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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리피언 Aug 17. 2024

게으른 여행자의 런던 여행기(4)

네 편만의 출발, 그리고 또리포터

준비에만 글 세 편을 썼다. 가 얼마나 이 여행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내가 말이 많아서가 절대 아니다(진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순간. 떠나기 위해 인천공항에 있는 순간들. Photo by 남편

몇 달 동안 상상했던 히드로 공항.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가뜩이나 긴 비행시간이 2시간이나 더 늘어나서 우리는 14시간을 날아 이 곳에 도착했다. 습하고 더운 장마기간이었던 한국을 떠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을 때 첫 느낌은...추웠다.


춥다니. 그래도 7월 말인데. 온도를 확인해보니 15도 정도. 반팔, 반바지라면 추울 수 있는 날씨였다. 이 서늘함에서 우리는 런던 도착을 실감했다.


히드로 공항에서 익스프레스를 타는 곳까지 확실히 시간이 제법 걸렸다. 바로 탈 수 있는 2터미널이 이렇다니 다른 터미널은 시간이 좀 더 걸리지만 해당 터미널에서 탈 수 있는 엘리자베스 라인 등을 타는 것도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히드로. 7월 말인데 모두 긴팔 차림이다. Photo by 남편

하지만 런던 도심 도착 시간은 정말 빨랐다. 패딩턴 역에 20분 만에 도착해서 내리니 70년대 서울에 막 상경한 '촌년' 느낌으로 두리번거리게 됐다. 패딩턴 역은 정말 큰 역이었다. 그래도 하도 서울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온 터라 생각보다 많이 헤매지 않고, 우리가 찾아야하는 출구를 발견했다. 호텔까지 길이야 구글지도로 전혀 문제 없는 길이었다.

첫 호텔의 뷰. 썩 좋진 않지만 시원하다. 두 번째 호텔보다는 나았다. Photo by 남편

다들 비행기에서 불편한 쪽잠을 자 몸이 찌뿌둥한데다 약간의 긴장을 했고, 한국에서 한창 잠잘 시간에 호텔에 들어가다보니 하얀 시트가 깔린 좁은 호텔방이 천국 같았다. 아이들은 드디어 도착했다고 환호하며, 드러누웠고, 나와 남편은 그래도 첫날 밤 맥주 한잔은 해야 한다며 호텔 바로 앞 편의점에 갔다. 싸구려 맥주 한캔을 부딪히며, 우리는 무사 도착을 기념했다.


둘째 날, 해리포터 스튜디오-해리야, 많이 무따 아이가.

런던은 한국보다 8시간 느리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보통 새나라의 어린이가 된다. 일찍 일어나지는 것. 런던에서 가장 반가웠던 건 아이들을 깨울 필요가 없었다는 거다(물론 한 이틀 정도였다. 쓸데없이 적응이 빠른 어린이들).

해리보러 산넘고 물건너 가는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런던의 지하철 언더그라운드-유스턴 기차역-해리포터 셔틀-왓포드정션역 전경

첫날 일정은 무려 해리포터 스튜디오였다. 오피셜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 또 해리포터라니. 1월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갔을 때도 해리포터 애리어에서 볼 만큼 봤다고 생각해서 가지 말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런던 방문 날짜가 다가오고, 우리 도착 첫 날 남아있는 표를 보고 운명인가봐..라며 스르르 표를 예약하고 있는 나는 뭐 대단한 팬도 아닌데 참 희한한 일이다.


이 예약은 옵션이 다양한데 대부분 스튜디오가 있는 왓포드 정션부터 스튜디오까지 셔틀은 포함하고 런던서 교통편을 포함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공식홈에서 예약하면 단일 옵션으로도 살 수 있는데 예약 대행 사이트에서 파는 건 단일 옵션으론 살 수 없다고 들었다. 우리 껀 교통편을 포함하지 않아 왓포드 정션까지 어떻게 가는지부터 찾아야 했다.


첫날부터 런던을 벗어난 일정이라 조금 긴장됐지만, 구글 지도를 찾아보니 그다지 어려울 것 없는 길이었다. 숙소 옆 패딩턴역에서 지하철로 네 정거장 거리에 유스턴역에 가서 기차를 타면 왓포드정션까지 갈 수 있었다. 컨택리스 카드가 제 구실을 하는지 확인도 해야하는 터라 이 코스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표는 트레일라인 앱을 깔아 미리 구매했다. 기차표 역시 일찍 구매하면 시간에 맞춰 타야하는 좀 더 싼 표를 구할 수 있다는데 우리는 임박해서 애니타임 리턴표를 사야 했다. 좀 더 비쌌지만, 해리포터 스튜디오에서 예상보다 시간을 더 보내서 이걸 산 게 오히려 다행인 셈이 됐다.


다음 날 아침, 살짜기 내리는 이슬비에 런던임을 실감하며 유스턴 역에 도착해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를 사먹었다(런던에서 우리는 정말 편의점 단골이었다. 특히 세인스버리 로컬.). 아이들이 "런던 음식 맛없다더니 진짜다!"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후 다른 음식들은 맛있게 먹었는데 이날 샌드위치는 정말 마르고 맛이 없었다.


망설였던 방문이지만, 막상 들어가서는 재미있게 구경했다. 무엇보다, 컨텐츠라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가를 다시 한번 체감한다는 식상한 말이 입에서 또 나오는 걸 어쩔 수 없겠다.


소리지르는 맨드레이크를 뽑아볼 수 있다 photo by 남편

영국은 작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위대한 나라입니다. 셰익스피어, 처칠, 비틀즈, 숀 코너리, 해리포터의 나라입니다. 데이비트 베컴의 오른발..왼발도 있군요. -영화 '러브 액추얼리' 속 총리 데이비드


20여년 전, 크리스마스 시즌에 재미있게 봤던 영화 러브액추얼리의 대사가 생각났다. 와보니 영국은 저 대사에 나오는 양반들이 여전히 많이 먹여살리는 나라였다. 이들이 영국의 위대함을 증명할 수 있냐고? 상당한 부를 가져다주는 것은 분명해보였다.


우리가 런던에 있는 열흘 정도의 시간 동안 해리포터와 관련있다는 설명을 들은 장소가 벌써 몇 곳이나 되는지. 이 다음 날 방문한 옥스포드, 런던 도심의 리든홀마켓 등 "여기서 해리포터를 촬영했답니다"라고 말하는 곳에는 관광객이 몰렸다. 아시안 뿐 아니다. 해리포터 스튜디오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했다. 이게 컨텐츠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아이들과 내가 동시에 해리포터를 좋아하는 것은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해리포터 스튜디오에는 전세계 어린이들이 코스튬을 하고 온다. 그들이 꿈꿀만한 스튜디오다. Photo by 남편, 슬리피언

해리포터 외에도 런던에서는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브랜드의 상품화의 대한 것들이었다. 차가 유명하지만, 그 산뜻한 하늘색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어 굿즈가 많이 팔리는 포트넘앤 메이슨, 히드로공항 면세점을 당당히 차지하고 가방 등 자기네 로고가 박힌 굿즈를 판매하는 해럿 백화점. 자세한 스토리는 모르지만, 전 세계인들이 신세계백화점 굿즈를 면세에서 사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지.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는지 참으로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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