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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천수 Dec 15. 2022

낯설지 않은 외로움의 손짓

능소화 연가







  

어느 여름날, 보슬비라도 내리는지 빨간 우산을 든 보라색 원피스의 여인이 고즈넉한 서원의 돌담길을 혼자 걷고 있다. 돌담 위엔 고개 내민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떨어진 꽃잎은 비에 젖어 울고 있다. 임금에게 은총을 받은 궁녀 소화가 임금을 기다리다 상사병으로 죽은 후 피어난 꽃이 능소화라는 슬픈 전설을 지닌 꽃. 담장 너머로 고개 내민 능소화의 붉은빛 자태가 그리움을 피워내고, 여인의 발밑에는 희미한 그림자가 비에 젖어 외로움의 빛깔처럼 내비친다. 어쩌면 그것은 내게 보내는 낯설지 않은 외로움의 손짓이리라.

   

그대 언제 오시려나
내내 기다림에
돌담 위로 고개 들어
그리움만 피워내는 능소화’  


능소화 연가 / 박천수




<능소화 연가>는 내가 한국화를 접하면서 처음 그린 작품이다. 학창 시절에 그림을 그려본 이후 얼마만인지도 모른다.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다. 지난봄, 우연한 기회에 지역 공공도서관에서 개설한 한국화 강좌에 참여하면서 시작된 나의 그림 그리기는 지금 진행형이다. 그림은 누구의 간섭 없이 혼자서 조용히 그릴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마도 인간의 본성일 것이다. 그 말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동안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평소에 지나쳐 버리던 눈앞의 풍경과 사물에 대해 관심 어린 관찰을 하게 되는 습관을 얻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사물을 관찰하고 먹과 물, 붓, 채색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느새 나는 일상에 찌든 나를 잊고, 보다 충만하고 고양된 감정을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완성된 그림을 바라보며 느끼는 희열감과 평화로움, 해냈다는 자신감, 그리고 스스로 위로하는 법을 깨달으며 내 삶에 활기와 함께 더 많은 긍정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다.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내 그림 속에 솔직하게 표현하는 일은 '나다움'을 보여주는 힘이 아닐까. 그림에는 확실히 그런 힘이 있는 것 같다.


나의 그림이 다른 사람에게 작은 공감이라도 불러일으킨다면 아마도 그건 내게 주는 아름다운 선물일 것이다. 오늘 당신은 특별한 일상을 꿈꾸는가? 그럼 지금부터 내면의 자신을 만나 그림을 그려보자. 자기만의 감성으로 그려보고 싶은 욕구가 꿈틀댈 때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다. 훌륭한 예술가는 모두 자기 자신을 그린다"

는 미국의 화가, 잭슨 폴락의 말을 되새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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