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 Apr 02. 2020

한 줄 여행 #6

당신이 그곳으로 떠나야 할, 단 한 줄의 이유 #6

"작고 댄디한 미국과 인사하다"

프로비던스, 미국 (Providence, USA)


주 하나의 면적이 한반도 몇배에 달하는 미국땅. 그런데 미국에서 가장 작은 로드 아일랜드주는 경상북도 면적의 1/6 정도에 불과하다. 크기로는 어디 가서 밀리지 않는 '빅사이즈'의 나라 미국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로드 아일랜드는 가장 작은 사이즈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고히 하고 있는 셈이다.

'신의 섭리'라는 뜻을 지닌 로드 아일랜드의 주도 프로비던스는 동부 특유의 올드함과 예술가적인 경쾌함으로 낯선 방문객을 맞이한다.


프로비던스는 보스턴과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다. 기차도 비슷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기차 안에서는 두 도시 사이를 오가는 학생이나 직장인도 종종 볼 수 있다.

 

출처 : brown.edu

명문 오브 명문으로 꼽히는 아이비리그 8개 대학 중에서 눈에 띄게 캠퍼스가 작은 곳도 프로비던스에 위치한 브라운 대학이다. 물론 웬만한 우리나라 대학보다는 넓지만 하버드 대학을 본 직후라면, 이게 다야? 라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인터넷 정보에 의하면, 하버드대 캠퍼스가 약 5,000에이커, 브라운대가 약 146에이커라고.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나 대세에는 지장 없음)

그러나 하버드의 웅장한 건물 앞에서 신나게 사진을 찍어놓고도 브라운의 소박한 풍경에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은 작은 나라에서 평생을 살아온 자의 어찌 할 수 없는 습성인가 보다.


'대학들의 도시' 보스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프로비던스는 아이비리그 대학을 보유한 도시답게 학구적인 아우라를 풍긴다. 거기에 요란하지 않게 살짝 얹은 댄디함까지.

아이비리그에서 가장 자유롭고 개방적인 편이라는 브라운 대학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오래 전부터 보석세공으로 이름을 날린 이 지역만의 멋스러움이 큰 몫을 차지했을 것이다.


화려하고 값비싼 보석 디자인의 노하우는 자연스럽게 프로비던스에 예술적 감성을 심어놓은 듯하다.

예술 전공자들 사이에서 꽤 알려진 대학이라는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스쿨(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박물관은 유명 예술작품들을 여럿 소장하고 있으며 일반인도 관람이 가능하다. 물론 학교 주변에서 옷 잘 입는 세련된 미대 언니들도 심심찮게 마주치게 된다.


출처 : goprovidence.com, visitrhodeisland.com

도시를 흐르는 프로비던스강에서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처럼 곤돌라를 탈 수도 있다. 그리고 봄부터 가을까지 주말 저녁에는 '워터파이어(WaterFire)'라고 불리는 불쇼가 펼쳐진다. (직역하면 물불...)

퍼포먼스와 함께 강물 위 화로에 불을 붙이는데, 각종 공연이 어우러지기도 한다. 20년 넘게 이어진 프로비던스를 대표하는 공공예술이다.


출처 : arcadeprovidence.com

놀랍게도, 미국 최초의 실내 쇼핑몰도 프로비던스에 있다.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날씨 덕분이었을까.

어쨌든 우리에게도 친숙한 '아케이드'라는 이름으로(The Arcade Providence) 지금도 굳건히 영업 중이다. 쇼핑 생각이 없다 해도,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이왕 프로비던스까지 왔다면 남쪽으로 더 내려가 뉴포트(위 지도 하단)도 들러보길 추천한다.

1800년대 후반에 지어진 고급 별장들이 내부까지 잘 보존되어 있고, 정원 밖으로 나오면  대서양과 맞닿은 전망이 가슴을 뻥 뚫리게 해준다.


미국의 대부호들이 왜 앞다투어 여기에 여름별장을 지었는지 단번에 알아챌 만하다.


"프로비던스, 작고 댄디한 미국과 인사하다."



당신의 심장을 설레게 할, 당장 배낭을 꾸리게 만들, 그곳으로 떠나야 할 단 '한 줄'을 찾아갑니다.

작가의 이전글 한 줄 여행 #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