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빠나무입니다.
오늘은 조현병 완치를 위한 노력들 중,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조기중재 집중 사례관리'에 대해서 말씀드릴 것입니다.
먼저 '사례관리'라는 것은 쉽게 표현하면 환자의 생활/복지/치료 매니저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사례관리자'라는 직업은 보건복지전문가로, 지역에서 제공해 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알고 있고 질환에 대한 지식이 있어서 그들이 이것을 이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이 '사례관리'를 집중적으로 자원을 때려 박으면서 하는 것이 '집중 사례관리'입니다.
한 명이 80~100명도 넘는 회원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10~15명만을 관리하는 것이지요.
그러려면 인력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가겠죠? 이것이 자원을 때려 박는다는 것입니다.
그럼 '조기중재'는 뭐냐?
조현병은 급성기가 오기 직전 약간 애매하게 변할 때(전구기), 급성기가 오자마자 의학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 훨씬 훨씬 치료 효과가 좋습니다.
급성기가 온 지 1일 만에 치료를 제대로 시작했다면, 3달 정도 있다가 온 사람에 비해서 거의 2~3배는 치료가 빠릅니다. 길게 보면 거의 10배까지도요.
조현병 환자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치료가 늦어집니다.
가족이 조현병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자기가 병이 있다는 인식을 못하기도 하지요.
여하튼 치료가 늦어지는 것을 막고 빠르게 치료에 돌입하게 만들고, 이후 관리까지 이어가는 것을 '조기중재'라고 합니다.
해외의 이상적인 '조기중재 집중 사례관리'는 엄청난 인력이 필요합니다.
(호주의 EPPIC model을 최근 조사해서 그것을 기준으로 설명을 해드릴게요.)
그래서 거점센터를 만들고 시작하지요. 다양한 일을 많은 인력이 해야하기 때문에 넓은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다음에 바로 교육부터 실시합니다. 누구를 대상으로? 청년 및 청년과 만나는 사람을 대상으로.
조현병은 청년들이 주로 걸리는 병입니다. 20~30대에 가장 많이 걸리지요.
그래서 고등학교, 대학교, 학원, 취업 관련, 젊은이들이 주로 하는 취미활동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현병이 어떤 병인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런 도움이 있으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부터 교육을 하지요.
그래서 이들에게 '의심되면 일단 연락해라'라는 내용을 주입시킵니다.
조현병에 대해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확실히 구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일단 전문가가 누가 도움이 필요한지만이라도 알게 해달라는 것이죠.
그러면 24시간 대응팀이 센터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가 대응을 시작합니다.
전화/방문 등으로 접촉을 하고, 바로 평가를 해서 외래에서 치료가 가능한지 입원시켜야 하는지 판단하죠.
판단이 애매하면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여러명 고용해 놓고 판단을 요청합니다.
그래서 조현병이나 전구기에 해당한다! 라고 하면 어떻게든 치료로 연결을 합니다.
약 절반 정도가 1주일 이내로 치료를 받고, 나머지 절반은 2주일 이내에 치료를 받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치료 받지 않은 기간을 줄이기 위해서 여러 사람이 반복하여 본인/가족을 설득하고 경찰의 도움을 구하고, 특수한 경우에는 의사가 현장으로 출동하기도 합니다.
자~ 이렇게 일단 치료를 빨리해서 급성기에 있는 시간을 줄였다고 해 봅시다.
처음 발생한 조현병이라면 약물치료를 하면 1주일이면 어느 정도 증상이 가라앉고, 1 달이면 안정기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퇴원을 해서 집으로 돌아오겠죠.
여기서부터 이제 집중 사례관리의 본 게임입니다.
일단 치료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소한 약물치료가 유지되어야 해요.
그걸 위해서 주기적으로 방문/전화하여 약봉지를 확인하거나, 증상이 갑자기 안 좋아지지는 않았나, 다니는 의원에 방문은 제 때 했는가 등등을 확인합니다.
'장기 지속형 주사제'라고 상당히 유용한 약이 있는데, 대만 쪽은 본인이나 가족이 신청하면 간호사나 의사가 방문해서 주사까지 놔줍니다.
여하튼 이렇게 치료를 무조건 받도록 만듭니다.
안 받겠다고 떼쓴다? -> 설득
너무 안 간다? -> 주사
악화되었다? -> 입원
등등을 할 수 있는 권한 혹은 최소한 연결을 시킬 능력을 가지고 사례관리자가 환자를 관리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치료를 유지해서 안정기가 지속되도록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이제 2차 목표는 회복이라고 합니다.
'회복'이란, 환자가 질환으로 인해 분명한 상처를 입었지만 이를 극복하는 것이지요.
질환을 이해하고,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대인관계를 회복해서, 직업을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구가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드는 것입니다.
특히 초점은 직업을 가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게 조현병 환자에게는 쉬운, 월급이 짠 직업이라도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굉장한 자신감을 가지게 만들어 줍니다.
사실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입니다.
남들이 다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걸 위해서 엄청나게 다양한 능력이 여러방면에서 많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뇌 자체에 손상을 입어서 전체적인 기능이 저하된 조현병 환자분이 직업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되었다면, 그건 엄청나게 성공적인 치료와 사례관리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죠.
자 그럼 이렇게 직업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
사례관리자는 환자에게 이전에 받던 교육이 있다면 그것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필요하면 그쪽 학원이나 교육시설과 연락하여서 도움을 받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직업 교육 관련해서 아예 조기중재 센터 내부에 부서를 만들기도 합니다.
바리스타 같은 것부터 목공이나 농업 등 원하는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다른 시설과 연결하거나 직접 고용해서 가르치기도 합니다.
또한 기업과 연계해서 장애인 우선 고용 같은 제도에 조현병 환자들이 적용받아서 일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직업을 가지게 하려면 환자 자신의 남은 능력을 극대화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교육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인지행동치료'라는 것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사회기술 훈련', '대인관계 훈련', '가족교육' 등등 질환에 대해서 알도록 교육을 제공하지요.
또한 질환의 특성 및 약물의 영향으로 살이 찌기가 쉽워서 운동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강제로 운동도 시키고, 식단관리까지 돕습니다.
가족들에게 언제든지 유용한 영양정보를 제공하지요.
자... 너무 좋지요? 완전한 토탈 서비스 입니다. 제가 말 안 한 것도 엄청 많아요.
거기다 완벽하게 '무료'이지요.
이거 하나하나가 모두 누군가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고, 엄청난 노동력이 들어갑니다.
이걸 위해서는 사례관리자 1명이 최대 15명의 회원 정도만 배정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례관리자 1명이 이걸 다 하는 것이 아니고 팀을 구성해서 해야하지요.
사례관리자, 정신과 의사, 정신보건 간호사, 직업치료사, 사회복지사 등등의 '다학제 팀'을 꾸려서 운영합니다.
이 한 팀이 15명을 돌보지요.
한 센터에는 약 5개~ 8개 정도의 팀이 일을 할 것이고, 약 많아야 120명 정도를 관리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아마 사례관리자 1명이 100명은 담당하고 있을 것입니다.
'다학제 팀'은 없는 곳이 더 많을 것이고...
그러니까 당연히 사례관리자는 죽어나갈 수 밖에 없겠죠.
제공되는 서비스도 아주 생색내기처럼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이 제도를 하려면 예산을 때려 박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것도 상당히 전폭적인.
그런데 이걸 또 잘 생각하면 국가 입장에서는 할만하기도 합니다.
일단 이걸 하면 확실히 환자가 사고를 치는 경우는 사라지겠죠.
조현병 환자 살인사건 이런 것은 환자 관리가 제대로 안 되었던 것이니까요.
이런 사고 예방은 상당한 비용 절감을 가져옵니다.
방치했으면 일을 전혀 안 했을 환자분이 직업을 가지게 되고, 조금이나마 벌게 된다고 해봅시다.
이것만으로 복지비용이 추가로 나가지 않겠죠. 이것도 비용 절감이 됩니다.
보통 방치된 조현병 환자 한 명이 있으면 간병 등의 이유로 가족 전체의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관리를 통해 가족들도 열심히 일하면서 지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겠지요.
이건 비용 절감을 넘어서 잠재적인 추가 수입이 되기도 합니다.
거기다가 안그래도 일자리가 부족한데, 일자리 창출도 어마어마하게 되겠지요.
여러 연구에서 조기 중재는 국가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비용 대비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결론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제대로 홍보가 된다면, 정신질환자를 돌보기 위해서 예산을 쓰는 것은 쓰는 만큼 돌아오는 것이 상당한 '투자'로 볼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이런 경제적 효과를 인정하는 논문이 나오고, 그래서 정부가 예산을 많이 쓰게 만들 수 있었지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제도를 적용하기 위해서 광주에 '마인드링크'라는 곳이 운영되고 있고, 전국 확장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도움을 얻고 싶은 분이나, 이런 직업에 일하고 싶으신 분은 한 번 검색해보세요.
이상, 아빠나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