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스나 로렌이라는 개별 명칭보다 '알자스-로렌(Alsace-Lorraine)'이라는 합체가 더 익숙한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지역. 양국이 알자스-로렌을 두고 오랫동안 분쟁을 벌인 이유는 이 지역이 교통의 요지이자 농사 짓기 좋은 기후, 풍부한 지하자원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알자스 지역의 중심도시인 스트라스부르에는그렇게 '부자도시'의 숨길 수 없는 우아함과 여유로움이 흘러넘친다.
동쪽은 독일, 서쪽은 프랑스. 한때는 슈트라스부르크, 지금은 스트라스부르.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은전쟁에서 패한 프랑스가 독일에게 알자스-로렌을 빼앗기자, 강제로 독일어를 쓰게 된 학교에서 마지막으로 프랑스어 수업을 하는 이야기다.어렸을 때에는 우리 말글을 빼앗긴 일제시대가 떠올라서 가슴 찡하게 읽었는데,한참 후 이 곳이 원래 독일(신성로마제국) 영토였다는대반전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그뒤로도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국적이 프랑스와 독일로 계속 바뀐 끝에 결국은 프랑스의 품으로 돌아갔으니, 마지막 수업의 현실판은 해피엔딩인 걸까.
점령국이 계속 바뀌고, 오늘부턴 독일어만 쓰랬다가 내일은 또 프랑스어 쓰라고 나오니 주민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고 불만스러울 법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복잡한 역사 덕분에 스트라스부르는 두 나라의 문화가 합쳐진 여러 유산을 선물받게 된다.
고딕 양식의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 로코코풍의 로앙궁은 프랑스의 영향이 선명하지만, 정작 '쁘띠프랑스'라 이름 붙여진 일강(River Ill)주변은 나무로 뼈대를 세운 독일식 목골가옥이 늘어서 있다.
쁘띠프랑스를 포함한 스트라스부르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기도 했다.
일강이 스트라스부르 중심가를 원형으로 둘러싸고 흐르기 때문에 유람선도 운행된다.
일강과 운하의 물높이가 달라서 유람선이 수문 안으로 들어오면 뒤쪽 문을 막은 다음, 강물을 채워 수위를 높인 후 앞쪽 수문을 열어 배가 지나가게 한다. 물 위에서도, 지상에서도 신기한 볼거리다.
스트라스부르에서는 의외의 두 인물 발자취도 발견할 수 있다. 의술만큼 오르간 연주실력도 뛰어났다는 슈바이처는 스트라스부르의 한 교회에서 마지막 연주회를 열었고, 그 180여년 전에는 모차르트가 이 오르간을 연주했다고 한다. 연주자들의 모형은 다소 엉성하지만 이들의 손길이 닿았을 오르간에는 세월의 더께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EU의회 본부가 위치해 있어서 스트라스부르는 '유럽의 수도'라는 수식어도 지니고 있다. 유럽연합을 주도해온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 동맹, 협력을 상징하는 곳이 된 것이다.
스트라스부르에서 독일로, 프랑스로... 여권도, 출입국 스탬프도 필요없이 자유로이 넘나드는 지금의 모습을 보면 과거의 그들은 무슨 생각이 들까.
이렇게 우아한 결말이 기다리는 것도 모른 채.
전쟁의 역사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지만, 그보다 훨씬 긴 인간의 역사에는 모두 다 부질없단 것도 모른 채.
"스트라스부르, 국경을 넘나드는우아한 콜라보."
당신의 심장을 설레게 할, 당장 배낭을 꾸리게 만들, 그곳으로 떠나야 할 단 '한 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