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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리피언 Nov 05. 2022

회피가 해피다

여행의 목적

나는 지금 가족들과 괌에 있다.


3년만의 해외여행은 나를 들뜨게도 겁나게도 했다. 주로 자유여행을 하는 편인데 너무 오랜만이다보니 제대로 준비는 했는지, 신나게 공항에 가서 준비가 덜돼 집으로 다시 돌아와야하면 어쩌지 걱정이 됐다. 그래도 괌은 알려진대로 자유여행 난도가 낮은 지역이었다. 지난 19년 이후 첫 해외여행인데 여행의 시동을 걸기에 좋은 곳인 것 같다.

나는 괌이 처음이다. 괌을 여러 번 왔던 사람들은 여기가 예전같지 않다고 한다. 코로나 여파로 문을 닫은  상점이 많고 환율이 높고 미국 경기도 별로여선지 쇼핑 천국이었다는 예전의 명성에 비해 매력적인 물건도 적은 편이라고 한다.


이전의 모습을 모르니 잘 비교가 되진 않는다. 그래서 실망도 없다. 휑한 쇼핑몰을 보면서 조금 상상은 한다. 이곳에 예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있고 더 큰 활기가 있었겠지.

손님이 열명도 안되는 것 같았던 한 쇼핑몰

나에게는 그저 신나는 여행지인 이곳도 나름의 문제를 품고 있는 것을 보면 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곳에서 내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많은 것들을 잊고 있는데.


그러고보면 여행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 때문 아닌가 싶다. 일상으로부터의 도망. 한국에서 아주 사소한 몇가지 일로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여기와서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문제의 현장을 떠나와서 그런가. 나에겐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이곳 사람들도 여기를 떠나서 잊고 싶은 것들이 있지는 않으려나. 때로는 회피가 해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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