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퀴나스와 오컴, 노자와 장자
이진경 선생의 대중적 저술 중 하나인, 철학과 굴뚝청소부는, 서양근대철학에 대해 전반적으로 쉽고 재미나게 소개해주는 개론서지만, 중세와 근대를 이루는 실재론과 유명론에 대해 상당한 장수를 할애한다. 지각하지 않아도 존재가 실제로 있다는 근대의 실재實在 론과 맞물려, 보편적인 분류로서의 개념이 개별자보다 실재하느냐, 아니면 보편의 개념은 그저 이름뿐有名 이냐 는 이 설명들은 한동안 내게는 꽤 어려웠는데, 중세의 신학과 근대 과학의 경험론적 사유와 각각 맞물리다보니 그냥 넘기기도 어려운 이야기였다. 강신주 선생은 여기에 덧붙여 신판에서는, 섬세한 박사 라 불리던 둔스 스코투스의 존재의 일의성까지 얘기하는데, 솔직히.존재가 반드시 신에 의해 이 세계에 있어야만 한다는 당위성 말고는 도저히 모르겠다.
관념이 먼저냐, 아니면 각 개별체들의 특성을 차후에 임의로 구성했을 뿐이냐 등의 논쟁은 동양 제자백가에서도 당연히 있었는데, 도道가 이미 존재하는 형이상학적 이상향이자 규범인가, 아니면 시대와 개체에 따라 달라지는 사후적 관계의 방법인가는 철학자에 따라 그 의미가 천차만별이었다. 강신주 선생은 그 중, 존재간 관계의 사후성에 대해 도를 투영시킨 장자를 늘 높게 치고 있다. 그가 해석하는 조삼모사 朝三暮四 의 뜻은 그럴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