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 May 21. 2020

한 줄 여행 #12

당신이 그곳으로 떠나야 할, 단 한 줄의 이유 #12

"그 곳에 도가 있었네"

세토, 일본 (Seto, Japan)


제공 : 아로비

(쓸까말까 2탄입니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TMI로 시작하자면, 도자기는 '도기'와 '자기'를 합친 말이다.

둘을 구분하는 것은 흙의 입자와 굽는 온도다. 진흙으로 만들어 낮은 온도에서 구운 것은 도기, 진흙보다 입자가 고운 흙이나 돌가루를 높은 온도에서 구운 것은 자기라고 부른다. (feat. 한국도자재단)


짐작한 대로, 이번에 소개할 곳은 도자기로 유명한 도시다.

나고야에서 기차 타고 40분 정도 가면 나오는 세토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제공 : 아로비
출처 : japanvisitor.com, 아로비

세토는 마을 곳곳이 도자기로 꾸며져있다. 다리도, 벽도, 표지판도, 온통 다 도자기다.

세토역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지도를 받아 추천코스를 따라 걸으면 당일 여행으로 무난하다.


출처 : japantravel.navitime.com, 아로비

먼저 역에서 멀지 않은 '가마가키노코미치(窯垣の小径資料館)'에 들러보길 권한다.

'가마 울타리의 오솔길 자료관'이라는 뜻인데, 이름 그대로 가마 도구를 쌓거나 채운 담장이 에워싼 작은 오솔길을 걸어가면 만나게 된다.

세토시의 도자 역사에 대해 공부할 수 있고, 친절한 직원의 안내에 따라 옛날 메이지 시대의 집 내부를 구경할 수도 있다. (저 화장실은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약간 난감...)


제공 : 아로비

오래된 전통 가마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가마와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이다.

일본에는 '로코요(六古窯)', 그러니까 6개의 오래된 가마란 뜻의 도자기 산지 여섯 곳이 있다. (오른쪽 불가마 안내판 참고.)

여섯 곳 중에서도 특히 세토가 유명하다. '세토모노(세토에서 만들어진 물건)'란 말이 도자기를 통칭해 쓰일 정도라고.


출처 : japanvisitor.com, nagoya-info.jp

세토모노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세토구라 박물관(Setogura Museu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도 도자기를 살 수도 있지만, 시내에 도자기 가게들즐비하니 선택의 폭을 넓혀보자.


출처 : tourguides.nagoya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도매점 같은 가게들이 눈에 띄는데, 잘만 뒤지면 썩 괜찮은 물건을 제법 괜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세토는 식기류가 유명하다는 말이 맞다. 밥그릇이나 반찬그릇처럼 작지만 알찬 식기류들이 쇼핑욕구를 샘솟게 한다.

매년 9월 '세토모노 마츠리' 축제에서는 다양한 세토 도자기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니 그릇욕심이 많다면 시기를 맞춰가도 좋겠다.


출처 : japanvisitor.com, seto-marutto.info

세토에서 추천하는 맛집은 두 군데. 장어구이와 야끼소바다.

구글링만 해도 나오는 유명한 장어구이집은 냄새부터 강렬하다. 뜨거운 가마 앞에서 땀을 쏟는 도공들이 체력보충을 위해 장어를 많이 먹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 가게가 지역명물이 되었다 한다. 주말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는 맛집이라 재료가 일찍 소진될 수도 있다.

야끼소바는 집밥(?) 같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느끼함을 뺀 담백한 맛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출출할 때 요기하기 딱 좋은 양이다. 두 식당이 붙어있어 찾기도 쉬우니 그냥 더 당기는 곳을 택하면 된다.


세토는 도자기로 유명하지만, 엄밀히 얘기하면 자기보다는 도기로 더 유명한 곳이다. 도기가 먼저 발달하고 자기는 좀 더 나중에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체로 자기가 도기에 비해 고급품으로 평가받지만, 그렇다고 도기를 동정할 필요는 없다. 기는 만들기 쉽기에 훨씬 대중적이고 실용적이며 또한 필수적이다. 빗살무늬토기부터 시작해 기와, 벽돌, 항아리 등 인류의 거의 모든 역사에는 도기가 있다. '도공'이라고 하지 '자공'이라 부르는 일은 거의 없지 않은가.

화려한 자기의 나열 속에서 오래된 도기의 흔적을 찾아내는 일은 그래서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


"세토, 그 곳에 도가 있었네."



당신의 심장을 설레게 할, 당장 배낭을 꾸리게 만들, 그곳으로 떠나야 할 단 '한 줄'을 찾아갑니다.

작가의 이전글 한 줄 여행 #1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