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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음식감평)

오늘의 면식수햏(13) - 수원 ㅇ, GS 25 ㅈ 돈코츠 라멘

by Aner병문

1. 수원 ㅇ,


육전 싫어할 이가 있을까마는 참 좋아한다. 광주오미光州五味 중 하나기도 하지만, 아내에게 장가들고.나서, 훗날 이야기할 경상도의 ㄱ 냉면이 그리 유명한줄 그제야 알았다. 경상도에서는 약간 과장하여 육전냉면의 표본같은 곳이었다. 달궈진 철판에 지져 뜨끈할때 칼로 잘라 먹어도 맛있고, 비빔냉면 위에 듬뿍 얹어 새콤매콤달달하게 먹어도 맛있고, 시원한 물냉면 육수 곁들여 쫄깃한 찬 면발에 우적우적 씹어먹어도 맛있다. 육전 하나 얇게 썰어 올리기만 해도, 진주냉면과 육수는 다를지언정, 그 충실한 풍성함이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그냥 먹어도, 얇게 저며 입 안에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좋은 고기를 쓰고, 달걀물을 입혀, 기름에 살짝 지져낸 그 적당한 박력이, 사람을 참 행복하게 한다.



아내가 여고 동창인 쌍둥이 아가씨들ㅡ 빠리댁과 수원댁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 아내는 모처럼 여성들끼리만 놀고.싶다며 소은이만 데려간다 했다. 지하철로도 멀지는 않은 거리지만, 애 데리고는 어렵고, 운전하려니 누군가는 뒷좌석에 아이를 봐줘야한다. 그러므로 아가씨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약속장소까지 함께 간 다음, 나는 직전에 내리고, 아내는 실컷 놀다 나와 다시 근처에서 만나 귀가하기로 했다. 좋은 작전이었다. 어쨌든 왕복길에 소은이를 돌볼수 있으니 아내도 마음편히 운전하고, 소은이는 또 실제로 제 어미 친구들을 만나 간식도 실컷 먹고, 집에서는 못하는 전자오락도 마음껏 했다고 했다. 아내도 나도 보드게임이면 모를까, 전자오락은.썩 즐기지 않기 때문에 아이도 가끔 내 공기계로 물고기 닦아주기 정도의 게임 아니면 외가가서 삼촌이 해주는 컴퓨터 게임이나 할수 있다고 알고 있다. 어차피 머리 굵어 오락하고프면 어미아비 안중에도 없이 또래끼리 몰려 실컷 놀텐데, 구태여 부모가 먼저 본을 보일 필요는 전혀 없었다.



나도 모처럼 마음을 놓고 내 할일을 했다. 깨끗하고 호젓한 무인까페에서 간단히 공부를 하고, 고전음악 들으며 습작 좀 덧붙이다가, 일찍 밥먹으러 나갔다. 붐비기 전에 일찍 밥 먹고, 일찍 노래 좀 하고, 일찍 처자식 기다릴 준비를 하고 싶었다. 동네는 내 옛 모교의 수원캠퍼스. 이 캠퍼스를 다녀본적은 없으나, 그래도 대학가라고 온갖 식당이 즐비하였다. 그곳에서 바로 발견한 육전냉면집! 그 맛은?



결론 : 사장님이 무척 친절하십니다. 음식 맛이요? 아, 글쎄 사장님이 친절하시다니까요.

일단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른 저녁에 왔어도 손님이 많지 않았습니다. 보통 맛잇는 면집은 식사 때가 아니어도 어느 정도 있는 법인데 말이죠. 두어 명의 개인 손님. 그리고 단체 손님이 한 상 있는 정도였는데, 주방에는 사장님 한분 뿐이셨습니다. 아무리 각 식탁마다 자동 전자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셨어도, 오는 손님에게 인사도 못할 정도로 바쁘셨어요. 아주 친절하신 분이었기에 진짜 인사를 못하셨을 정도로 혼자 정신이 없으셨던 겁니다.



육전물냉면과 육전을 주문하고, 밑반찬을 먼저 조금 먹어보았습니다. 으, 달아. 김치가 설탕뿌린 듯 단걸 보니 시판김치로군요. 밑반찬 중 먹을만한 건 뜨거운 어묵국물 정도였습니다. 냉면과 육전이 맛있기를 바라며, 모처럼의 소주를 마셨습니다. 사장님은, 혼자서 너무 늦어 죄송하다며, 내게도 양해를 구하시고, 다른 손님들께는 음식이 잘못 나가서, 뭔가 서비스까지 하고 계시더군요.



그렇게 해서 먹게된 냉면과 육전은, 으음, 대단히 가슴아팠습니다. 사장님께서 열심히 애쓰셨을텐데, 이 정도 평가밖에 못하는 나도 싫었고, 이런 냉면과 육전을 맛보며, 이게 냉면과 육전의 맛인가? 하고 기준을 잡을, 젊은 후배님들도 가슴 아파지는 맛이었습니다. 유튜버 과나였던가요. 잘하는 집을 안 가봐서 그래. 맞습니다. 낯선 음식일수록 맛있는 집에서 경험하고 기준을 바로 잡아야 하는 겁니다. 저도 안 먹다가 먹게 된 음식이 몇 잇는데, 대표적인 음식이 족발입니다. 전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 진짜로 족발을 안 먹었어요. 집에서 썩 좋아하시는 분들이 없기도 했지만, 어쩌다 친척들이 오셔서 먹게 된 족발은, 육향도 옅고, 씁쓸한 한약 향에, 퍽퍽하고 감칠맛없이 말라비틀어진 고깃점뿐... 진짜로 맛있다는, 야들야들하고 촉촉하고 쫀득쫀득한 족발을 먹고 나서야, 비로소 족발의 맛을 알았듯이, 저의 육전냉면의 기준은 무엇보다 처가 동네지요. 최근에는 좀 달아져서 옛 그 맛이 아니야 싶지만, 이 날 이 냉면을 먹고 나서, 아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을 곱씹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처가 동네의 ㄱ냉면은 언제고 얘기할 때가 올테니, 여기서는 좀 줄이기로 하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냉면육수는 새콤달콤한 시판 육수인데, 뭔가 배합이 잘못 되었는지 단 맛이 너무 셌구요, 냉면 육수에 올려진 육전은 그나마 나았는데, 그 옆의 철판에 지진 육전! 원래는 더할 나위없이 맛있어야할 이 육전이 아주 사람을 힘들게 했습니다. 물론 갓 사용한 철판보다 어느 정도 써온 철판이 기름이 배어 더 감칠맛이 돋는다는 점에서는 저도 동의합니다. 심지어 일본의 유명 타코야끼집도 대를 물려 가며 같은 철판을 쓴다고 하더군요. 근데 그건 주기적으로 잘 닦아주고 관리해줄때의 이야기지요..^^;; 닭도 몇 마리 정도 튀겨낸 기름에 튀겨야 더 맛이 잘 배인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그 기름을 그대로 오래 쓰면 산패되어 쓰고 퀴퀴한 맛이 대번에 올라오지 않습니까? 이 육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마 바쁘시다보니 철판 관리가 제대로 안된 탓이겠지요. 얇게 저며낸 육전에는 육향이랄 것도 뭐도 없었지만, 그나마도 오래된 기름의 쓴 맛이 다 범벅이 되어 내가 먹고 있는게 고긴지, 얇은 타이어조각인지 가슴이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그래서 냉면이 이렇게까지 단건 아닐까 싶엇어요.



차라리 사장님이라도 불친절하셨다면, 납득이라도 되는 맛이었겠다.. 싶긴 했습니다. 근데 문제는 또 사장님이 참말 선하시고 착하셨어요. 제 앞의 단체 손님들 음식들을 혼자서 다 만드시랴, 중간중간 나와서 또 음식 갖다주시고 오는 와중에 또 다른 손님들 요청 들어주시고, 너무 힘겨워보이는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으시고, 음식 너무 늦어 미안하다며 다른 분들께 막걸리라도 한 병 공짜로 주시고, 제게도 더할 나위없이 친절하셔서, 차마 이 맛없는 육전과, 그저 시고 달 뿐인 냉면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기사 뭐 제가 대단한 손님도 미식가도, 요리인도 아닌데...그저 음식 맛마저 집어삼키는 사장님의 위대한 친절만이 현재 내 마음에 아릿하게 남네요.




2. GS 25 ㅈ 돈코츠 라멘


감히 홍대대마왕을 자처했던 철없는 젊은 시절, 홍대 ㅎ의 돈코츠라멘을 처음 먹어본 일을 필두로, 돈코츠라멘을 먹을 일이 있다면 가능한 먹어왔다. 자주 찾기 어려운 음식이라는 명분이 있엇는데, 이제는 웬만한 시내에 맛없는 집일지언정 한두 곳은 있거니와, 차마 가격 대비 맛이 좋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편의점에서도 어쨌든 돈코츠라멘을 사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솔직히 인스탄트 냉면은, 소은이 먹일 때 아니면 굳이 찾아먹지 않는데, 라멘만큼은 좀 다르다. 가능하면 한번씩은 먹어보려 한다. 새콤달콤 시판 육수에 면만 삶아넣어도 비교적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냉면과는 접근 방식이 달라서일까?



예전부터 방송계를 주름잡던 사업가 ㅂ 선생을 썩 좋아하진 않았다. 사람이 싫은게 아니라 그 사람의 요리법을 믿기 어려웠다. 어렸을적 대학 다닐때, 싸고 푸짐한 안주에 소주나 실컷 마시려고 ㅇ불고기나 몇번 가봤을뿐, 요식업계에 밥 잘하는 유진이, 털보 큰형님을 포함하여 국내외 유명하다는 요리사들 얼굴이라도 한 번 뵙고, 그 분들이 직접 해준 음식을 먹어보니 더욱 그러했다. 그 유명한 ㄱ 셰프가 올리브유에 손수 볶아준 당근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을 터이다. 난 정말 당근이 이런 맛이 나는구나 싶어 기절하는 줄 알았다. 물론 내가 일하던 유기농 매장에서 대준 재료 덕도 분명히 있었겠으나, 요리料理 라는 말 자체가, 재료를 이치에 맞게 다룬다는 뜻 아닌가. 털보 큰형님이 프라이팬 살짝 달궈 버터 녹인 다음, 바지락에 낙지와 마늘, 고추 넣어 볶아준 빠스타식 크림 우동이나 밥 잘하는 유진이가 손수 만들어준 양념통닭(진짜 지금도 기억날 정도로 아주 선명하게 맛있는 양념통닭이었는데, 정작 당사자는 그 요리법을 전혀 기억을 못한다. 이런 환장할 일이 있나..^^;;) 혹은 온갖 재료를 정성스레 올려 볶아낸 꼬들꼬들 탱탱한 잡채(밥잘하는 유진이의 진수는 잡채에 있다. 진짜 안 먹어봤으면 말도 하지 말것.) 등을 먹으면서, 안그래도 전주 출신 어머니의 음식으로 단련된 내 혀는 괜히 쓸데없이 더 높아졌고, 그러므로 손수 해준 음식도 아닌데다 지점별로 차이가 너무 큰 ㅂ 선생의 업장들은 도통 믿을수가 없었다. 어데는 너무 달고, 어데는 또 너무 짰으며, 또 어데는 심지어 태워먹기까지 햇는데, 정작 그 모든 지점의 당사자인 ㅂ선생은 늘 방송에 나와 다른 사장님들을 혼내고 있었다. 그게 약간 나는 늘 어려웠으나, 요리사가 아니고 사업가이기 때문이려니 했다.


곁말이 길엇는데, 편의점의 음식들도 결국 요리라기보다는 상품이라, 내로라 하는 요리인들이 이름만 빌려줬을뿐, 그들의 손맛이나 솜씨와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몰라 이래 말하는 점은 아니다. 다만, 도장에서 내가 무언가를 잘못 알려주면 1차적으로는 당연 내 잘못이나, 사현님 또한 책임을 느끼시듯이, 나 역시 내 딸에게 당연히 그렇고, 편의점의 상품들 역시 누군가가 그저 '이름만 빌려줬다.' 라는 식의 이야기는 통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은 그래도 안 먹어본 상품이라 먹어봤다.



결론 : 일단 가격이 가장 비쌌습니다.

가격 이야기부터 솔직히 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격을 미리 알았더라면 솔직히 아무리 안 먹어봤더라도 안 샀을 거예요. 6,000원에서 100원 빠지는 가격. 아니, 이 돈을 주고 내 손으로 포장 뜯고, 수프 뜯고, 물 부어서 기다렸다 먹은 다음 분리수거해서 버리기까지 하란 말입니까... 그나마 다행인건 수프가 그동안 내가 싫어했던, 젓가락으로 쭉쭉 짜서 밀어내려야했던 고형분 형태가 아니라, 부으면 되는 액체 형태라는 점이었어요. 차슈도 흉내 내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지금껏 먹어봤던 편의점 라멘들 중에서는 제일 실해보였습니다. 암요, 가격이 6,000원에서 100원 빠지는데... ㅠㅠ



기계치들이 꼭 덮어놓고 설명서부터 버린다고 하지요. 제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뭐 대충 되겠지, 다 비슷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배도 고프겠다, 포장지 북북 찢어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서야, 아뿔싸, 이거 어떻게 끓여먹지, 하고 도로 쓰레기통 뒤져 포장지를 보는 사람이라구요.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그만이겠거니 하고, 저는 어머니가 유일하게 아주 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끔 드시는 라면은, 모듬해물탕면을 제외하면 면이 푹 익기보다 꼬들꼬들하게 약간만 익히는 걸 좋아해서, 전자레인지에 1~2분만 돌렸죠. 국물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는데, 면이 안 익었습니다. 또 2분 돌렸죠. 안 익었어!! 또 2분 돌렸습니다, 그제서야 비로소 익더라구요. 아니 중간중간 왔다갔다 식은걸 감안해도 전자레인지에 무려 4분 정도는 돌려야 한다는건데, 면발을 무슨 비브라늄으로 만들었나 싶었습니다.



면의 염분이 강하긴 했지만, 지린내 같은 간수 향은 나지 않았습니다. 먹어본 편의점 라멘 중에서는 그나마 제일 라멘 비슷하다 싶은 느낌이었어요. 그럼요. 가격이 6,000원에서 100원 빠지는데..ㅋ 국물은 차라리 옅어서 부담스럽진 않았고, 고명도 고만고만했지만, 면발만큼은 이제껏 먹었던 편의점 라멘들 중에서는, 곱슬곱슬한 식감과 더불어 쫀쫀하게 잘 씹혀서, 정말로 컵라면보다 라멘 쪽에 좀 더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물은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옅었고, 진한 맛이 없어서, 염분과 상관없이 좀 아쉬웠습니다. 돈코츠 라멘을 좋아하는 이유는, 보통 돼지뼈 기반으로 끓여낸 그 묵직하고 강력한, 약간 누린내가 나도 좋을 그 박력 있는 맛 때문이니까요. 그런 점에 있어서는 역시 편의점 음식의 한계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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