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수의학적 선택
2013년 5월 14일 뉴욕타임스에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인 안젤리나 졸리가 ‘나의 의학적 선택(my medical choice)’이라는 칼럼을 통해
자신이 유방암 예방 차원에서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는 사적인 비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여자로서 이런 결정은 쉽지는 않았다고 하며, 그녀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가장 큰 원인은 10년간 암 투병 후 눈을 감은 어머니, 그리고
자신도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의 위험성이 높은 ‘BRCA1’이라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이후 최근에는 난소암 예방을 위해 난소 절제술까지 받았다고 한다.
아름다운 여성이기보다는 건강한 여성을 선택한 그녀의 과감한 결정이 대한 하다고 느꼈다.
사람과는 다르게 강아지는 유선종양의 발생과 기타 난소와 자궁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난소와 자궁을
모두 제거하는 중성화 수술이라는 예방적인 수술을 유전자 검사 없이 하게 된다.
첫 발정 이전(보통 생후 6개월 전후)에 중성화 수술을 하면 유선종양의 발생률이 0.5%로 낮아지므로
유선종양의 예방으로는 적절한 시기의 중성화 수술이 가장 좋은 선택인 셈이다.
그리고 난소와 자궁이 없기 때문에 암컷에게 가장 무서운 질병 중 하나인 자궁 축농증도 예방이 된다.
안젤리나 졸리의 칼럼을 읽고 떠오르는 강아지가 있었다.
이름은 ‘쥬디’
‘쥬디’는 10살이 훨씬 넘은 암컷 몰티즈다.
보통의 보호자와의 진료 상담 시 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종양 덩이의 조직 검사 후 어떤 치료를 해야 되는지 상의하게 되는데,
‘쥬디’의 보호자는 FNAB( 세침흡인 세포검사) 검사 후 유선종양으로 확인되어 수술적인 부분을 설명하자마자
“ 유선 전체를 제거해주세요”라는 것이다.
“네? 종양이 2개밖에 없고 크기나 위치로 봤을 때는 유선을 부분적으로 제거 후.....”라며
유선 전체의 제거가 필요하지 않은 케이스라고 부연 설명을 하여도 돌아오는 대답은
“ 그냥 전체 유선을 다 제거해주세요”
“ 그리고 중성화 수술도요”였다.
보호자의 결심은 너무나도 확고하였다.
몇 번의 설득에도 보호자의 결정은 전혀 변함이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쥬디’는 난소와 자궁을 제거하는
중성화 수술과 유선 전체를 제거하는 큰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 후 긴 후처치의 기간도 끝나 마지막 실밥을 제거하고, ‘쥬디’의 몸 상태가 정상으로 회복되자
보호자는 자신이 왜 전 적출 수술을 고집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실은....”
조금 뜸을 들이고는
“ 쥬디를 키우기 전에 몰티즈 암컷을 하나 키웠어요, 아주 예쁘고 귀여웠죠.
어느 날 유선 부위에 뭔가 만져져서 검사 후 종양 판정을 받고 그 부위만 제거하였어요.
그런데 얼마의 기간이 지나지 않아 옆에 또 종양들이 발생하였고, 그때마다 그 부위만 제거하여 몇 번의 수술을 반복하였지만.... “
보호자는 하던 말을 잠시 멈추고 눈에 고인 눈물을 훔치고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 결국은 그렇게 고생만 하다가 죽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런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어요 “라는 것이다.
나는 그제야 ‘쥬디’의 보호자가 왜 그렇게 과감하고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주장을 절대 굽히지 않았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전처럼 동일한 과정을 겪게 하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내린 과감하고도 어려운 선택이었던 것이다.
비록 수술에 관한 선택을 ‘쥬디’ 자신이 아닌 보호자가 결정하였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유선종양의 전이 없이 건강하게 지내는 ‘쥬디’와,
항상 웃으며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보호자를 보면 그녀의 수의학적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