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도 결국 끝은 있고, 빛도 결국은 만나게 되는 것을 이미 알면서도 매번 터널을 만나게 되면 끝이 없는 것만 같고, 영영 빛을 만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안다.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그게 잘 안된다. 매번 순간에 마주칠 때마다 갇힌 기분에 모든 의욕과 모든 용기가 잡아먹히고 만다. 어린 나보다는 조금 더 살아봤다고 이제 알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사실 알지 못한다. 그 알지 못한다는 것이 주는 불안과 공포가 길어지면, 나는 때때로 바보가 되는 것 같다. 어린아이 보다도 못한 어린 마음이 된다.
어쩌면 아이였을 때가 더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부서지기 쉬운 마음이지만 다시 일어나기도 쉬운 마음이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보다는 어렸던 나는. 캄캄한 터널도 결국 빛이 있는 곳으로 나를 내보내 주겠지라는 마음을 다시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을까. 밤을 만나고 다시 해를 만나도 여전히 어렵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걷고 있어서 조금은 덜 불안하고 조금은 덜 무서운 채로. 나는 오늘을 걷는다. 작은 빛이 보일 듯 말듯한 터널을 천천히 걷는다. 멈추면 작은 빛, 그마저도 없을까 봐. 나를 영영 잃을까 봐.