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아시아에서 특히 선호도가 높은 직업이다. 한국에서 수년간 교대와 사대는 대표적인 인기 학과이고, 선호하는 배우자 직업 조사에서도 굳건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공무원인 교사는 고용이 보장되고, 안정적인 복지 제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더불어 배움의 가치를 높게 사고 스승의 역할을 중시하는 문화적인 배경도 교사의 인기에 한몫한다. 같은 이유로 중국에서도 교사는 인기 있는 직종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두 나라에서 영원할 것 같았던 '교사'의 아성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한국에서는 교권 보호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반면, 중국에서는 교사의 직업 안정성에 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샤먼시(厦门市)는 2023년 교사 채용 공고(《2023年厦门市中小学幼儿园职业学校 教师公开招聘》)에서 기존의 공무원직 교사 임용 제도(编制)에서 교사의 실적에 따라 고용 계약을 갱신하는 교사 채용 제도(聘任制)로 전환한다고 밝히며 고용을 무조건으로 보장하는 공무원직이 아님을 제외하면 연봉과 복지, 연금 등 사회보장 혜택은 기존의 공무원직 교사와 동일하다고 명시했다. 샤먼시 교사채용 경쟁률은 매년 평균 10:1에 육박했지만 2023년에는 이례적으로 채용 예정 인원 1400명 중 32.2%밖에 채우지 못해 채용 미달 상황이 벌어졌다.
샤먼시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지역에서도 교사 채용 제도가 개편되고 있다. 새로운 교사 채용 제도를 일컫는 명칭은 다르지만 주요 골자는 업무 성과에 관계없이 일정한 고용과 연봉을 보장받는 '철밥통' 신분인 공무원직 교사 비율을 줄이고 근무 강도와 성과에 따라 교사의 고용과 보상을 차등하는 방향이다.
청두시(成都市)는 앞으로 공무원직 교사(编制)와 비 공무원에 해당하는 정원 교사(员额制) 채용을 함께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직 교사는 평가를 통해 직위가 조정될 수 있고, 정원 교사는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공무원직 교사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점도 덧붙였다. 칭다오시(青岛市)의 경우에는 2023년 역대급 규모인 1531명에 달하는 교사 채용 계획을 발표했지만 모두 비공무원직인 '파견직'형태의 채용이었다. 심지어 근무 기간은 3년으로 기한 마감 후에도 계약 연장이나 공무원직으로의 전환도 없음을 명시했다.
이와 같은 변화의 가장 큰 목표는 공교육 경쟁력 강화다. 일단 교직에 적을 두고 나면 교육의 본분을 잊고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는 행태를 근절하고 교사 간 경쟁을 유도해 공교육의 수준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부동산 침체로 인한 지방 정부의 재정 악화와 저출산 문제를 함께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직 교사 채용 규모를 줄이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2021년 중국은 사교육 제한법(双减)을 발표하며 중국 국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올해 10월에는 2021년 발표한 사교육 제한법에서 더 나아가 의무 교육 교과 과정 9개 과목에 대해서는 학교 밖 수업을 전면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2021년 사교육 제한법에서는 사교육이 가능한 시간대와 수업 시간을 규제하는 것이 골자였다면 2023년 10월 시행한 사교육 금지법 (《校外培训行政处罚暂行办法》)은 특정 과목에 대한 모든 형태의 사교육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OECD는 3년마다 각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평가(PISA)를 발표하는데 중국은 지금까지 총 4번(2009,2012,2015,2018) 평가에 참여했고 세 차례나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사교육에 대한 철퇴는 더욱 거세지고 공교육에 종사하는 교사들의 밥그릇은 위태로워진 상황에서 다음번에 중국이 받게 될 PISA 결과는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