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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해간잽이 May 30. 2022

보내는 마음

 어제는 주말 동안 내 곁에 있어준 남편을 다시 일터로 보냈다. 이곳에서 풍족하게 남는 것들을 몇 개씩 싸다 보니 할머니 생각이 났다. 어릴 적 주말마다 시골에 들렸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도 대충 해가 중천을 넘기고 그림자가 길어지기 시작할 때였다. 할머니께서 콩이며 고추며, 참기름 등 여러 가지를 바리바리 풍족하게 싸주셨던 것에 비하면 내가 남편 손에 들려 보내는 것들은 빈곤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그 시절 매주 우리를 보내셨던 할머니를 생각하며 짐을 쌌다.


 그림자의 꼬리가 길게 늘어질수록 나도 떠나야 하는 남편의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지고 싶지만, 오히려 손에 짐을 쥐어주며 기차 놓치겠다며 등을 떠민다. 차 막히기 전에 어여 가라며 구부정한 허리로 바리바리 싼 봉다리를 바쁘게 옮기시던 할머니가 떠나는 차 뒤에서 한참을 바라보며 손을 흔드시던 것처럼.

  

 오늘은 하루의 시간만큼 생명과 더 멀어진 엄마를 보았다. 나의 시간이 하루만큼 앞으로 전진했다면 엄마의 시간은 1년만큼 나에게서 멀어진 느낌이다. 엄마를 보내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나이에는 어떤 것과 누군가를 맞이하는 것에만 익숙해서 보내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누군가를 보낸다고 생각하니 당장 떠오르는 것은 내가 맞이하게 될 보낸 부분만큼이 떨어져 나가 버린 나의 모습이다.  아마 보내는 마음의 절반은 비어버린 나를 마주해야 하는 두려움일 테고, 나머지 절반은 나를 채워주던 사람을 더 오래 붙잡지 못하는 아쉬움일 테다.



會不會 有一天 時間真的能倒退

退回 你的我的 回不去的 悠悠的歲月

也許會 有一天 世界真的有終點

也要和你舉起回憶釀的甜

和你再乾一杯



언젠가 정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당신과 내가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언젠가 정말 시간이 끝나는 날이 온다면

당신과 추억으로 빚은 달콤함을 담아 잔을 들 겁니다, 건배!

 

《乾杯》————五月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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