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식이의 입양이야기
강아지 유선종양 제거 수술을 위해 예약한 보호자가 수술받을 시츄와 함께 내원했다.
그런데 강아지를 두고 병원을 나갔다가 다시 작은 종이상자를 하나 들고 들어온다.
수술받을 강아지의 상태와 수술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설명한 뒤 진료실을 나서려는데
보호자가 조심스럽게 "오늘 길고양이 한 마리를 주웠어요"라며
작은 종이상자를 급히 진료실로 들고 들어오는 것이다.
강아지 수술 때문에 병원에 오는 김에 다친 길고양이를 데리고 온 것이다.
“눈이 조금 이상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버려진 고양이는 어떻게 하나요?”
종이상자를 열자 이제 생후 2~3개월 된 어린 고양이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한쪽 눈으로만 눈인사를 한다.
왼쪽 눈은 상처 때문에 곪아서 삼출물이 흘러내리고, 앞다리와 머리 중앙부위에도 상처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다른 고양이에게 공격을 받은 것 같았다.
각막에 발생된 궤양 정도면 약물치료 또는 작은 수술로 치료를 해볼 텐데, 이미 왼쪽 눈은 살릴 수 없는 상태였다.
보호자에게 안구 적출 수술밖에 다른 수가 없다고 하자 난감해한다.
오늘 시츄 유선종양 수술비도 오랫동안 준비해서 하는 것인데,
좋은 맘으로 간단히 약이라도 지어서 치료해 주려고 했지만
수술밖에 답이 없다고 하니 도저히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라고 한다.
보호자는 고심 끝에 유기동물 보호소행을 선택했다.
유선종양 수술이 끝난 뒤, 응급조치 정도는 하고 보내야 할 것 같아서 고양이의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
길고양이 이지만 손이 닿자 거부감 없이 손길을 받아들인다.
한발 더 나가 더 쓰다듬어 달라고 턱을 내 손에 비비기까지 한다.
‘이놈은 가면 안락사인데…’
머릿속에 마치 새벽 호숫가의 안개가 가득 들어찬 것처럼 뿌옇고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차라리 하악질이라도 하면 맘이 조금은 덜 불편했을 텐데…
한참의 고민 끝에 고양이를 데리고 온 보호자에게 전화를 했다.
“고양이 눈 수술 후 완쾌되면 보호자께서 잘 키울 수 있겠어요?”
“예”
보호자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것이다.
보호소 행을 선택하고 맘이 불편했을 보호자의 마음도,
뻔히 안락사될 것을 알면서도 보내야 하는 내 마음도 모두 편해지는 순간이었다.
빈 입원실에 넣고 사료를 넣어주었다.
상처 난 눈알에 사료가 닿을 정도로 사료그릇에 머리를 쳐 박고 사료를 먹는다.
배고픈 것이 눈 아픈 것보다 심했던 모양이다.
다음날,
염증이 심해서 수술 시간은 평소 때 보다 더 걸렸지만 다행히 마취를 잘 견뎌 줘서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워낙 먹성이 좋아 수술 당일 저녁에도 엄청난 식성을 자랑하더니,
이젠 아침에 사람 소리만 나면 입원장 케이지 봉에 매달려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다.
“배고파 죽겠는데 자꾸 웃지만 말고 빨리 사료주세야옹~”
아침에 병원 문을 열고 입원실을 보면 고양이의 봉 타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한참을 쳐다보곤 했다.
“그래 네 이름은 ‘봉식이’야 봉 잘 타는 수컷 고양이 ‘봉식이’”
그때부터 입원해 있는 동안 그 고양이는 ‘봉식이’로 불렀다.
눈에서 조금씩 흐르던 삼출물도 없어지고, 상처도 거의 나았을 때 ‘봉식이’는 깨끗이 목욕도 하고
병원에 있는 비슷한 또래의 업둥이 고양이 ‘토르’와 병원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놀았다.
유선종양 수술한 강아지의 실밥을 제거하는 날 ‘봉식이’는 마음씨 착한 여자 보호자에게 입양되었다.
“병원에서는 ‘봉식이’라 불렀어요, 녀석이 봉을 잘 타서...”
며칠 후 수술부위 실밥 제거 때문에 내원한 ‘봉식이’
“이름은 바꾸셨어요?”
“아니요 그냥 ‘봉식이’라 불러요. 저는 ‘봉식이’가 마음에 들어요”
봉춤을 잘 춘 덕에 예쁜 이름도 얻고, 맘씨 좋은 보호자에게 입양까지 되어
지금까지도 잘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