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없는 3층 작업실을 올라오면 숨이 찬다.
작업실에 도착하면 숨을 가다듬으며 창문을 모두 열고 제일 먼저 식물들을 살핀다.
물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혹은 반대로 너무 습하지는 않은지 잎이 마르지는 않았는지.
물이 부족한 아이들은 물을 흠뻑 주고 습해 보이는 아이들을 위해 선풍기를 약하게 틀어놓는다.
식물이 야금야금 늘어 그들을 돌보는 데만 20분 정도 걸린다.
식물들을 돌보고 나면 인센스에 불을 붙인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나를 기분 좋게 하는 향이 서서히 퍼진다.
책상 위의 먼지를 제거한다.
탁상용 청소기와 돌돌이를 이용해 눈이 보이는 먼지들을 최대한 없앤다.
커피를 준비한다.
늘 마시는 아이스 오트 라테.
얼음 정수기가 삶의 질을 얼마나 높여주는지......
준비한 커피를 들고 드디어 책상 앞에 앉는다.
한숨을 몰아쉰다.
뭐 했다고 이렇게 지치지.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오늘 주문을 확인한다.
신규 주문 0건.
익숙하다.
서점에 있는 책들을 홍보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연다.
지인들과 내가 팔로우하고 있는 이들의 소식들이 올라와있다.
실컷 구경한다.
다들 바쁘게 열심히 사는구나.
나만 이렇게 느긋하고 게으르게 사는구나.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소개하고 싶은 책 사진과 글귀를 스토리에 올리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게시물들의 유혹을 겨우 물리치고 스마트폰을 내려놓는다.
읽어야 할 책을 펼친다.
책을 읽는데 초조함이 밀려온다.
책을 읽고 있어도 되는 걸까.
책만 읽고 있어도 되는 걸까.
뭔가 더 해봐야 하는 건 아닐까.
그 뭔가는 뭔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다.
뭔가 떠오른다 한들 정답일지 아닐지 알 수 없다.
먼 훗날에나 알 수 있겠지.
내 선택에 대한 답은.
여전히 물음표인 채로
이 책 저 책을 기웃거리며
하루를 보낸다.
책 속인 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