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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터테이 Mar 16. 2020

봄내음 완연한 녹차밭

다리미로 눌러놓은 녹차, 본 적 있나요?

ㅣ들어가며ㅣ


내가 사는 곳, 중국 항주는 절강성의 대표 도시이다. 

항주는 서호 용정차로 아주 유명한 곳이며, 이곳 절강대학교의 차학과는 학문적으로 꽤나 인지도가 있는 학과이다. 다들 생소하겠지만 중국은 차의 발원지답게 차학(茶学)이 발전되었으며, 차를 전문으로 배우는 차학과가 적잖은 대학에 분포되어있다. 


나는 이곳에 차를 공부하러 4년 전에 오게 되었다. "한 번만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게 해 주세요!"라며 그렇게 염원했던 나의 늦깎이 대학원 생활이 시작되었고, 중국을 처음 왔을 때 보다 더한 두근거림으로,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그렇게 설레고 희망찬 발걸음으로 항주를 맞이하게 되었다. 


중국인들의 차를 대하는 방법, 즐기는 문화, 아주 많은 차의 종류 및 생화학을 기초로 한 차의 효능까지, 우리가 여태껏 차에 대해 알지 못했던 모든 것을 담아내고자 합니다.  




찬바람이 잦아들고 포근한 바람이 가끔 몸을 감쌀 때쯤엔 항주의 차밭도 싱그러운 새싹으로 가득하다. 사람의 허리춤 정도의 높이로 자란 차나무는 고랑 사이로 사람이 지나다니며 올해의 새로운 찻잎을 채엽하기 좋도록 가지런히 정돈되어있다. 깍두기 아저씨의 각진 모양이 아닌 밤톨 모양으로 동글동글 재단된 차밭은 최대한 그늘지지 않고 채광을 좋게 하기 위한 나름의 깊은 뜻이 담겨있다.    


서호 용정차 밭


50여 년을 서호 용정차를 만들어 오신 장인의 손은 분명 세월을 말하듯 울퉁불퉁 투덕해졌으나, 그의 손끝에서 나오는 녹차의 맛은 그렇게 부드럽고 여들여들 할 수가 없다. 


올해 새롭게 올라온 찻잎


새로 올라온 찻잎이 2~2.5cm가 되면 1아 1엽 혹은 1아 2엽을 기준으로 채엽을 한다. 위의 사진 속 장인이 채엽하고자 잡고 있는 찻잎이 1아 2엽, 즉 가운데 씩씩하게 솟은 싹과 이를 감싸고 있는 두 개의 잎을 같이 따는 것이다.   


서호 용정차는 우리가 흔히 보았던 살짝 꽈배기처럼 뒤틀린 모양의 녹차처럼 형태 만들기의 과정 없이 가마솥에서 손바닥으로 잎을 눌러서 덖어내기에 다리미로 납작하게 눌러놓은 형태의 녹차가 만들어진다. 형태 만들기 과정을 거치게 되면 잎이 부서져서 좀 더 깊은 녹차맛을 낼 수 있는 반면, 서호 용정차는 이런 과정이 없기에 좀 더 가볍고 깨끗한 맛을 낸다. 


100% 수공으로 만들어진 서호 용정차


처음부터 끝까지 수공으로 만들어지는 서호 용정차는 기계로 만들어지는 것보다 색이 좀 더 짙어지고 새싹과 잎이 대체적으로 가지런하게 모아져 쫀쫀하게 뭉쳐있는 모양을 띤다. 이렇게 100% 수공으로 만들어진 서호 용정차는 한 근(500g)에 우리나라 돈 백만 원을 훌쩍 넘긴다. 품질에 따라 수백만원이 되기도 한다. 


자동화 기계로 만든 서호 용정차 


자동화 기계로 만들어진 서호 용정차는 싹과 잎이 벌어져있는 모양을 띤다. 기계가 사람의 손으로 하는 것만큼 비비면서 모아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색은 상대적으로 많이 밝다. 


차 시장은 이제 한창 분주한 시간을 맞이할 것이다. 24절기 중 하나인 청명(清明) 이전에 만들어진 차를 명전차(明前茶)로 부르며, 품질 좋은 상급차를 나타내는 기준이 된다. 그러기에 차밭에서는 청명 이전 최대한 많은 찻잎을 수확하는 게 관건이다. 또한 수확한 찻잎이 상하지 않아야 되므로 차밭에서 채엽해 들어오는 찻잎을 밤낮 가릴새 없이 가마솥에 덖어야 한다. 아무리 천근만근 내려오는 눈꺼풀이라도 다시 한번 두 눈 부릅뜨고 팔 빠져라 덖는다.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라 지금 최대한 만들어야 일 년이 호사롭기 때문이다. 

 

찻잎 따러 원정 오신 아주머니들 (2019년)


하지만 우한 폐렴의 영향으로 차 시장도 많은 타격이 있을 것 같다. 찻잎을 따야 하는 시즌에는 낙후된 외지에서 3주~한 달 정도 찻잎을 따러 이곳 차밭으로 매년 원정을 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우한 폐렴의 확산을 막고 차밭을 보호하고자 이 아주머니들의 출입이 제약될 것 같다. 벌써부터 여기저기 차밭에 일손 부족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올해 차값이 얼마나 오를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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