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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 Nov 15. 2023

이제 조금 설레기 시작했다

모리 슈워츠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를 읽고 

삶의 끝자락에서 쇠약해져 간병에 의존해야 되는 어머니가 걱정이지만, 한편으로 그 모습이 나와 남편의 미래일 것 같아서 불안하고 괴롭다. 또 몇 년 뒤 남편의 은퇴를 앞두었기에 평균적으로 기나긴 노후를 어떻게 보내야 될지도 몹시 염려된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 


인생에서 지금의 내 위치가 원래 그런 걸까. 내가 늙고 있음이 실감 나고 또 내 부모님과 헤어질 날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실감하는 그런 위치. 


내 부모님은 언제부턴가 건강 챙기기에 열심히 시다. 그렇게 술을 좋아하시던 아빠는 절주 하시고 끼니도 최대한 간단하게 드신다. 매일 동네 황톳길을 맨발로 걸으신다. 유튜브와 책을 활용해 마음공부도 하신다. 


엄마는 단 걸 무척 좋아하시는데 언제부턴가 최대한 멀리하시고 걸어서 40분 이상 걸리는 거리를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걸어 다니신다. 엄마 또한 황톳길 맨발 걷기를 하신다. 각종 건강 상식을 우리에게 전달하시고 비타민도 사서 꾸준히 드신다.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이다. 아마 부모님도 이제 자신들이 애써야 하는 시기임을 실감하신 걸 테다. 


그런 부모님을 보고 있으니 나도 괜히 조바심이 났다. 아직 부모님보다 훨씬 어린데도 이미 부모님의 나이가 되어 늙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반면 그렇게 열심히 애쓰시는 부모님을 보며 애처로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에게 병이 찾아오면 어쩌지' 하는 이미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매일 걱정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염려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그렇게 막연히 불안해하고 있던 찰나 이 책,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를 읽게 되었다. 작가는 이미 내게 익숙한 이름의 모리 슈워츠.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바로 그 모리다.  모리 슈워츠의 미발표 유고를 아들 롭 슈워츠가 편집해 출판했다. 





이 책은 인생의 후반기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노인'의 삶 말이다. 나는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노인의 삶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들의 내면까지 알지는 못하고 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알았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노년의 삶을 살고 계신 부모님을 더욱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부모님의 나이에도, 내 나이에도 노년의 삶, 노인이 된다는 것을 두려워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모두가 두려워한다는 것. 그것이 내게 큰 위안이 되어줬다. 내가 너무 지나치게 미리부터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했었는데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그 사실을 눈으로 다시 확인하고 나니 불안이 사르르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차근차근 나의 멋진 노년을 준비해 나가자는 작은 다짐을 했다. 이 책의 지침에 따라서. 


모리 슈워츠는 노년기를 잘 보내기 위해서 일단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화가 오더라도, 병마가 닥치더라도 일단 받아들이는 것이 시작이라고 말한다. 대부분 그걸 느끼기 시작할 때 거부하거나 외면하는 과정이 따른다고 한다. 나부터도 여전히 내가 열일 곱 고등학생 때 그대로인 것 같다고 우기지만 전과 같지 않다는 걸 분명히 느낀다. 하지만 이 정도쯤은 내가 조금만 더 건강한 생활을 하고 운동하면 되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 생물학적으로 그럴 수 없는데 말이다. 노화를 아주 조금 늦출 수는 있지만 막을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더 긍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다고 모리 슈워츠는 조언한다. 


하지만 정신은 늙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뇌와 정신은 늙지 않을 수 있다고. 그럴 수 있는 비결 중 하나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기'이다. 나는 책과 독서를 좋아한다. 커피 마시러 카페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종종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이 일들을 노년에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꽤 오랜 시간 좋아서 해오는 일이고  할머니가 되어서도 좋아하고 싶은 일이긴 하지만 지속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미래의 나는 이 일들에 싫증을 느껴 다른 일들을 재밌어할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일들을 아예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 목표는 지금 좋아하는 일들을 오래, 계속 좋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것도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또 하나의 비결은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지혜는 행동하기 전의 신중함과 숙고에서 나오기도 한다. 이것은 사물을 최소한 왜곡하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는 방식이다. 



지혜를 "객관적으로 보는 방식"이라고 정의한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문장을 읽고 잠시 책을 덮고 골똘히 생각하게 됐다. 지혜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내 안에 인식되는 순간이었다. 내 행동을 돌아보게 되었다. 갑자기 엄마를 대하는 내 태도가 떠올랐다. 좋은 사람, 멋진 할머니가 장래 희망이라고 말하면서 정작 엄마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지 못하고 늘 감정적으로 대하는 내가 보였다. 엄마를 객관적으로 보면 그저 노년에 접어든 한 명의 사람, 여성일 뿐인데. 나는 여전히 엄마를 나의 엄마로만 보려고 했다. 이점을 돌아보고 반성하면서 내 인생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게 되었다. 멋진 할머니가 되려면, 현명하고 지혜로운 어른이 되려면 다른 무엇보다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걸 되새겼다. 


어른들의 이야기가 무척 필요하다. 아직 겪지 않은 것들에 대한 불안으로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 모리 슈워츠 같은 어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삶의 방향을 잘 조정해나가는 것이 정말로 잘 늙어가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목표를 하나 세웠다. 이제 조금 다가올 미래가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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