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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나무 Dec 17. 2020

시험기간에 청소가 재밌는 이유

안녕하세요 아빠나무입니다.


시험기간입니다. 아니, 거의 끝나가나요?


대학생이었던 게 벌써 십여 년 전이라니 눈물이 납니다.


오늘은 시험기간 특집 1편으로 시험기간에 청소가 재밌는 이유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


물론 심리라는 것이 워낙 다양하게 작용하니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으나, 그럴듯한 가설 하나를 제시해본다~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시험기간에 하는 공부는 재미가 없습니다. (진지)


게임에서 '노가다'라는 것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노가다는 게임 내의 어떤 목적을 위해서 단순 행동을 반복하는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이 노가다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지루한 단순 반복 행동을, 자기의 소중한 시간을 들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이 노가다가 딱 한 순간 재미있을 때가 있습니다.


바로 노가다를 반복하고 반복한 끝에 내가 바라던 목적을 이뤄냈을 때입니다.


목적이 이뤄지는데 너무 오래걸리거나 불가능하다면, 사람들은 게임에서도 노가다를 하지 않습니다.


그 노가다 과정이 너무나 괴로울 것이고, 보상과 재미는 멀게만 느껴질테니까요.




시험공부가 이 노가다와 비슷합니다.


시험 통과라는 목적을 위해서 교과서 읽기, 암기하기라는 단순 반복 행동을 아주 긴 시간 해야 합니다.


시험 공부라고 하니까 복잡하게 생각하시는 분이 있는데, 읽고 외우는 단순 반복 작업입니다. 


시험공부 = 노가다


그렇다면 시험공부가 재미있는 순간은 딱 한 순간이죠. 시험의 목적이 이뤄지는 그 순간!


시험 끝났을 때.




자 그런데 우리가 이런 재미도 없는 단순 반복 행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우리의 정신 내부에, 목적을 위해 인내하게 만드는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프로이트는 이걸 초자아라고 했어요.


어떤 대의, 도덕 등을 위해서 자신의 행동을 제한할 수 있게 작용하는 요소이죠.


(아주 자세하게는 좀 틀린 내용이지만, 대충 퉁치고 넘어갑시다.)


시험을 잘 봐서 성공해야 한다는 목적을 위해 지루하고 반복적인 공부를 하게 만들죠. 


이런 초자아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시험기간에 공부하는 내 머릿속 상황을 묘사하면...


초자아가 채찍을 휘두르며 '노예야! 공부해라!'라고 명령하는 상황인 것이죠.


그러면 우리는 잔뜩 움츠러들어서 교과서를 읽고 외우죠. 긴장됩니다.


이게 재미있을 리 없습니다. 재미있으면 좀 특이한 취향인 거죠.


취향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아닙니다. 




자 채찍으로 맞으면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괴로워요. 잠깐이나마 편하고 싶어요. 


그래서 뉴스를 봤어요. 한순간 채찍질이 멈춥니다.


초자아가 말합니다. '뉴스 내용이 시험에 나올 수 있으니까 기다려주지.' 어?! 편하다!


게임을 해봅니다. 할 때는 집중하니까 채찍질을 해도 못 느꼈어요. 


그런데 끝나니까 '야이 노예야 네가 그러고도 해방될 수 있을 것 같냐!'면서 채찍질이 거세집니다.


나는 죄책감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요. 이건 아닌가 보다.


청소를 해봅니다. 채찍질이 멈춥니다.


초자아가 '그래, 공부하려면 청소는 할 수 있지.'라고 하면서 잠깐 기다려줍니다.


아하! 초자아가 잠깐 채찍질을 멈추는 행동을 하면 되는구나!


그래서 시험기간에는 예전에 재미있다고 느꼈던, 정확히는 '놀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하기 좀 부담스럽다고 느낍니다. 


끝나고 나면 초자아가 겁다 때리거든요. "아이... 공부할걸" 이 생각 많이 해 보셨죠?


약간은 공부와 관련되거나 나를 발전시키는 방향이지만 딱히 직접 공부는 아닌 행동을 하면 편합니다.


한순간 채찍질이 멈추거든요. 긴장도도 내려가고.


'아니 그러면 그냥 공부를 하면 되는 것 아니냐?!'


재미가 느껴지지 않는 공부를 강제로 해야 되면 긴장도가 올라간다니까요. 이거 계속하면 불편합니다. 힘들어요.


그런데 잠깐 뉴스를 보면 긴장도도 내려가고 채찍질도 멈추니까. 아주 좋지요.


그래서 교과서는 안 읽혀도 다른 책은 잘 읽히죠.




결국 시험기간에 공부를 재미있게 하려면, 이런 심리의 아주 근원에서 하나를 고쳐야 합니다.


공부가 '미래를 대비하는 노가다'가 아니게 만들어야 합니다.


어렵죠.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어려서부터 공부는 미래에 대한 대비로, 시험은 난관으로 인식시키죠.


"나중에 커서 돈 많이 벌려면 공부해야 한다."가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씀이죠.


시험공부가 재미있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이 시험이 끝났을 때, 그리고 성적이 나왔을 때의 쾌감을 잘 느끼는 아이들입니다. 


아니면 공부머리가 틔여서 조금만 해도 남들 열심히 한 만큼 시험 끝났을 때 쾌감을 얻을 수 있으니까 잘하는 경우던가요.


딱히 공부가 재밌고 막 하고 싶은 사람은, 특히 시험기간에도 그런 아이는 극히 극히 드뭅니다. 


아주 가끔 공부 자체에 재미를 느껴서 하는 아이도, 시험기간에는 똑같습니다. 


'시험은 난관,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서요. 


이건 외국사람도 매한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시험기간에 뉴스가 재밌습니다. 


그러니까 죄책감 가지지 말고 뉴스 좀 보세요. 가끔은 쉬어야죠. 


그러고 다시 공부하면 됩니다. 


게임 노가다 한다고 생각하세요.


참고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여부는 여러분에게 달려있지만요. 


파이팅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왜 저놈은 공부를 안 하는 것 같은데 시험 성적이 잘 나오는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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