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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 Mar 19. 2020

한 줄 여행 #1

당신이 그곳으로 떠나야 할, 단 한 줄의 이유 #1

"절대 나쁜 일이 일어날 리 없어!"

아씨시, 이탈리아 (Assisi, Italy)


"여기선 절대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

아씨시를 떠나면서 이 한 마디만을 떠올렸다.

더이상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이 평화롭고 평화로운 평화의 도시에서.


로마에서 차로 약 2시간, 피렌체에서도 차로 약 2시간 거리.

중간 경로라기에는 다소 애매한 위치여서 차가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생각보다 교통편이 복잡하고 시간도 훨씬 오래 걸린다.

그러나 소박한 이탈리아의 정수를 느끼고 싶은 이들이라면 최소 1박은 꼭 해야 한다. 아니, 1박으로도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지 모른다.


대중교통을 택한다면 기차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게 되는데, 꽤 높은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서 버스를 타고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전망이 황홀하다.


도시 자체는 매우 작다. 아씨시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성프란치스코 성당(Basilica di San Francesco d'Assisi)에서부터 또 하나의 유서 깊은 성당인 산타키아라 성당(Basilica di Santa Chiara)까지는 1킬로미터가 조금 넘는다.

아씨시의 메인도로라 할 수 있는 이 성프란치스코 거리(Via San Francesco,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님 주의)를 따라서 코뮤네광장, 박물관, 작은 성당들을 비롯해 동네 주민들이 즐겨 찾을 법한 작은 식당과 아기자기한 소품을 파는 가게들이 이어져 있다.

관광지인 로마나 피렌체에 비해서는 물가도 매우 저렴하다. 꽤 탐나는 소품들도 많지만, 문을 일찍 닫는 곳이 많으니 시간은 미리 체크해두길.


숙박도 대도시에 비해 깜짝 놀랄만큼 저렴하고 서비스가 좋은 편이다. 특히 로마의 물가에 호되게 데인 이들에게는 천국이 아닐 수 없다.

호텔보다는 전통적인 가정집에서 운영하는 B&B가 많은데, 숙박을 한다면 이런 B&B들도 좋고 수녀원이나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도미토리도 좋다. (1인실이나 2인실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수도원은 밤 9~10시경에는 대문을 완전히 잠그고 새벽에 다시 문을 열기 때문에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불만일 수도 있으나, 아씨시 자체가 밤 늦게는 그다지 할 일이 없으므로 마음 편히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면 된다.


성프란치스코 성당 바로 앞에 위치한 수녀원에서의 하룻밤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이른 아침 어슴프레 밝아오는 성당 앞뜰을 보면 '영혼이 정화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경건한 곳에 들어서면 행동도 저절로 경건해지는 것일까.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고 정갈한 거리에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메인도로에서 벗어난 골목에도 돌길과 돌벽, 건물마다 오랜 아씨시의 역사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높은 지대에 있는 만큼 어디서나 트인 경치를 있다는 것도 선물처럼 느껴진다.

산타키아라 성당 뒤편으로도 숙소들이 여럿 있고, 반대쪽인 성프란치스코 성당과는 또다른 느낌을 준다고 한다. 산길따라 하이킹도 해볼 수 있다고 하니, 시간 여유가 된다면 시도해봐도 좋겠다.


아씨시는 '가난한 자의 친구'로 알려진 프란치스코 성인(일명 '아씨시의 프란치스코')이 태어난 곳이고, 성프란치스코 수도회의 뿌리가 된 곳이다. 국민 대부분이 카톨릭 신자인 이탈리아에서도 특히 종교적 색채가 강한 도시라 할 수 있다.

거리 곳곳에서 수녀님과 수사님을 만날 수 있으며, 성프란치스코 성당을 찾아오는 유럽 단체관광객들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적 인식이 없다면 누구나 아씨시에서 진정한 힐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조차도 매우 조심스럽다. 아씨시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제2의 산티아고'가 될까 두려워서(?).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처럼, 아씨시는 앞으로도 지켜져야 할 곳이다. 이대로 조용하고 경건하고 사랑스럽게. 영원히 나쁜 일 따윈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마지막으로 '평화의 기도'로도 유명한 성프란치스코의 기도 중 일부를 옮겨본다. 이만큼 아씨시의 정신을 잘 설명하는 문구도 없으리라는 생각에서다.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며,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주소서."


"아씨시, 절대 나쁜 일이 일어날 리 없어!"



당신의 심장을 설레게 할, 당장 배낭을 꾸리게 만들, 그곳으로 떠나야 할 단 '한 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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