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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Feb 06. 2024

바다를 방으로 가져왔다.

이유 없이 차는 눈물을 모르는 척 마음으로 닦아주는 이가 있다는 건 참 귀한 일이다. 말하지 않아도 나를 알고서 함께하는 시간 내내 투닥거리고 뾰족하게 굴어도, '그냥 그런 갑다.'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꽤 근사한 일이지. 평생을 혼자라고 생각하고 뾰족하다 못해 아주 날카로운 바늘로 가득 찬 마음을 무디게 해주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신기한 일이거든. 힘들다 내색하는 것도, 버티는 걸 들키는 것도. 아무렇지 않다고 괜찮다고 가면을 쓰는 일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웃어 보이는 일도. 사실은 찬 눈물이 가득해 출렁이다 이내 거칠어진 파돗소리에 멍울이 맺힌 마음임을 입 밖으로 내뱉는 것도. 모두 다 너무 어려운 일이기에. 말하지 않아도 나를 아는 이가 존재한다는 것이. 그걸 입 밖으로 내뱉아 흘려보낼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이가 곁에 머무른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일인지를. 어렸던 나는 몰라 숨이 턱턱 막혀도 별다른 수없이 꺽꺽 넘어가는 숨을 참았지만, 이젠 그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크게 고마운 새벽이다. 덕분에 요동치던 마음이 잔잔해지기도 한다.


오래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점점 컨디션이 나빠지는 게 온몸으로 느껴지는 요즈음. 꿈을 꾸지 않는 잠은 언제 잤는지도 모르고, 힘들게 잠들어도 금세 깨고야마는 일이 익숙한 요즘이. 나는 내가 참 딱하다 여기게 하는 지금이. 썩 맘에 드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사실 내가 아닌 이가 보기엔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하는 것 없이 그저 맹탕 놀면서 꽁해있기만 한다 할지도 모른다. 모든 상황은 어차피 스스로가 가장 삼키기 어려운 법인데도. 배려와 도움이라는 앙상한 가지를 들이밀며 따뜻하지 않냐 물어오면 불쏘시개 정도는 될 수 있겠다 말은 하겠지만, 사실 그것도 될 수가 없지.


아니까 더 귀한 일이다. 밖으로 뱉기도 전에 차는 숨을 알아봐 주는 이가 있다는 것 말이다. 답답한 새벽 나는 온 방안을 파돗소리로 채웠다. 더 떨어질 컨디션이 없기에 바다를 방으로 가지고 온 셈이다. 덕분에 오늘 새벽은 조금 개운하려나. 나는 내가 꿈 없이 깊은 잠에 빠지길 바란다. 부서지는 파돗소리를 베개 삼아 제대로 된 쉼을 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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