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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리피언 Nov 08. 2022

작은도서관을 없애지 말아주세요

착한 놈들을 끝없이 백업시키려면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066201.html

마포구는 아니고 옆동네에 살고 있다. 며칠 전 지역 카페에서 이 소식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저걸 왜? 그런데 오늘 아침에 결국 기사까지 나왔다. 독서실로 전환할 방침이란다. 응?


우리 동네에도 작은도서관이 있는데 그 곳은 동네 아이들의 쉼터다. 책도 보고, 친절한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저렴이 카페에서 군것질도 하고. 특히 이사와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던 몇 년 전, 종종 일때문에 집을 비워야할 일이 있었는데, 그럴 때, 이곳은 내가 아이들에게 가서 있으라고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안전 쉼터였다. "가서 책 좀 읽고 있으면 엄마가 데리러갈게". 아이들은 거기서 편하고 안전했다.


작은도서관은 책을 읽는 곳이지만 큰 도서관이나 독서실과는 좀 다른 분위기다. 비치돼있는 책이 많지도 않고,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좀 소곤거린다고 "저기요, 여기 공부하는 곳인데요"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크게 떠들고, 뛰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조금 주실지언정,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의 그런 행동은 충분히 이해되었다. 차없이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구립, 시립도서관에 가기 힘들 때, 상호대차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서 책을 볼빌릴 수 있게 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작은도서관 폐지는 아이들에게 그런 공간을 뺏는 것이다.


그럼 왜 폐지일까? 공식적인 이유는 이용 실적 저조다. 결국 또 숫자인 것이다. 효율이 떨어지고, 돈만 들어가는 사업이라는 거다. 그럴거다. 상호대차에 들어가는 인력이 있을 것이고, 도서관 관리 인력이 있을 것이다. 돈이 들어갈 것이다. 도저히 돈이 나올 구멍이 없는 사업이다.


하지만 이런 공간은 기사처럼 20년 동안 차근히 늘어나던 공간이다. 그 20년 동안 저 곳은 효율적이었을까? 정부가, 지자체장이 바뀌고 나서 자꾸만 '효율성'을 내세운 행정이 많아지고 있다.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등 사람이 먼저라는 가치를 앞세운 곳들을 자꾸만 밀어낸다. 사실 서울시에서 마을공동체, 시민단체 등의 예산을 대거 삭감할 때부터 이런 일들은 예상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110115074534150?utm_source=naver&utm_medium=search

저때도 저들은 시가 누군가의 ATM이 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표현은 사람들에게 잘 먹혔다. '혈세 낭비'라는 단어에 사람들은 누구보다 민감하니까. 효율적이지 않다는 말은 정말 이어령비어령이다.


물론 어딘가 그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언제 어디나 나쁜 사람들은 있으니까. 하지만 '동백꽃 필무렵'의 용식이가 그러지 않았나. 걔들은 쭉정이고 착한놈들은 끊임없이 백업이 된다고. 언제까지 나쁜 놈들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울 일인가.

우리는 모든 것을 숫자로, 효율성으로만으로 따질 수 없다.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는 점점 사람이 귀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간성이 어느 때보다 귀해지는 시대에 숫자로만, 돈으로만 따질 수 없는 것들을 지켜야할 의무가 어른들에게 있다. 효율성만 가지고 아이들을 줄세우지 않는 시대를 만들어가려면, 저 돈드는 작은도서관들이 꼭 필요하다.


착한 놈들을 끝없이 백업시키려면, 효율성으로만 아이들을 키워선 안되지 않나. 가치가 있어도 필요없으면 가차없이 없애버리는 사회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저런 걸 없애고 독서실 만들자는 사람들은 의아할지 모르겠다. 엄마들이 애들한테 공부하라고 하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독서실 만들어준다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왜 이러나. 또 한편으론 생각할 것이다. 정치적으로 자기와 반대편에 있는 일부가 '선동'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살면 편하겠지. 하지만 제발 정치, 그렇게 편하게 하지 마라. 편하게 세상을 망치지 마라. 사람 살자고 하는 게 정치아닌가. 대체 뭣이 중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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