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요 비숍
꼭 단골이 아니더라도,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
비숍이 그랬다.
나이는 나보다 다섯살 정도 어려보였는데
몸무게는 나보다 세배는 더 나가보였다.
항상 바지를 들고 와서 길이를 줄이거나,
혹은 튿어진 바지를 수선 했다.
가끔 드라이크리닝을 맡길 때면,
일하는 우리끼리 다리통 하나에
한명씩 들어가겠다 말하곤 했는데..
아무튼 비숍은 언제나 친절했다.
땡큐란 인사보단-
항상 큰 우림통에서 나오는 소리로
“I truly appreciate it” 라고 인사했다.
하지만 너무 뚱뚱해서 항상 그의 건강이 걱정이였다.
월요일, 손님이 전화로 남자정장
드라이비용을 물었고,
당장 내일 가능하냐고 물어서
가능하도록 해보겠다 대답했다.
마감 시간이 다되서야 손님이 오셨는데,
비숍의 어머니였다.
'아, 비숍이 바빠서 엄니에게 부탁했나 보다'
생각했는데-
정장에 알록달록 타이 몇개 까지...
다 색이 달라서 약속 시간에 맞추려면
한시간여 일찍 나와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새벽에 가게문을 열고,
드라이를 시작했다.
정장부터 시작하고 셔츠 하고, 색깔별로 타이도
드라이를 하고, 프레스를 하는 마리아에게
이 손님이 아침 여덟시쯤에 온다고 했으니
먼저 준비 해달라고 했다.
비숍의 어머니는 약속 시간보다 한시간 늦게 오셨다.
오셔서는 약속 시간에 맞춰줘서 고맙다고 하셨고,
나는 웃으면서 그게 나의 일이라고 말씀 드렸다.
그런데.. 갑자기 비숍의 어머니는 눈물을 터트리시며
비숍이 세상을 떠났다고 말씀을 하셨다.
항상 비숍은 이 드라이크리너를 이용 했고,
칭찬을 하는 이야길 들었는데 왜 그랬는지 알겠다고
말씀 하시면서 울음을 터트리셨다.
웃으며, 나의 일이다. 라고 말하다가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입을 가릴 수 밖에 없었다.
너무 놀랐다. 건강이 걱정 되긴 했지만,
한달 전까지만 해도 바지 수선을 잘 찾아 갔는데..
그렇게 비숍 어머니와 약 5분간 카운터에서
같이 울었다.
아줌마는 내게 아침부터 슬픈 이야길 해서
미안하다고 했고-
난 믿을 수 없다고.. 비숍은 정말 친절하고
언제나 고맙다고 말해주는 최고의 손님 이였다고 말했다.
아주머니를 한번 꼬옥 안아드렸고,
언제나 비숍을 위해 기도 하겠다고 말씀 드렸다.
비숍의 마지막 드라이크리닝
엄청 큰 바지와 셔츠.
이제는 다시 우리 가게로 들어올 일 없는
비숍의 옷을 어머니께 건내 드렸지만.
시스템에선 그의 기록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고마워 비숍.
세탁소를 시작한나에게 언제나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친절히 대해주던 너는 최고의 손님 이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