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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blue sky Nov 20. 2021

강아지의 화장실 가는 법

미미는 여자랍니다~






습관,

국어사전에는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방식으로 정의되고,

프랑스의 철학자인 파스칼은 ‘습관은 2 천성으로 1 천성을 파괴한다며 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만큼 습관이 무섭다는 것이다.


강아지의 행동  대변과 소변을 보는 경우, 본능과 학습에 의해 길들여진 습관이 공존하게 된다.

물론 집안에서 생활하는 경우 보호자는 본능적인 배설 행위보다 학습에 의해 길들여진 습관에 의한 배설 행위를 더 선호한다.

이기적인 부분이  다분히 있지만,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사람이 우선으로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병원에 내원하여 치료받는 강아지와 고양이들  진짜 특이한 습관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또 치료를 위해서 반드시 알고 있어야 되는 중요한 정보가 되기도 한다.


슈나우져 “미미

미미 갑자기 사료를 먹은  움직이지 않고 , 몸을 떨고 배가 조금씩 불러지는 증상으로 내원했다. 

보호자에게 history 청취  가능성이 있는 질병에 대한 언급과 함께 기본적인 검사를 실시했다.

강아지는 아픈 곳을 말할  없으므로 보호자에게 모든 것을 물어볼 수밖에 없다. 

사람 병원으로 치면 소아과가 동물병원과 가장 비슷하다고   있다.


그래서인지 딸아이를 데리고 소아과로 가면, 의사 눈이 휘둥그러질 정도로 아픈 것에 대한 많은 history를 쏟아낸다.

직업병인 셈이다.


초음파와 방사선 검사에서 내려진 진단은 “자궁 축농증”.

9살이 넘은 중성화 수술이 되지 않은 암컷에서 , 식욕부진, 복부팽만, 활력 부족 등이 있으면 항상 LIST 순위 상단에 오르는  

질병인,  자궁 축농증은 자궁 내에 세균의 감염으로 염증이 진행되어 농이 차는 질병이다.

중성화되지 않은 나이 많은 암컷 강아지에게  제일 많이 발생하는 질병이며 제일 위험한 질병이다.


진단  이어지는 치료과정 상담.

먼저 약을  먹여 보고 수술은 나중에 하겠다는 어머니,

지금 수술하자는 .....


약만 먹을 경우 증상이 악화되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만류해도 보호자의 주장을 꺾을 수는 없었다.  

이렇게 약 처방으로 근근이 20여 일의 시간이 흐른 뒤,  

원장님  이상 ”미미 힘들어하는   보겠어요라며 가족 모두가 “미미 데리고 다시 내원했다. 

약을 먹으면 잠깐 호전되었다가, 다시 증상이 나타나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증상이 나빠지는 것을 보호자는 

차마  지켜볼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수술 / 마취 동의서에 서명을 하는 보호자의 손이 조금 떨리는 듯했다.

다른 수술보다 자궁 축농증, 더구나 지금 “미미”는 질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하게 되어  

그만큼 위험성이  높다는  보호자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술 등에 불이 켜지고 “미미”의 기관으로 튜브를 삽 관한 뒤 호흡 마취를 시작으로 수술이 시작되었다.  

자궁 축농증은 일반적인 중성화 수술보다 절개 부위가  커진다.

자궁 내에 농이 차서 자궁 자체가 많이 확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복강을 열자 바로 자궁이 복압에 밀려 올라왔다.

이때의 자궁을 집어내는 느낌은 아마 시골장터에 순대 파시는 아주머니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반 순대가 아닌 토종 순대 정도?


조심조심해서 제거한 난소와 자궁. 농반에 자궁을 내려놓자 한 손으로 들고 있던 간호사가

 손을  보태어 수술대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놓을 정도의 무게였다.

이것 때문에 배가 불러온 것이다.  

다행히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미미”도 집중치료실에서 건강하게 회복하고 있었다.

수술시간 내내 대기실에서 마음 조리며 기다리던 보호자는 “미미”의 안정된 상태를 확인 후

제거된 자궁을 보고는 안쓰러움에  손으로 얼굴 감싼  “빨리 수술해줄걸...”이란 말을  번이고 반복한다.


다음날, 보통 병원에 입원 환자가 있으면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체온, 심박수, 호흡수, 활력상태 등의  

환자의 기본적인 몸 상태이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대변과 소변의 상태,

 모든 것이 정상이면 대부분 건강하게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미미 입원장  패드 어디에도 소변 자국이 없었다.

수술하기 전부터 수액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술 시에는 방광을 비우지만-

다음날 아침까지 소변을  보지 않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이런 경우가 생기면 수술을 집도한 수의사로서 머릿속에 복잡한 상상들이 나래를 펼친다.   

초음파상에는 방광에 소변이 가득 차 있다.


먼저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해 “미미소변 습관을 알아보았다.


미미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아무도 없어야지만 소변을 봐요...”


습관도 가지가지라더니,“미미”를 안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상가 남자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안에 넣어둔 채 화장실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소변을 보지 않았다.

병원으로 돌아와서 요도 카테터로 소변을 빼낼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간호사가 자기가 여자화장실에 한번 데리고 가보겠다고 했다.  


“ 김간호사, 그래 ”미미“가 암컷이니 사람으로 치면 여자이지만, 강아지가 남자, 여자 화장실 가리겠어?”라며

 큰 기대 없이 간호사에게 “미미”를 맡긴 후 난 여전히 수술실에서 나머지 처치 준비를 하고 있었다.

15분이 훨씬 넘어서 내원한 간호사, 화장실로 사람이 계속 와서 한참을 기다렸다고 했다.


원장님 ”미미소변봤어요...”

뭐야 그럼 남자화장실이라서 소변을  본건가?

왠지 남자화장실에 “미미 넣을  나에게 나비 눈을 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입원한 3일 동안 오전 오후 사람이 화장실에 없는 시간대에 간호사는 “미미”를 안고서 여자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게 했다.  


만약 남자 간호사였으면 “미미 소변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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