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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퇴 Dec 02. 2022

이직이 많은 사람들에게 참고가 되는 프로이직러의 경험담

자신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프로이직러의 경험담

나는 이직이 엄청 많다. 그냥 커리어만 보았을 때는 1년 이하의 회사가 많아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서류 광탈이다. 

누군가는 나 같은 사람을 약삭빠르다고 오해하기도 하고 때로는 맷집이 약하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 이직의 사유는 대부분 그곳이 사업을 더 이상 영위할 수 없어졌기망했음 때문이 크고 일부는 피치 못하게 아이 둘 아빠인 내 처지와 기업문화가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런 모습을 일일이 다 설명할 수 없기 그렇게 폄하되는 것도 이해한다. 나라도 그렇게 볼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매번 이직을 성공(?)했고 대부분 오퍼를 받고 갔다. 이직 시 평균 임금 상승률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꽤 높은 수준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늘 역량과 애티튜드에 대해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대표님과 리더들 뿐만 아니라 주니어 팀원들에게 조차 자신 있게 레퍼런스 요청을 할 수 있다.

물론 아닌 곳과 사람들도 있지만 신기하게도 그런 곳과 그곳 사람들은 내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직을 하는 곳에서 내게 고생이 많았겠다고 위로를 해준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자랑이나 자기변명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직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나 나처럼 커리어가 꼬여보이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이다.  


내가 이렇게 커리어 상 상당히 심각한 핸디캡을 가지고 있으면서 과분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정말 우수한 인재가 많음에도 왜 내가 이렇게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 정도면 잘 생..(읍읍)

우선 내가 아직까지 찾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은 자기 객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내가 지금 받고 있는 대우가 내 실제 역량보다 높다고 늘 생각한다. 특히 동종업계든 어디든 남들과 비교하지 않으며 실제로도 나 자신을 기준으로 내 보상을 평가해서 불평이 없다.(사실 절대적으로도 높아서 불평의 여지가 없긴 하다.)

만일 다른 사람에 대한 보상이 불평이 있다면 그건 순전히 회사 리소스 차원에서 불평이지 나와 비교한 상대적인 불만이 아니다. 정말 그가 우리 회사 리소스를 그 정도로 쓰고 있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관점이다. 


   

환경 탓을 하지 않고 증명 가능한 퍼포먼스를 냈다.

스타트업 씬에서는 쾌적한 환경은 거의 없다. 예산 부족, 인력 부족, 개발 지원 부족 그리고 시간 부족 같이 모든 게 부족하다. 심지어 서비스 자체가 부족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더 많은 예산을 원하지 않았다. 서비스 완성도가 최소기준을 도달하지 못한 경우는 예산이 있어도 집행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그로스 관점에서 서비스를 성장시킬 수 있는지 고민했고 그 관점에서 지표 상승을 이뤄냈다. 이 케이스는 따로 포스팅할 예정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태스크를 처리한다.

업무협의를 하다 보면 은연중에 해당팀을 우선순위에 놓는 경우가 있다. 내 경우는 회사를 한 팀으로 인식을 시키는데 노력을 해왔다. 예를 들면 이번 태스크는 ‘그로스 유닛을 위해 지원을 합니다.’와 같은 표현을 하면 꼭 정정을 해준다. '이 태스크는 그로스팀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 태스크가 진행이 됨으로써 우리 지표에 이러이러한 영향을 주어 서비스 성장이 됩니다.'와 같은 내용을 공유해주는 것이다. 


팀 간 리소스 배분 문제로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 경우에도 해당 태스크가 지금 우리 핵심 KPI 또는 OKR 관점에서 어디에 먼저 영향을 주어야 하는지를 짚어주고 거기서 우선순위가 나올 수 있게 교통정리를 해주었다. 그렇게 되면 점차 자연스레 전체 회사단위가 팀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서비스가 우선시 되는 문화가 자리 잡힌다. 


   

팀에 빠르게 녹아든다. 

높은 보상을 주고 경력직을 채용하는 것은 기업으로서도 큰 모험이다. 다양하게 검증을 하지만 실제 같이 일을 해봐야 잘 뽑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스타트업은 더욱 그렇다. 대규모 채용이 아니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하다. 그런 사람이 처음부터 온보딩 기간 동안 기업문화에 녹아들고 팀원들과 잘 지낸다면 나부터도 정말 안도의 한숨이 나올 것이다.


늘 그런 모습을 보여왔다. 우선 우리 팀원들과 1on1을 항상 가졌다. 나에 대한 이해와 내 철학을 공유하고 그 팀원이 가진 이야기들을 듣고 공감을 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점심, 저녁시간을 이용해 타 부서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가졌다. 필요하면 1on1도 진행을 했다. 업무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간의 이해가 녹아들면서 라뽀가 형이 되고 조직이 아닌 사람에게 녹아들면서 자연스레 조직에도 녹아들게 될 수 있었다.


   

나는 늘 회사 분위기를 바꾼다. 

사소하게는 삭막한 분위기 회사라면 양해를 구하고 잠시라도 음악을 튼다. 그리고 사무실 내에 모든 팀, 모든 사람과 대화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자리를 만들어 라뽀를 쌓도록 노력하고 일을 만들어 협업할 기회를 만든다. 그리고 그들에게 늘 도움을 요청한다. 그들이 꼭 필요한 수준이지만 부담스럽지는 않은 선에서. 대부분 그들이 약간의 학습이 필요한 미션들인데 그들에게도 역량 개선과 성취감을 준다. 


일을 위한 일은 절대 아니며 생산성을 올리는 새로운 시스템이나 지표에 도움이 되는 태스크들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팀 간의 보이지 않는 경계가 무너지고 각 팀이 아닌 회사가 한 팀으로 움직이는 느낌을 받으며 실제로 그렇게 되게 한다. 그리고 성장하는 지표를 공유하고 현재 우리 프로덕이 어떤 위치이며 어떤 목표를 향해서 가고 있는지를 알게 한다. 


그 과정에서 상호교감을 많이 하게 되는데 만일 개발이라면 그냥 이런 거 만들어주세요가 아니라 어느 정도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늘 관련 지식과 용어를 배운다. 

만일 트래커를 달아야 하면 관련 문서가 어디 있으며 공수는 얼마나 들고 프로트인지 백엔드 분야인지 단순히 이벤트만 측정하면 되는지 뒷단에서 돌아가는 것을 잡아야 하는지와 같이 최대한 깊숙이 파악을 해서 대화가 되게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개발자들에게 듣는 피드백이 우리가 무슨 서비스를 하는지 정확하게 알게 되었고 단순히 개발만 하는 것이 아닌 무엇에 집중을 해서 개발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일은 하는 곳이다 보니 당위성에 대해서 인식을 하면 능동적으로, 유연하게 바뀌게 된다. 보수적이고 수동적이었던 개발팀도 이렇게 바뀌게 되고 활기찬 팀이 된다. 그것을 종종 해내었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건 어느 조직이든 저항부터 발생한다. 그런데 이 시스템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면 두 손 벌려 환영한다. 예를 들어 개발팀과 대표 간의 퍼포먼스 문제로 갈등이 있는 팀이 있었다. 개발팀은 최선을 다해 야근도 하고 갈아 넣고 있는데 대표는 개발팀이 일정도 못 지키고 퍼포먼스도 못 내고 있다고 비난을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회사는 지라를 쓰고 있었는데 지라를 이용해 주 단위 스프린트를 진행했다. 기획, 개발 전 팀원과 대표가 매주 1회 지라 카드를 펼쳐놓고 우선순위를 선정했다. 우선순위가 할당된 지라 카드의 공수 견적을 산출하고 개발팀 전체의 실제 MM를 산출했다. 결론을 말하면 대표가 스프린트에서 결정된 태스크와는 별도로 지시하는 업무가 너무 많다는 게 밝혀졌다. 이후 정기 배포가 가능한 수준으로 바뀌었고 앱 안정성도 높아졌다. 모두가 만족했다. 


쓸데없는데 관심이 없고 늘 동료(팀)와 서비스를 중심으로 생각한다.

앞의 이야기와 중복되는 이야기일 텐데 정치질에 관심이 없다. 만일 정치질이 생기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끊어낸다. 아니면 내가 떠난다. 나는 돈을 벌려고 왔고 내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온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일이 아닌 쓸데없는 것으로 방해를 받는 것을 용납 못한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도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그게 대표라 할지라도.(대표가 그러면 떠날 수밖에 없다.) 

막을 수 있으면 막았고 막지 못했으면 떠났다. 그게 내가 이직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즐기는 자도 운 좋은 자를 이길 수 있을까?

운이 기가 막히게 좋다. 

사실 이게 핵심일지 모르겠다. 운은 내게 늘 기회와 사다리를 제공했다. 덕분에 늘 좋은 인재 곁에 있게 되었다. 무능함들 천지인 곳에서도 인재는 꼭 있었다. 그 사람들과 친하게 되었고 그들이 좋은 곳으로 이직하거나 창업을 하면서 나를 꼭 데리고 갔다. 그분들 덕에 늘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좋은 점만 썼을 때는 무슨 최고의 인재라도 되는 듯 썼지만 사실 별 내용이 없다. 당연한 것들을 해왔을 분이다. 원칙을 지키고 예측가능성을 더했을 뿐이다. 거기에 교과서적인 내용을 공자왈 맹자왈 하지 않고 실무에 적용시켜왔다. 그러한 것이 커리어상 큰 핸디캡을 가졌음에도 문제없이 이직을 하고 이직을 한 곳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이다.  


이직이 많다고 고민하는 분들은 나 같은 사례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 특히 이 스타트업 씬은 안정보단 성장이고 그 이면에 100개 중 99개가 사라지는 통계가 있다. 때문에 잦은 이직 자체에 포커스를 두지 말고 묵묵히 서비스를 바라보며 잔머리만 굴리지 않으면 된다. 그럼 그 진가를 알아주는 사람은 어디든지 있고 그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우리 서비스밖에 모르는 바보 생활인들을 늘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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