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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Jan 03. 2024

당연한 것

결코 당연하지 않은 것



어떤 일이든 어떤 사람이든 혹은 상황이든 어느 하나 당연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당연하다고 치부하는 것들이 왠지 조금 불편했다. 모든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은 결국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되어 버렸고, 그도 그럴 것이 그런 것들에 남겨진 상처가 꽤나 크고 깊었고, 때문에 흔적이 오래 남았다. 깊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도 흉은 그대로 남아 눈에 스칠 때마다 고스란히 나를 강제로 데려다 놓고선 제법 끔찍하다 여긴 고통을 다시 삼키게 했다. 세상에 당연하다 여긴 것들은 꼭 그랬다. 그래서 나를 대하는 사람들에게 처음부터 세뇌시키듯 미리 거리 두기를 하듯 이야기해왔다. 나의 존재가 너의 존재가 '우리'에게 결코 당연하지 않다고. 당연하지 않은 '우리'를 당연하다고 여기는 순간 우리는 깨어질지도 모르니 적당히 거리를 두어야 결국 내가 덜 다칠 거라는 아주 이기적인 생각으로 떠들어댔다. 당신의 당연함으로 내게 상처가 남을 것이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기정 사실화했다. 그것이 관계의 시작도 전에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릴 것이라는 확신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 자만했다. 그것만이 내가 살며 배운 사실이며, 일어나지 않아도 일어날 것이라 착각했다. 그 몹쓸 생각엔 꽤 오래 변함이 없었다. 너무 슬프게도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그런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의문을 던지게 한 문장을 만났다.


조바심이 나는 마음을 뒤로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려 굳이 옷을 챙겨 입고 번화가로 나와 카페에 앉았다. 따뜻한 커피를 한잔 마시며 읽던 책을 마저 읽고 새로 꺼내든 책. 여행 중에 당신에게 선물 받은 책. 아껴 읽으려다 읽던 책이 곧 덮일 것 같아 가져 나왔던. 펼치자마자 처음 읽은 페이지에 불현듯 나의 진심은 역시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당연하지 않아 질 어떤 것과 어떤 때가 두려워 당연함이라는 단어를 극도로 혐오해 왔을 뿐이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당연히 내가 변함없이 머무르고, 당연히 사랑하고, 그 당연함에는 변함이 없길 누구보다도 완전히 늘 기대하고, 바랐다는 것을. 구태여 변명을 하자면, 그저 당연하지 않아 질 일이라는 것, 일어나지 않은 일 따위에 지레 겁을 먹은 어린 마음이었다는 것. 그리고 늘 변하지 않는 당연함도 존재한다는 그것을 확인받고 싶었다는 것, 그뿐이었다는 것을.


내가 해온 생각들은 옳지 않다고, 세상엔 당연하다 여긴다 해도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지 않는 것들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그렇다고 결국 당연하지 않게 되는 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반드시 이면에 존재하기 마련이겠지만. 적어도 나의 사랑은 당연히 당신이고, 당신의 사랑도 당연히 나일 것에 그 '당연함'은 구태여 변하는 일이 감히 없을 거라고. 미련하고 겁이 많은 어린 마음의 불안을 잠재우고, 당신의 오늘에 그리고 내일에, 늘 당연함으로 가득한 내가 머무를 거라고. 그 변하지 않을 당연함은 참 귀한 것이라고. 나는 그걸 너무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애쓰지 않아도 변함없이 불안도 불편도 없는 확신으로 가득 찬, 그 당연함이 너무 간절해서 외면하기 바빴을 뿐이라는 것을, 한 페이지의 이야기에 정말 불현듯 깨달았다.


나 당신에게 늘 당연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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