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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er병문 Apr 28. 2024

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독서감평)

입맞춤바이러스주의보 - 차현 형님 소설치곤 초반부를 여러번 읽어야했던.

한차현, 입맞춤바이러스 주의보, 해피북스투유, 한국, 2023.



차현 형님과의 첫 인연의 시작을 여러번 썼으므로 생략하겠다. 좌우지간 은원, 은, 원은 아직도 제때 다 읽지를 못했다. 그 사이에 형님이 청소년 소설을 쓰셨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게다가 청소년 소설 판매 1위라니, 아니, 문단의 '무관의 제왕' 께서 이 어쩐 일이야. e-book으로만 판매되어 책장을 넘기며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긴 했지만, 하여간 책은 다 읽었다.



솔직히, 다른 형님의 책들처럼 순식간에 빠르게 읽을 순 없었다. 영광전당포살인사건처럼 후루룩 빠져드는 느낌도 없었고, 여관이나 변신처럼 초반부가 흥미롭지도 않았다. 출퇴근 중의 피로를 감안하더라도, 대회 준비 전의 고됨을 감당하더라도, 나는 초반부에서 중반부를 몇번이고 다시 되짚어서 읽어야 했다. 서사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다. 결국 특이한 힘을 지닌 청소년이 갑작스레 원인을 알 수 없는 외계 존재들의 습격을 훌륭하게 물리친다는 이야기다.



성숙이란, 결국 과거의 나를 부정하는 일이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올챙이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개구리는 언제까지고 온전한 개구리가 될 수 없다. 다만 이제는 잊어버렸거나 지나쳐버린 옛 시간들, 혹은 자신이 아직 겪지 못한 입장을 현재 시간에서도 충분히 떠올려 헤아리는 이를 우리는 인격자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청소년 소설의 성숙이란, 그러한 인격자에 대한 갈구다. 혹은 이미 내가 잊어버린 동심에 대한 회귀다. 차현 형님의 소설치곤 드물게, 이러한 이야기 말고는 그닥 할 이야기가 없다. 혹은 내가 아직 모자란 독자라 그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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