞춤은 많은 것을 담아내죠. 지금 딴생각을 하는지, 나에게 집중을 하는지, 심지어 상대방을 향한 마음의 온도까지도.


나는 불편한 상대는 눈을 거의 보지 않고 대화를 해요. 부담스럽거등요. 내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기도 하겠죠. 상대를 바라볼 내 눈빛을 상상하면, 참 적나라하고도 못됐을 것만 같아 차라리 바라보지 않기를 선택하는 것 같아요. 무관심과 냉대로 일관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랄까? 그만큼 나는 애정하는 사람에겐 무한대의 따뜻한 눈 맞춤을 선사하죠.  그래서인지, 나를, 내 눈을 피하지 않는 시선은 그 어떤 비언어적 메시지보다 강렬하고, 온전한 집중을 나에게만 쏟아내길 바라게 만들죠. 나만 바라보길, 그렇게 깊은 눈으로 쭈욱 바라봐 주길, 기대하게 만들어요.


최근에 깨달았어요. 내가, 눈 맞춤을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눈 맞춤은 참 짜릿해요. 그리고 두근거려요. 그 어떤 스킨십 보다도 가슴을 설레게 하죠.


그렇게 눈을 통해 마음이 흘러가버려요. 더 이상 흘러가지 말았으면 하는 것들 마저, 차고 넘쳐 버리죠. 막을 수가 없어 질끈 감아버리는 눈 안에, 여전히 남아 맴도는 그 눈동자. 이걸 어찌한담. 이를, 어찌할까요?


앞으로 나는, 그 눈을 피할 수 있을까요? 나 혼자서만 다 가져 버리고 싶은 그 눈빛을. 다른 이들과는 공유하고 싶지 않은 그 설렘을.

당신을 보는 나의 눈빛은 무얼 담아내고 있을까요? 어디까지 흘러가고 있는 거죠? 멈출 수가 없어요. 잡을 수도 없어요. 바보 같기는. 웃지 마세요. 쳐다보지 마세요. 쳐다보지 않겠어요. 흘러가게 두지 않을 거예요. 헛된 다짐은 잊히지 않는 까만 눈동자에 파묻혀 버려요.


오늘은 관찰을 했어요. 다른 사람을 쳐다볼 때의 눈빛은 어떤 온도인지. 얼마큼의 시간인지. 눈빛을 할애하는 만큼의 애정을 담아 나를 바라봐준다면, 나 또한 그에 비등한 깊이의 눈빛으로 쳐다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웬걸, 내가 먼저 눈을 피해버린 거 있죠? 내가, 부끄러워하는 거예요. 마음을 들켜버린 어린아이처럼. 요즘 아이들 말로 동공이 지진 난 듯 흔들리며, 내 마음도 같이 흔들려 버렸어요. 눈을 피하는 순간 알았던 거예요. 나의 눈빛은 더 이상 우정의 온도가 아니라는 것을요. 아니죠. 이미 알고 있었지만 부정하던 그것을 인정하는 패배감이라고 하는 게 낫겠어요. 스스로에 대한 패배감이요.


눈빛을 거둬요. 더 이상 따뜻하지 않을래요.

그 온도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을래요. 그러니, 그런 눈으로 그만 쳐다봐주세요. 이제 그만 따뜻하라고요. 하지만

갈 곳 없는 이 마음은, 조금만 더 있다 거둬들일게요.


고이지 않게

그저 흘러가는 그대로


잠시만 가만히 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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