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활용되는 브랜딩과 마케팅의 개념에 대한 현실적인 구분
브랜딩 혹은 마케팅 언저리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는 브랜딩과 마케팅을 구분하지 않고 혼용해서 사용하거나, 그 차이가 애매해서 브랜딩과 마케팅이 어떻게 다른지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왕왕 있습니다. 저 또한 브랜딩과 마케팅을 감각적으로 그때그때 빈칸 채우기처럼 사용해 왔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특히, 브랜드라는 표현은 비교적 뭔가 설명이 용이하고 좀 더 또렷한 느낌이 있지만 브랜드에 ing를 붙여서 브랜딩이 되는 순간 어떤 행위적인 연상을 하거나, 마케팅 활동의 내용들과 크게 구분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모호함이 존재합니다.
브랜드는 상표라는 해석으로부터 비교적 쉽게 이해의 출발이 가능합니다. 상표이긴 하나, 상표의 범주 해석에 따라 사업 혹은 사업 군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브랜드 전략은 어쩌면 사업전략,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사업 포트폴리오로 해석해도 일반적인 관점에서 그리 큰 불편함이 없습니다. 반대로 브랜드를 좁게는 Visual Identity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CI(Corporate Identity) 혹은 BI(Brand Identity)의 시각적 표현을 의미합니다. 로고/심벌/워드마크 같은 것들 혹은 그런 표현들의 방법론을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브랜드에 ing를 붙이는 순간, 많은 사람들은 브랜딩을 행위적 혹은 과정적 해석을 하게 되면서 옆에 있는 마케팅이라는 단어와 혼용하거나 헷갈려 합니다. 브랜딩이라는 단어로 네이버 검색을 해보면, <소비자로 하여금 상품을 이미지화하기 위해서 광고 홍보 등을 통하여 지속적인 관리로 소비자들로부터 상품의 이미지만으로도 상품과 회사를 알리는 마케팅의 한 방법이다.-네이버 지식백과>라고 설명됩니다. 브랜딩을 마케팅의 한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네이버 지식백과의 브랜딩에 대한 해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브랜딩은 마케팅보다 더 큰 범주이거나 마케팅의 상위 개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브랜딩이 What에 대한 얘기라면 마케팅은 How에 대한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딩이 인지/호감/이미지라는 결과물(자산)에 해당한다면 마케팅은 인지/호감/이미지를 만드는 행위이자 과정(자산 형성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딩은 고객을 스스로 다가오게 하는 Pull의 방법론이라면, 마케팅은 고객에게 다가가는 Push의 방법론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딩이 비교적 중장기적인 개념이라면 마케팅은 비교적 중단기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위에 언급한 설명들은 브랜딩과 마케팅을 오랜 기간 학술적으로 연구한 학자의 견해는 아닙니다. 다만, 브랜딩과 마케팅 현장에서 비교적 오랜 기간 실무를 진행해온 현업의 생각입니다.
브랜딩은 What, 마케팅은 How
브랜딩은 '무엇을 만들어낼 것인가?'하는 정체성(Identity)의 문제 혹은 핵심가치(Core Value)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물론 정체성이나 핵심가치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해석을 한다면 방법론에 해당하는 마케팅과 또다시 비슷해질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니, 브랜딩은 어떻게 만드는가보다는 주체 또는 주제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 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브랜드의 정체성 혹은 핵심가치가 '최고의 기술력'이라면 브랜딩은 브랜드가 지향하는 최고의 기술력을 정체성화 하고 핵심 가치화하자고 정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게 정해진 What(최고의 기술력)을 어떻게 실현하고-알리는가? 하는 이슈가 바로 마케팅의 How입니다. 제품(Product/Service) 단에서, 가격(Price)과 유통(Place) 단에서, 판촉(Promotion) 단에서 그 정도와 방식을 설정하고 만들어 나갈 수 있으니까요.
브랜딩은 자산, 마케팅은 자산 형성 과정
브랜딩은 자산이라는 브랜드 활동의 결과물 혹은 결과물을 만드는 방향성입니다. 예컨대, 인지/호감/충성/연상 이미지/지각 품질 같은 브랜드 자산을 형성하는 방향이자 목표 설정을 말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번 신제품 론칭에서 무엇에 브랜딩을 집중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이번에는 지각 품질을 중심으로 차별화를 하고 브랜딩을 집중하여 최고의 기술력이라는 정체성을 고객의 연상 이미지로 확보하자라는 방향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지각 품질을 브랜딩 하자는 것은 여러 브랜드 자산 중 당분간 집중하고 유지해야 하는 자산의 성격을 의미합니다. 반면, 마케팅은 지각 품질 우위라는 인식을 형성하기 위해, 제품에 어떤 품질수준의 기능을 적용하고 신뢰성을 확보할 것인지, 그런 지각 품질의 제품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할인 없는 가격 체계를 운영할 것인지, 매장에서 품질에 대한 체험과 신뢰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 지각 품질의 차이를 어떻게 소구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실현하는 과정입니다.
브랜딩은 Pull, 마케팅은 Push
오해의 소지가 많은 다소 위험한 표현입니다. 마케팅 방법론에는 Pull 마케팅과 Push 마케팅이 있다는 측면에서 그럼 Pull 마케팅은 결국 브랜딩을 말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 답이 곤궁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용하는 브랜딩의 의미 속에는 실제로 Pull 마케팅을 의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브랜딩은 인지와 호감을 만들어서 타깃 고객에게 어떤 이미지와 포지션을 형성하고 결국 구매의향 혹은 구매 행위를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잘 된 브랜딩은 적극적인 Pull 마케팅의 효과가 있다는 표현은 틀린 말이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최근에 많은 브랜드들이 사용하는 온라인 퍼포먼스 마케팅이나 세일즈 프로모션(Sales Promotion)은 실제 Push 적인 성향이 강합니다. 브랜드의 이미지나 자산력보다는 노출에 대한 물량공세 혹은 할인으로 인한 유입을 자극적으로 촉진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브랜딩은 좋은 것이고 마케팅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 또한 큰 오해입니다. 브랜드가 처한 다각적인 환경 속에서 혹은 브랜딩 차원의 접근을 혹은 마케팅 차원의 접근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브랜딩은 장기, 마케팅은 단기
이 또한 오해의 소지가 많은 표현입니다. 꼭 브랜딩은 장기, 마케팅은 단기라고 그렇게 구분할 수 없는 점도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브랜드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을 브랜딩이라고 좁게 해석한다면, 브랜딩은 비교적 시간을 두고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그 가치를 축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이 하도 트렌디 하고 빨리빨리 변하기에 지고지순하게 꾸준함을 유지하는 것이 요즘 같은 시절에는 현명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브랜드가 그 자산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자원의 량이 절대적으로 크지 않다면, 브랜딩은 어쩔 수 없이 소비자의 인지 여정을 관리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실질적인 구매의향으로 작동하기까지 혹은 반복 구매로 이어지는 충성도를 형성하기까지 브랜딩은 다소간의 공력과 시간을 꾸준하게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유한킴벌리의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처럼 수십 년을 이어온 활동을 브랜딩이라고 봐야 할지, 장기 마케팅 캠페인이라고 해석해야 할지 여전히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만, 결국 그 장기 마케팅 활동이 브랜드 자산을 축적하는 방향성을 취했다면, 이는 마케팅이라고 해석하기보다는 브랜딩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