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 타깃팅 실패사례 - 프로스펙스
브랜드 포지셔닝은 STP 전략 즉, 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중 Positioning만을 전략화 한 개념입니다. 당연히 사전에 Segmentation과 Targeting의 설정이 완료된 상태입니다. 다른 게시글에도 밝혔듯이 Segmentation과 Targeting은 분석과 결정의 과정이라면 Positioning은 말 그대로 매우 중요한 마케팅 전략입니다. 목표하는 시장에서 어떻게 의미 있는 자리를 잡을 것인가? 즉, 어떻게 성장하고 성공할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이자 설계도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중장기 전략 혹은 차별화 전략 등으로 포장하기도 하지만 포지셔닝 전략은 마케팅 활동의 가장 현실적인 중기 전략입니다.
포지셔닝 전략이 중요한 이유는, 마케팅 4P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향후 몇 년간 해당 비즈니스의 제품/서비스, 가격/요금, 유통/채널, 광고판촉활동의 방향이자 각도 그리고 세기 등을 제시하는 키입니다. 포지셔닝 전략에 따라 제품의 라인업이 결정되고 개별 제품의 Spec. 과 품질이 결정됩니다. 포지셔닝 전략에 따라 가격 설정과 정책이 결정됩니다. 포지셔닝 전략에 따라 유통의 방향과 방식이 정해집니다. 포지셔닝 전략에 따라 IMC의 방향과 예산 그리고 속도가 결정됩니다.
오늘은, 한 브랜드가 포지셔닝 전략을 제대로 설정하고 추진해서 성공했던 사례와, 역시 같은 브랜드가 포지셔닝에 대한 오판으로 추락하고 있는 사례에 대해 공유하겠습니다.
오늘의 포지셔닝 전략 사례는 프로스펙스입니다.
위의 BI가 말해주듯 최근 10년간 프로스펙스는 브랜드 포지션상 매우 급격한 부침을 겪었습니다. 완전한 양극단의 방향을 추구했었습니다.
포지셔닝 성공사례 - 오직 워킹
프로스펙스는 국제상사의 국산 토종 스포츠 브랜드입니다. 한때는 나이키, 아디다스 못지않은 영광을 누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 MZ 세대는 기억도 못 하는 86 아시안 게임, 88 올림픽의 공식 후원 브랜드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프로스펙스는 국제그룹의 해체로 한일합섬에 매각됐다가 2007년 현재의 주인인 LS그룹에 정착을 했습니다. 기업명은 LS네트웍스입니다.
2007년 LS그룹이 프로스펙스를 인수했을 당시 프로스펙스는 그저 과거의 명성에 의존하는 동네 체육사 같은 브랜드이자 매장이었습니다. 매장은 크지 않지만 수많은 종류의 운동용품과 의류 그리고 신발을 판매하는 동네 스포츠 잡화상 같은 이미지였습니다. 프로스펙스를 인수한 LS는 이 상태로는 더 이상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새로운 전략을 설정했습니다. 바로 좁은 영역에 집중하여 나이키 수준의 경쟁력을 만들어 낸다는 방향이었습니다. 수많은 소비자 조사와 고민 끝에 도출한 프로스펙스의 새로운 방향은 바로 'Walking'입니다.
2008~9년 당시는 우리나라 스포츠 시장에 Walking이라는 카테고리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물론 주로 주부가 중심이 되어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Walking이 운동 즉, 스포츠로 해석되기보다는 '산책'이나 '식후 소화' 또는 '동네 마실' 수준의 인식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그런 실정이다 보니 Walking에 활용되는 신발도 주로 러닝화 같은 유사 신발이나 테니스화 같은 비전문화였습니다. 또, 산책이나 마실과 같은 주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실제 Walking을 하는 사람들은 건강이나 다이어트뿐 아니라 Walking을 하면서 적극적인 운동의 희열을 추구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소비자 인사이트를 통해 프로스펙스는 'Walking은 진정한 스포츠' 또는 'Walking 할 땐 전문 Walking 화'라는 콘셉트로 브랜드 포지션을 변경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1시간 이상, 일주일 3회 이상 정기적으로 Heavy Walking을 하는 주부를 핵심 타깃으로 설정하여, 고기능 Walking 화를 출시하고 지속 마케팅하여 2011~12년 경에는 프로스펙스 하면 Walking이라는 인식과 최초 상기도(TOM, Tob Of Mind)를 확보하게 됩니다. 브랜드 이미지가 확립되고 호감도가 올라가자 자연스럽게 매출액도 상승으로 돌아갑니다.
사실 'Walking'이라는 브랜드 콘셉트는 차별적이고 인사이트 있는 전략이긴 하지만, 꽤 위험이 큰 전략이었습니다. 우선 프로스펙스는 그 역사를 보듯 전국에 500개 이상의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비록 프로스펙스에 무엇 하나 뚜렷한 정체성 아이템은 없었지만, 수만은 제품을 매장에 비치해 두고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스포츠 용품을 팔면서 대리점주 입장에서는 그럭저럭 살만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수만은 구색 상품을 다 치우고 몇 종류 되지 않은 Walking 화와 Walking 의류만을 취급한다는 것은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대리점주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모험이었습니다. 또 Walking을 스포츠라고 인식하지 않는 국내 정서상 소비자의 공감과 호응을 얻는다는 확신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전략을 수립하고 경영진과 조직원의 일관된 기조하에 Walking으로의 리포지셔닝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프로스펙스의 리포지셔닝 전략에는 시대의 흐름을 읽는 혜안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주부 계층을 중심으로 많은 Heavy Walker가 존재하기도 했지만, 수많은 지자체들이 제주도의 올레길을 위시하여 다양한 둘레길과 Walking 코스 만들기에 엄청난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더불어 국민소득 2만 불 시대에 접어들면서 다양하게 증가하는 아웃도어 활동 또한 Walking에 대한 붐과 인식의 확산을 지원했습니다. 다들 기억하겠지만, 아웃도어 의류가 일상과 여행의 기본 패션이 됐을 정도였으니까요.
프로스펙스는 브랜드에 대한 큰 변신도 시도했습니다. 여전히 과거의 애매한 이미지가 있는 프로스펙스는 VI(Visual Identity)를 과감히 바꾸고 뒤에 감췄습니다. 대신 Walking이라는 카테고리 이미지를 새로 개발하여 마치 사업 브랜드처럼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Heavy Walker를 대상으로 하는 Walking 전문성 만으로 시장을 확대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었습니다. 프로스펙스는 2단계로 Walking의 일상화를 시도했습니다. Walking의 일상화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활용됐습니다. 그 첫째는 핵심 타깃을 Heavy Walker에서 Light Walker로 옮겼습니다. 일상에서 편하게 생활하고 다소 가까운 거리는 걸으려는 사람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제품의 라인업도 전문 Walking화의 비중이 줄고 가볍고 캐주얼한 제품군들이 늘어났습니다. 두 번째는 Walking이 운동이 아니고 일상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고생을 포함한 일반 시민이었습니다. 따라서 과거 40대 주부 중심의 이미지를 20대 초반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프로스펙스는 과감한 투자를 했습니다. LS그룹의 모회사인 E1의 풍부한 자금에 기대어 광고비가 무척 비싼 '김연아'를 광고모델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김연아는 꾸준히 노력하고 성취하는 한국의 젊은이를 대변하는 매우 알맞은 Light Walker의 표상이었습니다. 결국 '연아신발'로 대변되는 프로스펙스 W는 연간 무려 300만족을 판매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포지셔닝 실패 사례 - MZ을 모른다
LS그룹의 브랜드가 되어 승승장구하던 프로스펙스에 위기가 찾아옵니다. 스포츠 아웃도어 열풍으로 엄청나게 많이 생겨난 브랜드들로 인해 과공급이 발생한 것입니다. 국민소득의 증가는 아웃도어와 걷기 열풍에서 여행과 골프 등 좀 더 고비용 프리미엄 아이템으로 그 관심이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아웃도어와 스포츠는 더 이상 시니어의 전유물이 아니고 젊은이들까지 확산된 상태입니다. 브랜드 전문성과 기능성으로 포지셔닝 된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브랜드가 젊은 계층을 공략하는 캐주얼 스포츠 아웃도어로 정체성을 바꾸게 됩니다.
과당 경쟁과 과공급은 제품의 판매 가격 하락을 가져왔고, 당연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입어보고 신어보던 스포츠 아웃도어는 운동 강도가 약해짐에 따라 시대의 흐름에 맞게 할인이 주류인 온라인 쇼핑으로 유통의 주류가 전이됐습니다. 이런 현상은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에 거의 상시 할인 시대를 가져왔고, 결국 소수의 정체성 브랜드와 다수의 할인 브랜드로 시장이 양분됐습니다. 프로스펙스가 김연아를 활용해 잠시 젊은 층에 공감과 호응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안정적인 프로스펙스의 전통 고객층은 여전히 시니어 주부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정통적인 충성고객과 시대정신인 젊은 MZ 세대 소비자를 모두 잡고 싶었던 프로스펙스는 다소 이상하고 애매한 포지셔닝 전략을 수립합니다. 일명 'Young & Retro'입니다. 이 전략의 결과 프로스펙스는 W라는 브랜드를 뒤로 감추고 과거 국제상사 시절의 전통적인 프로스펙스 VI를 다시 꺼냅니다. 그러면서 제품과 광고는 젊은 Look을 추구하죠. 바로 시니어 계층과 MZ 세대를 모두 잡아보겠다는 심산입니다. 하지만 MZ 세대는 과거의 프로스펙스를 알지 못합니다. 김연아 이전, 88 올림픽 때 프로스펙스는 시니어에게는 향수로 다가오지만 MZ 세대에게는 그저 올드 한 구닥다리에 불과합니다. 제품이 아무리 젊어졌다고 해도 브랜드의 인식이 올드하면 MZ 세대의 인식 속에 구매 고려 브랜드가 될 수 없습니다. 더불어 프로스펙스는 줄어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비교적 많은 할인정책을 활용합니다. 이렇게 정찰가보다 낮은 상시 가격은 MZ 세대로부터 '세일 브랜드'라는 인식을 만들게 됩니다.
프로스펙스는 결국 기존의 집토끼(시니어 헤비 워커)도 산토끼(MZ 세대 캐주얼 워커)도 모두 제대로 잡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프로스펙스는 어렵게 리포지션 한 Walking의 전문성은 간과한 채, 그저 새로운 수요로 떠오른 MZ 세대 소비자를 욕심낸 결과가 된 것입니다. 많은 비용과 자원을 투자하여 만들어낸 Walking을 지금 다시 잡는 게 효과적인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긴 하나, Walking은 프로스펙스의 자산 중 넥스트 코로나 시대에 통할 수 있는 그나마 가장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MZ 세대 공략에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보는 휠라(FILA)와 프로스펙스를 비교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역사가 오래된 브랜드라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두 브랜드를 비교하는 것은 그리 의미가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프로스펙스는 Walking이라는 스포츠 전문 정체성을 다시 부여잡고, 기존의 충성 고객층인 주부나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계층을 상태로 제대로 공략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미 친밀감과 환기 브랜드 군에 들어가 있는 45세 이상 주부는 물론, 액티브 시니어 계층은 구매력이 강력한 파워 소비자 집단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