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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해간잽이 Jan 16. 2024

진짜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진짜가 되는 세상

 외국에서 익숙한 자국의 브랜드를 보면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해당 브랜드의 속 사정은 복잡할 수도 있다. 정작 해당 브랜드는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해외에서 무단으로 상표권이 도용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한국 기업의 상표를 무단 선점하여 등록하거나 도용하는 경우는 빈번하다. 설빙, 굽네치킨, 오롤리데이, 파리바게트 등 한국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중국에서 상표권 문제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22년 상표 무단 선점 의심 현황 건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으로 총 2094건으로 집계했다.


  K 상표권 도둑질로 기승을 부리던 중국이 최근 역으로 도둑질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에서 2017년 설립된 커피 체인점으로 스타벅스의 대항마라 불리던 루킨 커피(瑞幸咖啡,lukin coffee)가 태국에서 상표권을 도용당하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루킨 커피의 상표는 뿔 달린 사슴 모양을 하고 있는데, 태국에서 운영 중인 루킨 커피는 중국 루킨 커피 상표 디자인과 좌우가 반전된 사습 모습이다. 사슴 모양의 로고 아래에 있는 상호는 그대로 "lukin coffee"를 쓰고 있다. 루킨 커피는 태국에 지점을 낸 사실이 없음을 공식적으로 밝히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왼쪽: 중국 루킨 커피(lukin coffee) 로고/ 오른쪽 :태국 루킨 커피 로고


 태국 루킨 커피는 2019년 태국에서 상표등록을 마치고 "Lukin Coffee Thailand"라는 이름으로 태국 현지에서 커피 체인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태국 루킨 커피(Lukin Coffee Thailand)는 태국에서  식음료 유통업, 부동산업 등을 영위하는 "50R Group" 산하에 소속되어 있고, 사슴 모양의 상표권 또한 50R Group이 소유하고 있다.  


 중국 루킨 커피가 태국 루킨 커피를 상대로 한 상표권 소송에서 태국 법원은 중국 루킨 커피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023년 태국 루킨 커피가 심사 판결에 불복하며 제기한 항소 소송에서 태국 법원은 1심 판결 번복하고 태국 루킨 커피의 상표권을 인정했다. 홍성신문(红星新闻)이 보도한 법률사무소(泰国文华律师事务所法务部)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2심에서 중국 루킨 커피가 패소한 원인은 태국 법원이 태국 상표권 63조인 등록우선주의에 입각하여 태국 루킨 커피가 시기적으로 먼저 상표를 등록하고 정상적인 영업 행위를 영위한 것을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태국 루킨 커피가 상표 등록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영업 활동을  했기 때문에, 상표 사용 의사가 충분히 있었다고 본 것이다.


 2023년 12월 19일 상표권 소송에서 승리한 태국 루킨 커피는 기세를 몰아 중국 루킨 커피를 상대로 100억 바트에 달하는(20.5억 위안, 3700억원) 손해 배상 소송을 냈다. 태국 루킨 커피 측의 주장은 중국  루킨 커피가 상표권 분쟁 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부터 여러 차례 태국 루킨 커피를 상대로 상표권 사용 배제를 청구하며 압박을 가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시켰고 상표권 소송을 진행하며 발생한 비용으로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태국의 가짜가 중국의 진짜를 이겼다는 소식에 중국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가짜가 진짜를 이긴 사건은 중국에도 있다. 중국 가짜 무인양품(无印良品)이 일본 진짜 무인양품(無印良品)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승소한 사건이다. 일본 무인양품은 1999년 중국에서 상표권 분류 체계상 제 24류(면직류)를 제외한 대부분(1류-23류, 25류-35류)에 대해  상표 "무인양품(無印良品MUJI)" 등록을 마쳤다. 이후 2000년이 되어 중국에 소재한 하이난난화무역회사(海南南华实业贸易公司)가 상표권 분류상 제24류에 대해 "무인양품(无印良品)"이라는 이름으로 상표권을 등록했다. 글자로만 구성된 두 상표권의 차이점은 일본의 무인양품은 상표의 첫 글자를 한자 '無없을 무'를 사용한 반면, 중국 무인양품은 중국에서 사용하는 간체자' 无 없을 무'를 사용해 표기했다는 점이다.



왼쪽:일본 무인양품 / 오른쪽:중국 무인양품


 일본 무인양품이 2005년 '상하이 무인양품'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 진출에 나서자 돌연 2016년 '베이징 무인양품' 이라는 회사가 '상하이 무인양품'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베이징 무인양품'은 2011년 설립한 회사로, 하이난난화무역회사(海南南华实业贸易公司)가 등록한 상표권 "무인양품(无印良品)" 을 넘겨받아 상표 사용권을 소유하고 있다. 중국의 '베이징 무인양품'은 일본의 '상하이 무인양품'이 제 24류에 해당하는 침구류, 수건 등 방직 제품에 자사의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 법원은 '베이징 무인양품'의 손을 들어주었고, 일본의 '상하이 무인양품'에 대해 62만 위안(1억 원)을 배상하고 사과문을 발표할 것을 명령했다. 현재까지도 일본 무인양품은 침구류와 수건 등 방직물 제품에는 "無印良品"이라는 표기를 쓰지 못한 채 "MUJI" 라고만 표기하고 있다.


 일본의 '상하이 무인양품'은 법원의 명령대로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다시 화근을 불러일으켰다. 사과문에는 "중국 국내에서 제 24류에 해당하는 방직류 제품에 대한 상표권은 타사에서 선점(抢注)하여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무인양품이 해당 제품에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소비자에게 혼돈을 초래한 점을 사과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는데, 중국 무인양품은 '선점'이라는 단어가 합법적으로 상표를 사용하고 있는 자신의 제품을 "짝퉁"인 것처럼 보이도록 하여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했다고 고소했다. 이에 중국 법원은 40만 위안(7300만원)을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일본 무인양품이 중국 무인양품과 크고 작은 송사에 휘말리며 배상한 금액은 총 200 위안(3.7억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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