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 Jul 01. 2024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청탁받은 원고를 전송했다. 거의 보름 동안 매일매일 썼다. 초고를 작성하는데 3일 정도 걸렸고 나머지 날들은 매일 들여다보며 고치고 또 고쳤다. 글 한 편씩을 완성할 때마다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버리는 경우가 꽤 많아서. 


이번 에세이는 내가 참여했던 시 창작 모임에 관해 썼다. 올해 내게 가장 인상적인 사건이자 모임이었던 모양이다. 버섯들이 모여서 시를 쓰는 모임. 글의 시작을 버섯들이 모여 앉아 시를 쓰는 것으로 했는데 끝은 나의 새로운 꿈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흐릿했던 출구가 환하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게 참 신기하다. 글이 술술 잘 써지는 경우는 적지만 일단 작정하고 쓰기 시작하면 어떻게든 써지고 완성을 해봐야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는 것. 쓰지 않았다면 발견되지 못했을 내 머릿속 생각들, 꿈들이 꽤 있다. 


내 인생은 내가 써 온 글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나도 모르고 있던 나를 발견해 준 것이 바로 글쓰기이고 지금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글쓰기가 발견해 준 나의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는 순간은 오롯이 나에 대해, 내 생각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달리 그런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도구를 아직 찾지 못했다. 


많은 이들이 최근 명상을 이야기하곤 한다. 명상도 오롯이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글자로 박아두는 것과는 다르다. 명상을 할 때 내가 떠올린 수많은 생각들은 자리를 잃고 떠다닌다. 끝나고 나서 사라져 버리는 것들도 많다. 하지만 글은 종이에, 모니터 화면에 박힌다. 사라지지 않는다. 자신의 자리를 찾는다.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내가 몰랐던, 볼 수 없었던 내 안의 수많은 나를. 


오늘의 글도 내가 의도하지 않은 자리로 나를 데리고 왔다. 글쓰기가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감춰져 있던 혹은 새로 자라난 의미가 불쑥 튀어나왔다. 글쓰기가 쉽지만은 않지만 재밌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내가 글쓰기에 집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전 13화 내 안의 '불안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