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천수 Jan 02. 2022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있는 삶의 무대는 지금 이 순간이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시간은 날마다 똑같은 간격으로 돌아가지만 우리는 날마다 똑같은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더구나 미래의 어느 날이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현재의 행복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지금 이 순간의 행복조차 놓쳐버리는 것은 아닐까. 어제는 지나간 시간이고 내일은 오지 않은 시간이다. 삶의 시간은 날마다 다가오지만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우리가 존재하는 지금 이 순간에 하고 있는 일이 아닐까 한다. 내가 살아있는 삶의 무대는 바로 지금이니까.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스’의 멤버였고 전 세계 음악 팬들의 영원한 우상이었던 존 레넌은 "인생이란 어떤 계획을 세우는 사이에 그것과 다른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은 자신이 처한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는 말일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인생의 어떤 계획을 세우느라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에 우리의 주변에 있던 사랑하는 사람들이 때로는 알 수 없는 다른 곳으로 떠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죽음을 맞이하여 더 이상 볼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 함께 있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나 즐거움을 놓치지 말라는 의미를 전해주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자신만의 ‘고도’를 갈망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끝내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자신만의 ‘고도’를 기다리느라 아무런 생각도 없이 행동하며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자는 않는지. 자기 삶에서 찾고자 하는 ‘고도’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겠지만 진정한 사랑이나 사회적인 성공, 돈이나 명예, 영원한 행복 등 그것이 뭐든 추상적이고 찬란한 미래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지금 이 순간이 가진 의미는 어떻게 정의할까 싶다. 마찬가지로 그들이 기다리는 것을 만났을 때 그들이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되었을 때 그들은 과연 행복할까?라는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평소 무슨 일만 하려고 하면 결정적인 순간에 생각지도 않은 일이 불거져 나와 훼방을 놓는 경우, 우리는 흔히 '머피의 법칙'을 들먹이며 불평하겠지만 우리의 인생엔 어떤 계획을 세우는 동안 언제나 다른 일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미래를 준비하며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하나 인생은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아무도 내일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모른다. 심지어 내일 자신이 살아 있을지조차도 장담하지 못한다. 어쩌면 우리가 가진 유일한 시간은 지금 이 순간이며, 우리가 의지대로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지금 당장 하지 않고 내일로 미룬 일 때문에 후회해 본 경험을 한 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평소 가보고 싶은 곳으로의 여행을 내일 내일로 미루다가 사고로 걷지 못하면서 후회한 일이, 내일은 사랑을 고백해야지 하고 미루다가 그녀가 이미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 버린 것을 알고 슬픔에 잠겨 방황한다거나, 방금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좋은 글귀를 메모하지 못하고 미루다 그 생각은 이미 내 머릿속에서 사라진 후 머리를 친다거나, 하나 남은 물건을 내일 사려고 망설이다 그 물건이 이미 다른 사람에게 팔린 후 허탈해하는 등 내일로 미루는 일 때문에 후회하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거나 직접 경험했을 수도 있는 일이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 시골 담벼락을 예쁘게 수놓은 가장 흔한 꽃 중에 하나가 나팔꽃이었다. 그러나 나팔꽃은 아침에 피어 있을 때의 모습을 외면하고 나중에 볼 것이라 미루다, 저녁에 찾아보면 꽃의 화사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이미 시들어 버린 모습을 보며 허탈함에 후회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꽃말이 '덧없는 사랑'이라고 하는가 보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라는 가요도 있지 않는가. 나팔꽃은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진다. 아름다운 꽃일수록 수명이 짧다는 말이 있지만, 나팔꽃의 수명이 짧은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의문이 든다. 어쩌면 나팔꽃도 피어 있는 순간의 즐거움을 놓치면 후회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팔꽃


우리는 내일 하려고 미루는 어떤 일의 이유보다 지금 하고 싶은 일의 이유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불확실한 삶 속에서 내일을 기대하기보다는 지금을 더 소중히 간직하고 지금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것이 내일이 와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지 않은 내일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손에 잡히지 않은 신비한 무지개의 일곱 빛깔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듯한 희망을 그리며 내일을 기다리지만, 내일이 되면 또 다른 내일로 미루며 살아간다. 우리는 결국 삶에서 끝까지 내일을 만나지 못하는 평행선 위에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오직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은 언제나 오늘뿐인데도.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울산 간절곶의 폐쇄로 해맞이를 영상으로도 보지 못한 채 아침 7시 36분, 창문을 통해 비추는 햇살을 온몸에 맞으며 임인년 새해를 맞이한다. 아울러 ‘건강과 행복을 빌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짧은 메시지를 몇몇 지인에게 보내며 나만의 위안으로 삼았다. 새해에는 내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오늘 해야 할 일은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지금 당장 하겠다는 마음의 언약을 해본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때는 바로 지금이며, 지금 이 순간도 지나가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라는 것을 되뇌면서.          

일출







매거진의 이전글 한란의 기억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