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버러마켓 바로 옆 몬머스에서 커피를 마셨다. 나는 한국에서도 주로 라떼를 마시는데 여기 라떼가 정맣 맛있다. 컵이 작은 것이 흠이지만 정말 강추.
남편은 단 베이커리에 눈을 빼앗겼다. 버러마켓 안에서 브라우니와 쿠키, 연어베이글 샌드위치를 사서 타워브릿지를 향해 걸었다. 많이들 들고 있는 초코 시럽이 뿌려진 딸기까지는 혈관이 욕할 것 같아 못 샀는데 대신 tv에서 봤던 납작복숭아를 샀다.
타워브릿지는 특정 시간에 다리가 열리는 도개교다. 사진 슬리피언
도개식 명당인 포터스필즈공원으로 향했다. 런던을 위해 가져온 돗자리가 마지막으로 빛을 발했다. 간식을 먹으며 도개식을 보고 있으니, 마냥 이러고 있었으면 싶었지만 마지막 행선지인 테이트모던을 향해 떠나야했다.
내셔널갤러리와는 다른 매력의 테이트모던. 뒤샹의 샘. Photo by 남편
마르셀 뒤샹의 샘을 비롯한 다양한 미술품이 있는 테이트모던은 내셔널갤러리보다 한적해서 좋았다. 구글 렌즈를 써 설명을 보면서 작품을 감상하니 한결 수월했다.
계속 이러고 있으면 좋았겠지만 시간은 잘도 갔다. 짐을 찾아서 패딩턴역에 가 익스프레스를 타야했다. 트렁크 두 개를 실으려고 대형 택시를 불렀는데 차가 밀리는지 오다가 취소되길 반복했다. 어떤 양반은 저 앞에 해당 번호에 차가 보였는데 그 상태에서 우리 요청을 취소했다. 거긴 다른 사람이 타 있었다. 당최 이해하기 힘든 상황.
시간이 촉박해져 약간 쫄리는 상황에서 차가 겨우 한대 왔는데 하필 런던 여행 마지막에 만난 사람이 제일 게으른 기사일 일인가. 트렁크 문을 제대로 열어주지도 않고 우리가 버튼을 찾아 연 트렁크에는 자기 짐이 엉망으로 실려있었다.
그래도 패딩턴역이 멀지 않은 곳이어서 잘 도착은 했다. 게다가 한국행 우리 비행기는 비행기를 탄 채로 2시간 이상 지연돼 결과적으로 쫄릴 일도 아니었다. 여행 마지막이 비행기를 놓치는 결말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올땐 빨리 공항에서 나가기 바빠 잘 몰랐는데 히드로공항은 참 컸다. 아이들과 밥도 먹고 면세점 구경을 하느라고 또 시간이 잘도 갔다. 정말 마지막날까지 시간을 탈탈 털어 히드로 공항까지도 쉬지 않고 구경했다. 우리 비행기는 8시가 훌쩍 넘은 11시 쯤 돼서야 출발했는데 나는 비행기에 착석하자마자 곯아떨어져서 투덜거릴 일도 없었다. 정말 꽉 찬 8박 10일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